한국 자동산 산업의 역사를 함께해온 부품 기업 중에는 완성차의 전선을 제작하며 성장한 경신이 있다.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 온 경신은 현대차와 기아차 등 국내 생산 완성차에 들어가는 전선 제작을 대부분 도맡으며 핵심협력업체로 자리를 굳혔다.

 

2000년 경신의 전선사업부는 경신전선으로 분리됐고 2016년에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현재 사업회사인 경신전선과 지주사인 경신홀딩스 등이 계열사로 자리하고 있다.

 

와이어링, 하네스 등 자동차 전선을 주로 생산하는 자동차부품 전문기업 경신은 1974년 고(故) 이기홍 회장에 의해 설립됐다.

 

하지만 1985년 이기홍 회장이 건강악화로 작고하면서 아내 김현숙 회장이 경영을 이어받았다. 남편 대신 기업을 이끌게 된 김 회장은 ‘외유내강’의 정신으로 회사의 내실을 다졌다.

 

어린 시절, 교사의 꿈을 키운 김현숙 회장은 수도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도여자사범대학교 국문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6·25 전쟁을 겪으면서도 교사와 학업의 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 직후 이기홍 회장과 결혼하면서 예상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된다.

 

김현숙 회장은 남편이 경신공업(경신)을 창업할 당시 6남매를 키우고 있었던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하지만 1985년 이기홍 회장이 작고하면서 그의 운명에 변화가 감지됐다.

 

그는 6남매의 어머니 역할은 물론 가장의 역할까지 도맡아야 했으며 남편이 남기고 간 경신을 살려내야만 했다. 그러나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가 경영자의 길을 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때 그를 독려했던 사람은 정세영 현대차 초대 회장이다. 정 회장은 남편 이기홍 회장이 현대에 몸담았을 때부터 부부 동반 식사를 하는 등 김현숙 회장과도 자주 교류를 자주해온 사이였다.

 

그의 격려와 독려 덕분에 김 회장은 경신을 이끌기로 결심했다. 자동차 업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 기업인으로 주목 받았던 그는 부임 첫해인 1985년 ‘100만 불 수출탑’을 받은 데 이어 1987년에는 ‘KS’ 표시 허가를 얻어내며 남편의 빈자리를 채웠다.

 

또한 공격적인 회사 경영을 펼치며 1989년 아산공장 준공을 시작으로 2000년까지 4개의 공장을 새로 지었다. 2004년 말에는 일본의 스미토모사와의 기술제휴 및 자본합작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성과들은 허투루 생긴 게 아니었다. 김 회장은 자신의 경영, 기술 지식으로는 회사 경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 숭실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을 비롯해 연세대, 서울대, 전국경제인연합회, 서강대 등을 옮겨 다니며 배움을 이었다.

 

공부를 통해 경신을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로 키워낸 김현숙 회장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인천지회 초대 회장을 맡는 등 여성 기업인들을 위한 노력에도 앞장섰다. 2018년에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제2회 여성 기업인 명예의 전당 헌정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경신은 그가 회사를 처음 맡았던 1985년 약 300억 원의 매출에서 지난해에는 약 1조 584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큰 성장을 이뤘다.

 

한편 경신은 자율주행차 전용 ‘정크션 박스’ 개발에 한창이다. 정크션 박스란 배터리, 엔진에서 만들어진 전력을 자동차의 각 부품으로 보내주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이는 2023년 자율주행택시인 로보택시에 처음 적용될 예정이다.

 

아울러 경신은 올해에는 현대차뿐만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도 부품을 공급하며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