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명품천국 한국시장서 황제급 대접

갤러리아 명품관서 명품 대명사 ‘샤넬’ 제치고 1위에 올라

김종우 기자(jw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1-12-05 13:13:06

한국인의 명품 선호는 지독하다. 루이뷔통에 따르면 주요 고객은 일본과 한국, 중국 그리고 일부 아시아 국가의 졸부들이다. 다른 명품의 고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런 말을 들으면 당연히 떠오르는 질문이 하나 있다. 바로 “왜 아시아 졸부가 유독 유럽 명품을 선호할까”라는 것이다. 더불어 명품 짝퉁을 보면 이런 질문도 듣는다. “진실된 사람을 좋아하면서 왜 물건은 가짜여도 된다는 생각을 감히 할까”라고. 그런 측면에서 우리 사회의 병적인 ‘연예인 우상화’와 결합한 ‘명품 숭배’는 명품시장의 좋은 먹잇감이다. 그렇다면 국내 연예인이 가장 많이 구매한 고가 패션 브랜드는 무엇일까? 관련 자료를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갤러리아 백화점으로부터 입수해 보았다.

▲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연말 전경

에르메스, 연예인 가장 많이 구매

국내 연예인이 가장 많이 구매한 고가 패션 브랜드는 에르메스라는 집계가 나왔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자사 명품관을 이용한 연예인 508명의 구매 내역을 분석한 결과 에르메스가 전체 매출의 4.2％로 1위를 차지했다고 1일 밝혔다.

작년에 1위였던 샤넬이 4.0％를 점해 2위로 쳐졌고, 루이뷔통(3.8％)과 브루넬로쿠치넬리(3.3％), 발망(3.1％)이 뒤를 이었다.

갤러리아 측은 “상위 5개 브랜드가 명품 잡화 매출의 55%를 차지한다”며 “연예인들이 이들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갤러리아가 단독 직수입하는 프랑스 명품 잡화브랜드 고야드가 처음으로 상위 5개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잡화 및 여성의류 등

부문별로 보면 잡화에서는 에르메스(16.5％)가 역시 수위를 유지했고, 샤넬 15.8％, 루이뷔통 9.4％, 펜디 7.7％, 고야드 5.6％였다.

▲ 자료 : 갤러리아백화점 ⓒ스카이데일리

여성의류는 브루넬로쿠치넬리와 발망이 각각 10％와 9.4％의 점유율로 작년에 이어 1·2위를 차지했고 발렌시아가(6.6％)와 돌체앤가바나(5.0％)가 새로 떠올랐다.

또한 여성용 일상복에서는 오브제가 27％의 점유율로 국내 상표로는 유일하게 2007년부터 줄곧 1위를 차지했으며, 2위인 띠어리(9.7％)와 큰 차이를 보였다. 3위는 이자벨마랑(7.8％)이고 죠셉(4.7％) 4위, 주카(4.1％) 5위였다.

의복 가운데 올해 처음 상위권에 든 발렌시아가, 돌체앤가바나, 랑방은 드라마에 주연급 배우가 입고 출연한 브랜드로 연예인 마케팅의 효과를 실감하게 했다.

남성의류

남성의류인 신사복은 톰포드(33.7％)가 가장 인기 있었고, 랑방옴므(12.2％)와 프라다 남성(6.9％), 존갈리아노(6.4％), 벨루티(6.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화장품 및 구두

화장품은 시슬리(15.8％)가 2008년부터 계속 1위였고, 키엘(10.3％)은 2년 연속 2위에 올랐다. 반면에 구두 부문에선 라꼴렉시옹(27.8%), ASH(18.2%), 크리스찬루부탱(12.0%) 등이 인기가 많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갤러리아측은 “업계에서는 특정 백화점의 자체 집계라서 통계로서의 엄밀성이 낮지만 압구정동에 연예인이 다수 거주하고 인근에 기획사가 밀집한 점을 고려하면 상징적인 의미는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가장 많은 돈을 쓴 제품이 외국 고가 상표라는 점을 통해 유명인 사이에 만연한 허영심을 엿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갤러리아 명품관 조정우 팀장은 “2007년부터 연예인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선호하는 브랜드에는 큰 변화가 없고 충성도 역시 높은 편이다. 그러나 유행에 민감한 의류만은 특정 상표를 선호하기보다는 시기별 트렌드에 잘 맞는 물품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명품을 선호하는 이유?

