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화그룹, “동종 가족불화기업 포식” 구설

가족친화그룹, “동종 가족불화기업 포식” 구설
[부촌 타워팰리스 명사들<55>]-김정돈 미원상사 회장…내실 탄탄 속 M&A

김신 기자(s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4-04-16 00:05:20

이북지역 출신의 김진박 전 회장이 월남 후 1959년 자본금 2000만환으로 설립한 미원상사는 설립 초기 황산, 분말유황 등의 기초화학 제품 제조사업을 영위했다. 꾸준한 실적을 기록하며 내실을 다진 미원상사는 1980년대 이후 계면활성제, 자외선안정제, 산화방지제, 고무첨가제, 감광제 등 고부가가치의 첨단정밀 화학제품을 생산하며 사업분야를 넓혔다. 지난해 말 현재 미원상사, 미원스페셜티케미칼, 미원화학, 동남합성 등 총 4개의 상장기업과 함께 국내외 총 9개의 비상장 계열사를 보유해 총 13개 계열사들이 미원상사그룹을 구성하고 있다. 미원상사는 재계에서 반세기를 넘는 약 54년여의 시간동안 명맥을 이어오면서 창업주 타계 후에도 그 후손들 간의 돈독한 우애가 종종 회자되고 있는 기업이다. 창업주 이후 사위인 김형웅 미원상사 전 사장을 거쳐 현재는 장남인 김정돈 회장이 기업을 이끌고 있는데, 경영권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어떤 마찰음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형웅 사장은 미원스페셜티케미칼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고, 김 회장의 동생인 김정만 대표도 계열사인 미원화학의 대표직에 오르며 경영에 참여했다. 주력계열사 모두 창업주의 후손들이 사이좋게 나눠서 이끌고 있는 셈이다.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내실 있는 가족기업’으로 불리는 미원상사는 과거부터 줄곧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유명한데, 최근에도 경기침체가 무색할 정도로 꾸준한 실적을 이뤄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가족 간의 끈끈한 우애가 만들어낸 실적으로 동종업계의 생태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미원상사그룹은 경쟁업체인 동남합성의 지분을 2003년부터 약 9년여 가량 서서히 매입해 지난 2012년 결국 계열사로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분매입 막바지에는 동남합성 오너 일가의 불화가 발생했는데, 공교롭게도 미원상사그룹이 동남합성의 경영권을 확보한 시기와 유사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미원상사그룹에 대해 ‘업계의 포식자’ 등 비판의 목소리가 돌았다. 현재 미원상사의 경영을 맡고 있는 김정돈 회장은 타워팰리스에 공급면적 233㎡(약 70.5평) 규모의 호실을 보유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김정돈 회장의 타워팰리스 호실과 함께 미원상사그룹의 창업후 행보, 주요 계열사 경영실적, 모범적인 가족경영 사례, 최근의 이슈 등을 취재했다.

▲ 내실 있는 가족기업으로 알려져 온 미원상사를 이끌고 있는 김정돈 회장은 타워팰리스 단지 중 가장 먼저 지어진 1차단지에 공급면적 233㎡(약 70.5평) 규모의 호실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은 김정돈 회장 소유의 호실이 위치한 타워팰리스 1차 단지 전경. ⓒ스카이데일리

2000년대 이후 신흥부촌으로 부상한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에는 국내 내로라하는 오피니언 리더들 소유의 호실이 즐비하다. 그 중에는 내실 있는 가족기업으로 명성이 자자한 미원상사 김정돈 회장 소유의 호실도 속해 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 회장은 타워팰리스 단지 중 가장 먼저 지어진 1차단지에 공급면적 233㎡(약 70.5평) 규모의 호실을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이 보유한 호실은 약 26억원 대의 시세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의 설명이다. 이를 평당가로 환산하면 약 3688만원으로 추산된다.

창업주가 정한 사명 그대로 55년간 이어져

▲ 지난 1959년 고 김진박 회장이 설립한 미원상사는 설립 후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사명을 변경하지 않았다. 재계에서 창업주가 설립한 기업의 사명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는 기업은 보기 드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사진은 안양시에 위치한 미원상사 본사 전경. ⓒ스카이데일리

김정돈 회장이 경영 전반을 맡아 이끌고 있는 미원상사는 1959년 김 회장의 부친이자 창업주인 고 김진박 전 회장에 의해 설립된 기업이다. 이북지역 출신의 고 김 전 회장은 월남 후 자본금 2000만환으로 기초 화학제품 제조·판매 업체인 미원상사를 세웠다.

약 55년전 만들어진 사명이 지금까지도 변경 없이 쓰이고 있는 셈이다. 재계에는 미원상사와 같이 오래된 기업이 다수 있지만 창업주가 설립한 기업의 사명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는 기업은 보기 드문 사례에 속한다.

