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털사이트 게시판과 웹하드, SNS 등을 통해 OO공사 파견직 여직원이 등장하는 음란동영상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동영상은 남녀의 성행위 장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등 충격적인 장면들을 담고 있다.

‘분당 금곡동녀’, ‘○○공사 이쁜이’, ‘○○공사 홍보실 ○○○’ 등으로 명명된 이 동영상은 중국의 한 사이트에 처음 게시돼, 지난 9일 전후로 누리꾼들에 의해 급속도로 퍼졌다. 현재 국내 사이트에 게재된 동영상은 대부분 삭제되며 사태는 진정된 듯 보인다.

그러나 동영상에 대한 누리꾼들의 관심이 여전히 뜨거울 뿐만 아니라 동영상이 해외 서버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어 확산을 원천 차단하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동영상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자 동영상 속 여인이 소속된 것으로 알려진

기자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오가는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공사에 사실여부 확인취재를 했다. 동영상 속 여인이 “○○공사 소속이 맞냐”는 질문에 ○○공사 홍보팀 관계자는 “동영상에 나오는 여직원이 ○○공사에서 근무했던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최근까지 홍보팀에서 일하다가 지난달 말 퇴사한 것으로 안다”며 “해당 직원은 공채로 선발된 게 아니라 용역업체에서 파견된 직원이므로 엄밀히 말해 ○○공사 직원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사실 확인 후 해당 동영상의 진상과 함께 곤경에 처한 ○○공사의 입장을 함께 담아 기사화했다. ○○공사 관계자의 설명 부분 중 특히 ‘해당 직원은 현재 ○○공사 직원이 아니며, 애초부터 ○○공사 직원이 아닌 용역업체 직원’이라는 부분을 강조해 보도했다.

보도 후 공사 관계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관계자는 기자에게 “기사에 공사의 이름을 드러내면 어떡하냐”며 다짜고짜 목소리를 높였다. 확인과정을 거친 것에 대해 언급했지만 공사 관계자는 “10분 내로 기사를 내리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잘라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흡사 보도지침 속에 사전검열이 난무했던 군사정권 시대를 연상케 하는 말투에 한 동안 기자는 수화기를 든 채 멍하니 있었다.

공사는 공익적 성격이 큰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국가가 출자해 설립한 기업이다. 엄밀히 말하면 국가의 기업,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공사 직원도 공무원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의 대우와 혜택을 받는다. 공사 소속 직원이 ‘준공무원’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음란동영상 논란 건은 해당 사실을 취재해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사안이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사 직원들에게는 일반 국민들 보다 더욱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입에 올리기조차 부끄러운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공사는 깊이 반성하는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 오히려 의혹을 말끔히 씻어준 기사 보도에 긍정적인 반응을 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공사 홍보실 직원의 태도는 달랐다. 오히려 협박에 가까운 말투로 기사의 정정을 요구한 채 전화를 끊었다. 국가의 녹을 먹는 공사 소속 직원이 국민들이 정당하게 알아야 할 ‘알 권리’를 그대로 무시한 발언을 일삼았다.

공사 홍보실은 공사의 활동을 대외에 알리고, 공사에 대한 여러 의문을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맡는 부서다. 해당 동영상 속 여성 또한 과거 ○○공사 홍보실에 근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사 관계자는 다만 “홍보실 인력이 부족해 외부업체 직원을 고용했다”고 대응했다.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식이다.

그런데 공사 홍보실이 파견직 까지 고용할 정도로 인력 부족이 심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파견직 근무자들이 본인의 일을 제대로 하고 있나 의문이 든다. 공기업 등 공공기관들 정규직 대우가 워낙 좋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응대는커녕 오히려 협박에 가까운 말만 던지고 수화기를 내려놓으면서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공사는 부채만 약 142조원에 달해 공기업 중 가장 높은 부채를 보유한 것으로 밝혀진 기관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서 가장 핵심에 선 기관 또한 ○○공사다. 하지만 급여와 처우 등이 특급대우라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아 여전히 국민적 논란이다.

○○공사와 임직원들은 ‘신의 직장’으로까지 불리는 임직원 대우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핵심 중 하나라는 점을 명심하고 공기업다운 태도로 근무에 임해야 한다. 적어도 국민들의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막가는 태도는 보이지 않아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