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배선 만들며 한국 자동차 산업 발전에 동참

자동차 배선의 효시로 불리는 경신은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산업의 역사를 함께한 기업이다. 지난 1974년 고 이기홍 사장에 의해 설립된 이래 국내 생산 완성차에 들어가는 전선 제작을 대부분 도맡으며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 왔다.

1985년 고 이 사장이 건강악화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아내인 김현숙 회장이 경영을 이어받았다. 남편 대신 기업을 이끌게 된 김 회장은 ‘외유내강(外柔內剛)’으로 회사의 내실을 다졌다.

2000년 경신의 전선사업부는 경신전선으로 분리됐고 현재는 아들 이승관 대표가 경신과 경신전기의 경영을 사실상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경신과 경신전선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외 총 여덟 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계열사들은 경신전선(2개) 및 경신(4개)이 각각 지분의 51%~100%를 보유하며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경신의 주주구성은 이승관 대표(19%), 김현숙 회장(22%), Sumitomo Electric Industries, Ltd.(30%), Sumitomo Wiring Systems, Ltd.(20%) 등으로 이뤄졌다.

경신전선의 주주구성은 이승관 대표(59.5%), 김현숙 회장(22.5%), 다세움종합건축사(18%) 등으로 구성됐다.

경신의 2010년 이후 실적(연결)을 보면 △2010년 매출액 약 9492억원, 영업이익 약 310억원, 당기순이익 약 287억원 △2011년 매출액 약 1조1705억원, 영업이익 약 391억원, 당기순이익 약 434억원 등을 각각 기록했다.

이어 △2012년 매출액 약 1조2820억원, 영업이익 약 474억원, 당기순이익 약 465억원 △2013년 매출액 약 1조3504억원, 영업이익 약 472억원, 당기순이익 약 419억원 등을 각각 시현했다.

또한 같은 기간 경신전선의 실적(연결)은 △2010년 매출액 약 3716억원, 영업이익 약 212억원, 당기순이익 약 193억원 △2011년 매출액 약 4951억원, 영업이익 약 296억원, 당기순이익 약 269억원 등을 나타냈다.

이어 △2012년 매출액 약 4881억원, 영업이익 약 305억원, 당기순이익 약 182억원 △2013년 매출액 약 5019억원, 영업이익 약 354억원, 당기순이익 약 262억원 등을 보였다.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순이익을 낸 경신과 경신전선은 매년 배당을 실시했는데, 두 기업의 배당금의 합은 2010년 28억원, 2011년 76억원, 2012년 95억원, 2013년 99억5000만원 등이다.

이승관 대표의 경영력과 경신의 우수한 실적은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말 기준 경신의 실적은 현대자동차 소유의 부품계열사 다섯 곳을 제외하면 국내 최대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전세계 자동차 부품업체 중 99위와 맞먹는 실적이다.

미국자동차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가 발표한 2012년 말 기준 ‘글로벌 톱100 자동차 부품업체 보고서’에는 현대차 계열사 다섯 곳만이 그 이름을 올렸다. 이 보고서에 등록된 99위 업체의 매출 16억달러(약 1조7000억원)와 경신·경신전선의 2011년 매출합계 약 1조6656억원을 비교하면 경신그룹은 세계 99위와 비슷한 실적을 냈다.

또한 이 대표는 2012년 윤리경영활동 시스템 구축과 이를 통한 협력사 지원 등을 실현해 경영 능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회사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7억불 수출탑과 국가생산성대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특히 국가생산성대상은 1974년 창립 이래 한국자동차 부품 산업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돼 수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비록 수상은 기업이 했지만 실제로는 경영자의 공적이나 다름없다”며 이 대표 일가에 대해 호평했다.

이러한 대외적 인정과 달리 이 대표는 최근 해외 재산 도피 논란으로 구설에 휘말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미 언론인 안치용 씨가 운영하는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 따르면 이승관 대표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구입한 여섯 채의 부동산 중 다섯 채가 한국 정부의 규제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이 대표는 LA 소재의 주택 두 채와 대형상가 네 채 등 최소 여섯 채의 부동산을 매입했는데 이 중 다섯 채를 불법매입한 사실이 미국법원의 소송과정에서 밝혀졌다.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 따르면 이 대표가 해외 부동산을 불법매입한 금액은 약 2010만달러이며 환산하면 약 212억원(현재 환율 기준)에 이른다.