설립 초기 미원상사는 황산·분말유황 등의 기초 화학제품 제조사업을 영위하며 꾸준한 실적을 기록했다. 내실을 다진 미원상사는 1980년대 이후 계면활성제, 자외선안정제, 산화방지제, 고무첨가제, 감광제 등 고부가가치의 첨단정밀 화학제품을 생산하며 사업분야를 넓혀 나갔다.

1985년 반월공장에서 도료첨가제를, 1989년 SLS Powder를 각각 생산했다. 1989년에는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공개하며 상장기업으로 거듭났다. 1996년 미국 화학기업과 합작회사인 아시아첨가제를 설립했고 1999년 울산공장, 반월공장이 각각 ISO 9002 인증을 획득했다. 2007년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했으며, 2008년 전주2공장(계면활성제, 감광제)을 준공했다.

2009년 미원상사의 특수화학사업부가 분할된 미원스페셜티케미칼이, 2011년 미원상사의 기능화학사업부가 분할된 미원화학이 각각 설립됐다. 기존 사업부분의 분할 및 계열사 설립 움직임에 대해 당시 업계는 시장의 다변화 추세에 발 맞춰 사업의 집중도와 전문성을 높이고,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현재 미원상사는 비누·세제·섬유·제지·농약·식품·금속가공·피혁 등의 산업에 적용되고 있는 다품종 소량 생산품목인 계면활성제를 주력제품으로 삼고 있다. 이 밖에도 도료첨가제·유황 관련 제품 등 총 350여 가지의 정밀화학 제품을 생산해 중견화학기업의 면모를 갖췄다는 것이 재계의 평판이다.

상장기업 4곳, 최근 3년간 모두 순이익 행진

▲ 미원상사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의 특수관계인들은 주력계열사를 비롯한 대부분 계열사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미원상사, 미원스페셜티케미칼, 미원화학, 동남합성 등 총 4개의 상장기업이 미원상사그룹 내 속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외 9개의 비상장계열사 등 총 13개 계열사들로 구성됐다.

김정돈 회장의 특수관계인들은 주력계열사를 비롯한 대부분 계열사들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김 회장 외 특수관계인들의 계열사 지분 보유 현황은 미원상사 48%, 미원스페셜티케미칼 47%, 미원화학 45%, 미성통상 76%, 미성종합물산 68%, 미우실업 28%, 미화물류 35% 등이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2013년 12월 31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도표=최은숙>

같은 기간 주력 계열사인 미원상사는 태광정밀화학(41.94%)·계동청운공사(중국 100%)·미원이오디(100%) 등의 최대주주에, 미원스페셜티케미칼은 Miwon NA(미국 100%)·Miwon(유럽 100%) 등의 최대주주에 각각 올라있다.

또한 미원상사(8.55%), 미원화학(19.56%), 미성종합물산(1.52%), 태광정밀화학(5.67%), 김정돈 외 특수관계인(5.16%) 등은 과거 경쟁업체였던 동남합성의 지분을 각각 나눠서 보유해 현재는 계열사로 흡수한 상태다. 동남합성 지분 중 미원상사 우호 지분은 총 40.45%에 달한다.

미원상사는 그룹 내 상장기업의 비중이 30.8%에 달한다. 특히 2008년 글로벌 외환위기 이후 최근 경기불황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그룹 내 상장기업들은 예외 없이 순이익을 이어가고 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상장기업 4곳의 최근 3년간 실적을 살펴 보면 우선 미원상사(연결)는 △2011년 매출액 약 1397억원, 영업이익 약 132억원, 당기순이익 약 135억원 △2012년 매출액 약 2337억원, 영업이익 약 258억원, 당기순이익 약 215억원 △2013년 매출액 약 2352억원, 영업이익 약 181억원, 당기순이익 약 161억원 등을 시현했다.

미원스페셜티케미칼(연결)은 △2011년 매출액 약 2026억원, 영업이익 약 204억원, 당기순이익 약 160억원 △2012년 매출액 약 2388억원, 영업이익 약 355억원, 당기순이익 약 279억원 △2013년 매출액 약 2633억원, 영업이익 약 382억원, 당기순이익 약 310억원 등을 기록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미원화학(개별)은 △2011년 매출액 약 1212억원, 영업이익 약 118억원, 당기순이익 약 97억원 △2012년 매출액 약 1213억원, 영업이익 약 89억원, 당기순이익 약 78억원 △2013년 매출액 약 1442억원, 영업이익 약 131억원, 당기순이익 약 105억원 등을 나타냈다.