우리에게 명품이 선호되는 이유는 훌륭한 재질과 뛰어난 디자인,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 때문만은 아니다. 프랑스의 한 사회학자 지적대로 비싼 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구매력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차별화’하여 과시하는 데 있다.

그래서 빠른 시간 내 부를 축적한 이들에게 명품 치장은 자본 계급의 상향 이동을 과시하여 한눈에 알아보게 하는 효과적인 차별화용이다.

부동산 투기를 비롯하여 빠르게 경제적 이익을 취득한 졸부들이 유럽보다 아시아에 몰려 있다. 그러니 아시아 졸부가 유럽 명품의 주요 고객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은 어딘가 부족하다.

그보다는 문화식민주의가 낳은 열패감의 폐해를 지적한 또 다른 학자의 지적이 아시아 졸부의 명품 신드롬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해 준다.

여타 백화점이나 상품 광고에서도 드러나듯이 서구 백인 모델의 등장이나 유럽 명품에 대한 숭배 속에는 ‘서구/백인=우월한 가치’라는 식민화된 공식이 깔려있다. 그러하다보니 서구 명품은 가격대비 질적 수준과 상관없이 한국에서 숭배되다 못해, 짝퉁까지 유행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연예인의 말이면 믿는 심리나, 서구 명품으로 자아를 치장하려는 돈 없는 이들의 욕망은 결국 가짜 명품과 만난다. 진짜 명품이어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가짜까지 거느린 명품 거품을 터뜨리려면 우리 각자가 명품 따위에 주눅이 들지 않는 철학과 개성 정도는 가진 인간 명품화에 도전하는 게 보다 현명한 일이 아닐까 싶다.

에르메스(Hermes)는?

가죽, 기성복, 액세서리, 향수 등을 갖춘 프랑스의 패션 브랜드인 에르메스(Hermes)는 1837년 티에리 에르메스가 창시해 유럽 귀족들을 위한 마구(馬具)용품점으로 출발했다. 전통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수많은 제품들을 제작하고 있으며, 제품의 높은 완성도와 비싼 가격으로 유명하다.

▲ 가방을 비롯한 에르메스의 주요 명품들

에르메스는 이전에는 다양한 교통수단의 디자인을 맡아왔다. 말, 자전거, 자동차, 배를 비롯하여 헬리콥터까지 디자인했으며 엔지니어, 디자이너, 가죽 장인이 힘을 모아 총 6명이 탈 수 있는 소형 다목적 쌍발 헬리콥터 EC135를 선보였다. 헬리콥터 내부에는 에르메스천이 사용되었다. 에르메스의 로고에는 귀족과 마차가 그려져 있다.

1880년 티에리 에르메스의 아들이 경영권을 물려받아 유럽, 북아프리카, 러시아, 아시아, 아메리카 등으로 시장이 확대되었으며, 1900년에 기수들이 안장을 옮길 때 사용하는 가방을 출시했다. 이후 손자들이 회사의 경영을 맡으면서 회사 명칭을 에르메스 프레레스로 변경했다.

특히 에밀 모리스는 러시아 황제의 안장을 납품하는 등 에르메스가의 가업을 충실히 이어갔다. 이어 그는 가죽제품과 의복에 사용되는 지퍼 사용에 대한 독점권을 획득하면서 프랑스에 최초로 그 기술을 소개했으며, 1920년대 가죽의복과 지퍼가 있는 골프 자켓을 출시했다.

1922년 최초의 가죽 핸드백을 출시했으며, 1929년 최초의 여성복이 파리에서 선보였다. 1935년 훗날 켈리백(Kelly Bag)이라고 불리는 가방 제품을 생산했고, 1937년 프랑스 리용에 스카프 제작공장이 건립되면서 에르메스 스카프가 출시되었다. 1946년에 실크넥타이, 1949년에 향수제품을 출시했다.

1970년대 유럽 전역, 미국과 일본으로 진출했으나 비싼 천연 소재만을 고집하면서 경영의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1978년 장 루이 뒤마 에르메스가 경영을 맡아 실크, 가죽, 기성복 분야에서 혁신을 꾀하고 새로운 디자이너를 영입하면서 제2의 성장기를 맞이했다.

1990년대 가장 눈부신 성장을 이뤘으며 2008년 가죽, 스카프, 넥타이, 향수, 시계 및 남성·여성복을 포함해 총 14개 분야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본사는 프랑스 파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