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 유리를 제조하는 업체들의 국제적 담합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개 브라운관 유리업체들이 1999년 3월부터 2007년 1월까지 약 8년에 걸쳐 브라운관 유리(CRT Glass)의 가격과 거래상대방의 제한을 담합한 국제카르텔에 대해 총 54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4개 브라운관 업체는 한국 1개 업체, 일본 3개 업체로 △삼성코닝 정밀소재(SSC) △아사히글래스 코퍼레이션 리미티드(AGC) 자회사인 한국전기초자(HEG) △일본전기초자 코퍼레이션리미티드(NEG) △일본전기초자(말레이시아) 에스디엔 비에이치디(NEG(M))이다.

 

CRT 유리는 브라운관 제조에 사용되는 유리로서 전세계 CRT 유리 시장의 규모는 2000년 63억달러(약 7.2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브라운관이 LCD 등 평판디스플레이로 대체되면서 CRT 유리 수요가 위축돼 2007년도에는 21억달러(약 2조원) 규모로 감소했다.

 

브라운관 유리 업체들은 수요 정체로 인한 초과공급이 문제가 되자 가격 및 거래상대방을 제한하기로 상호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업체들은 1999년 3월부터 2007년 1월까지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 각지에서 최소 35회 이상의 카르텔 회의를 개최해 △가격 설정 △거래상대방 제한 △생산량 감축 등에 대해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가격 합의’는 기종별 목표 가격 또는 전 분기 대비 인상율 등을 합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통상 분기별로 이뤄지는 수요 업체(고객)와의 가격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쟁사의 수요업체가 물량요청을 하더라도 공급하지 않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또 ‘거래상대방 제한 합의’는 물량확보 경쟁 회피를 통한 가격협상력 극대화를 위해 특정 수요업체별로 주된 공급자를 인정하는 전제하에 전 세계 물량에 대해 유리업체들간 판매점유율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국계 수요업체의 경우 삼성 에스디아이는 SSC가, 엘지필립스 디스플레이는 HEG가 주된 공급자였다. 그 외 대만계, 일본계 수요 업체는 AGC 또는 NEG가 주된 공급자였다.

 

아울러 생산라인 증설과 동시 또는 그 이전에 기존 생산라인을 유사한 비율로 폐쇄하는 등의 방식으로 ‘생산량 감축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적발로 4개사에 총 545억19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금년 1월 브라운관, 10월 TFT-LCD 사건에 이어 세 번째로 브라운관 유리 국제카르텔을 엄정하게 조치함으로써 한국 시장을 타켓으로 한 사업자들의 담합행위가 억제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브라운관에 이어 브라운관의 주요 부품인 브라운관 유리 시장에서도 카르텔이 확인됨에 따라 향후 부품소재 관련 연관 시장에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EU와 2009년 3월 공동현장조사를 하는 등 EU 경쟁당국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사건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코닝정밀소재는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리니언시)해 과징금을 대폭 면제받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