동남합성(개별)은 △2011년 매출액 약 598억원, 영업이익 약 15억원, 당기순이익 약 18억원 △2012년 매출액 약 620억원, 영업이익 약 8억원, 당기순이익 약 38억원 △2013년 매출액 약 606억원, 영업이익 약 24억원, 당기순이익 약 20억원 등을 기록했다. 동남합성은 2012년에 미원상사 계열사로 편입됐다.

경쟁업체 오너 가족 간 불화 시기, 경영권 확보 ‘눈살’

▲ 미원상사는 가족 간의 우애가 깊기로 재계에서 회자되고 있는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미원상사 오너 일가의 돈독한 우애가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는 이슈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가족 간의 끈끈한 우애로 성장한 미원상사는 동종업계 인수과정에서 비판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미원상사는 반세기가 넘는 약 54년여의 시간동안 명맥을 이어오면서 창업주 후손들 간의 돈독한 우애가 종종 회자되고 있는 기업이다. 창업주 타계 이후에도 우애는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창업주 이후 사위인 김형웅 미원상사 전 사장을 거쳐 현재는 장남인 김정돈 회장이 기업을 이끌고 있다. 이후 김형웅 사장은 미원스페셜티케미칼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고, 김 회장의 동생인 김정만 대표도 계열사인 미원화학의 대표직에 오르며 경영에 참여했다.

주력계열사 모두 창업주의 후손들이 사이좋게 나눠서 이끌고 있는 셈이다. 특히 경영권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어떤 마찰음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그간의 행보는 미원상사를 ‘내실있는 가족기업’, ‘가족 간의 우애가 남다른 기업’ 등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최근 미원상사 오너 일가의 돈독한 우애가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족 간의 끈끈한 우애로 성장한 미원상사가 벌어들인 자금으로 동종업계의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이다.

동종업계 한 관계자는 “2012년 미원상사는 경쟁업체인 동남합성의 지분율을 끌어올리며 계열사로 편입시켰다”며 “공교롭게도 그 시기가 동남합성 오너 일가의 불화가 고조됐던 시기였기 때문에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다른 가족의 불화를 이용해 덩치를 불렸다’는 비난과 함께 업계의 따가운 눈총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미원상사그룹은 2003년 계열사인 태광정밀화학을 통해 동남합성의 지분 5.64%를 최초 매입했다. 이후 미원상사, 미원화학, 태광정밀화학, 김정돈 회장 등이 지속적으로 동남합성의 지분을 매집했다. 2012년 2월에는 태광정밀화학이 지분의 보유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하면서 지분 매집의 목적을 확실히 드러냈다.

당시 태광정밀화학은 공시에서 “△이사 및 감사의 선임, 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의 변경 △자본금 변경 △배당 결정 △ 합병, 분할 및 분할합병 △주식의 포괄적 교환 및 이전 △영업전부의 양·수도 또는 금융위원회가 정해 고시하는 중요한 영업 일부의 양·수도 △자산 전부의 처분 또는 금융위원회가 정해 고시하는 중요한 일부의 처분 △영업 전부의 임대 또는 경영위임, 타인과 영업의 손익 전부를 같이하는 계약 그밖에 이에 준하는 계약의 체결·변경 또는 해약 △회사의 해산 등의 분야에 대해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태광정밀화학은은 이어 이들 업무에 대해 “주식대량보유자로서 집행과 관련해 회사의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관련 행위를 결정할 예정이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1965년 설립된 동남합성은 국내 최초의 계면활성제 전문 업체으로 알려져 왔다.

같은 시기인 2012년 2월 동남합성의 창업주인 이의갑 명예회장의 장녀 이지희 동남합성 대표와 차녀인 이주희 효원연수문화센터 이사 간의 경영권 분쟁이 촉발됐다. 직전년도 말 기준 지분의 8.77%를 보유했던 이 이사가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권 참여’로 바꿨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기 경영권을 이끌던 이 대표의 지분율은 5.63%에 불과했다.

동남합성 오너 일가간의 경영권 분쟁이 점차 심화되는 동안 미원상사 및 계열사들은 지분율을 높여갔다. 경영권 분쟁 발생 직후인 2012년 2월 미원상사 및 관련 계열사들의 지분율은 26.45%에 불과했으나, 이후 경영권 분쟁을 지속해 오던 동남합성 오너 일가로부터 지분을 매입하는 등 지속적으로 지분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같은 해 9월 10일 ‘미원화학 및 특수관계인’ 등 미원상사그룹은 동남합성 지분의 35.65%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올랐고, 같은 날 미원상사는 공시를 통해 동남합성을 계열사로 추가했다고 알렸다.

이틀 후인 12일에는 지분율을 38.56%까지 끌어 올려 경영권을 더욱 공고히 했고, 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을 40.45%까지 다시 끌어 올렸다. 이 같은 일련의 지분 확대과정으로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미원상사그룹의 적대적 인수·합병(M&A) 행보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