그가 논란에 휩싸인 이유는 한국 정부의 해외부동산 투자 규제가 완전히 풀리기 이전인 2008년 전에 LA 부동산을 구매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 따르면 이 대표와 아내 오모씨는 2011년 12월 29일 동업자인 에드워드 김씨 부부 등을 상대로 불법매입 미국부동산과 관련된 손해배상소송을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 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지난해 11월 이 대표 부부가 소송를 취하하면서 부동산 매입 사실의 전모가 드러났다.

당시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는 자신이 매입한 부동산내역이 상세히 적혀있었으며 언급된 부동산의 총 매입가격은 1억2000만달러(한화 약 126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장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00년 LA에 방문했다가 부동산 투자업자인 에드워드 김씨 부부와 김씨가 운영하는 부동산업체를 알게 됐다. 이후 김씨 부부의 조언을 받아 ‘KIC 투자’라는 법인을 설립했고 2001년 이 회사의 명의로 146만달러(약 15억4000만원)를 투자해 상가를 매입했다.

이 대표는 2005년 3월에도 오씨와 공동명의로 535만달러(약 56억6000만원)에 상가를 매입했고 매입 후 즉시 아내 오씨는 본인의 지분을 남편에게 양도했다. 약 3개월 후인 같은 해 6월에는 상가의 소유권을 이 대표 소유의 법인으로 이전했다.

또한 이 대표는 ‘은리투자회사’라는 법인을 설립한 후 2005년 ‘디앤지건설’이라는 한국법인을 통해 600만달러(약 63억5000만원)를 투자해 LA 코리아타운의 대형 쇼핑몰의 지분 50%를 인수했다. 이후 나머지 지분을 1100만달러(약 116억3000만원)에 매입했고 쇼핑몰의 모기지(저당증서) 약 3200만달러(약 338억4000만원)도 인수했다.

이들은 2008년에도 에드워드 김씨 등의 권유에 따라 ‘SKT 투자’, ‘CRCH’ 등의 법인을 각각 설립한 뒤 LA 인근의 대형쇼핑몰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동산은 이 대표 소유의 법인인 ‘CRCH’를 통해 매입했고 실투자비용은 현금 1760만달러(약 186억1000만원) 가량이었다.

소장에는 상가 네 채의 매입 경위에 대해서만 언급됐으나 이밖에도 두 채의 주택을 추가로 소유한 사실도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 의해 확인됐다.

이 대표는 미혼시절인 지난 2001년 6월 8일, 약 25만달러(약 2억6000만원)를 들여 LA의 주택을 구입한 뒤 이듬해 10월 자신의 처형 부부에게 매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 2005년 9월 LA 노스릿지의 주택을 약 85만3000달러(약 9억원)에 매입했고 일주일 전 미국대사관에서 처형 오모씨에게 주택 매입을 일임하는 위임장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업계 한 전문가는 “우리 정부는 해외부동산 투자를 전면적으로 금지해 오다 2006년 5월 22일부터 100만달러, 2007년 2월 26일 이후는 300만달러를 투자액으로 허용해 오다 2008년 6월 2일이 돼서야 무제한 투자를 허용했다”며 “따라서 과거 이 대표의 미국 부동산 매입은 불법행위로 판단된다”고 의견을 내비쳤다.

즉, 이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여섯 개의 부동산 중 2008년 매입한 상가를 제외한 다섯 곳의 부동산은 모두 불법으로 매입했다는 것이다.

소장의 실제투자액 기준으로 여섯 곳의 부동산에 투입된 비용은 총 3768만달러(약 398억5000만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 합법 투자인 한 곳을 제외하면 약 2010만달러(약 212억6000만원)가 미국으로 불법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시크릿 오브 코리아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