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세월 간직한 골목사이 선술집 그대로

40년 세월 간직한 골목사이 선술집 그대로
[기획탐방=돈되는 상권]-<89>연신내 상권(상)…평일·주말 남녀노소 찾는 7일 상권

성다영 기자(seongdy@skyedaily.com)

기사입력 2014-08-04 00:07:13

서울 은평구 불광동을 기점으로 대조동과 역촌동까지 흐르던 시내를 불광천(佛光川) 혹은 연서천(延曙川)이라 불렀는데, 이를 우리말로 풀어낸 것이 연신내다. 1960년대 중반 연서천이 복개되고 택지가 조성되기 시작하면서 재래시장(연서시장)이 들어섰고, 이 일대에는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1987년 지하철 3호선이 개통되면서 연신내 상권은 전성기를 누렸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 경기도 일산 등지에 들어선 대형 할인마트와 백화점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 지하철 6호선이 개통되자 지하철 3·6호선이 교차하는 더블역세권으로 재도약하면서 상권은 다시 부활했다. 연신내는 서울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 생활밀착형 지역상권의 성격이 강하다. 주중에는 일대 거주민들과 일산 거주민들 위주의 소비가 이뤄지고 있으며 주말에는 북한산 등산객들로 일주일 내내 발길이 끊이지 않는 상권이다. 연신내 상권은 연신내사거리 사방으로 넓게 펼쳐져 있다. 특히 연신내역 4번 출구로 나와 영창당약국 옆으로 펼쳐진 작은 골목은 연신내의 오랜 세월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연신내 상권 내의 40년 세월을 간직한 구 먹자골목을 취재했다.

▲ 연신내 4번 출구로 나오면 구 먹자골목 초입에 위치한 영창당약국이 보인다. 약국 왼편으로 난 골목길로 들어서면 옛 모습을 간직한 허름한 술집들이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다. 위 지도는 연신내 구 먹자골목 주요 상권 위치도 ⓒ스카이데일리

휴가 시즌 오전에 찾은 연신내역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산 등산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연신내사거리 또한 이른 시간이었지만 많은 인파들이 거리를 활보 중이었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과 불광동, 역촌동 등에 걸쳐있는 연신내 상권은 연신내역사거리를 중심으로 크게 4곳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연신내역 6·7번 출구 방면의 로데오 거리로 불리는 먹자골목과 3번 출구방면 범서쇼핑센터를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 1·2번 출구방면 연서시장 주변의 재래상권, 4번 출구 방면의 구 먹자골목 상권이다.

연신내 로데오 거리는 중·고등학생과 20대 젊은 층, 범서쇼핑센터와 연서시장 일대는 30~40대 주부들, 구 먹자골목은 중·장년층 남성들이 주 고객들이다.

▲ 이 골목에 위치한 건물은 대부분 40년 이상씩 된 것들이 많다. 이 일대 골목에서 45년동안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해 온 한 사장은 “40년전 이곳이 발달하기 시작할 때 이곳에 슈퍼를 차렸고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며 “요즘도 밤이 되면 젊은이들과 40~50대들로 붐빈다”고 설명했다. ⓒ스카이데일리

연신내 4번 출구로 나오면 구 먹자골목 초입에 위치한 영창당약국이 보인다. 약국 왼편으로 난 골목길로 들어서면 옛 모습을 간직한 허름한 술집들이 즐비해 있다.

이 일대 골목에서 45년동안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해온 한 사장은 “이 골목에 위치한 건물은 대부분 40년 이상씩 된 것들이 많다. 40년전 이곳이 발달하기 시작할 때 이곳에 슈퍼를 차렸고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며 “요즘도 밤이 되면 젊은이들과 40~50대들로 붐빈다”고 설명했다.

옛날 그 맛 그대로 볶음 보쌈 목노집

문을 연지 43년째인 목노집은 현재 남매가 부모의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목노’는 ‘목로’의 옛날식 표현으로, 선술집에서 술잔을 놓기 위해 널판지로 길게 만든 식탁을 뜻한다. 이 때문에 목로주점은 허름한 서민 술집을 통칭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목노집에서는 널빤지 식탁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옛 서민 음식점 분위를 느낄 수 있다. 목노집 가게 내부에는 남매의 아버지가 직접 쓴 자작시가 사방을 장식하고 있었는데, 시가 적힌 빛바랜 종이가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 현재 목노집에서는 널빤지 식탁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옛 서민 음식점 분위를 느낄 수 있다. 목노집 가게 내부에는 남매의 아버지가 직접 쓴 자작시가 사방을 장식하고 있었는데, 시가 적힌 빛바랜 종이가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스카이데일리

목노집의 대표메뉴 돼지 보쌈은 대파와 야채들을 돼지고기와 함께 익혀서 고추장에 쌈 싸 먹는 방식으로 시중에서 파는 일반적인 보쌈과 다르다. 목노집 관계자는 이를 볶은 보쌈이라고 소개했다.

가게를 운영 중인 남매 중 여동생은 “40~60대 중·장년층이 단골손님이며 옛 추억을 찾아 많이 오신다. 30대 젊은 손님도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며 “이 동네에서 살다가 강남, 분당 등으로 이사 간 후에도 우리 집 보쌈 맛이 그리워 주말에 찾아오는 단골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말에는 북한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몰리기 때문에 평일보다는 장사가 잘되는 편이다”며 “하루에 평균 4~500명 정도의 손님들이 방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연령대 불오징어로 입맛 잡아

연신내 구 먹자골목 한자리에서 2대째 운영하고 있는 불오징어는 10~20대 젊은 층에서부터 50~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찾는 음식점이다.

이 가게는 10개의 테이블이 놓인 소규모의 음식점이지만 이 일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맛집이다. 불오징어의 즉석 오징어볶음은 1만4000원이며 2인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불오징어 관계자는 “가격이 저렴하고 맛있어서 다양한 계층이 찾아오는 것 같다. 30여년이 됐기 때문에 단골손님들이 많다”며 “평일 점심에는 인근 회사원들이 대부분이고 저녁에는 회식하러 오는 회사원이나 멀리서 소문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연신내에는 종로3가 일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데 원룸 임대료가 저렴하고 3호선 역과 가깝기 때문이다”며 “원룸에 거주하는 직장인들은 4~500명 규모로 추정하고 있으며 풀옵션 6평 원룸의 보증금은 1000만원, 월세는 50만원이다”고 말했다.

이어 “연신내역 4, 5번 출구 앞에 위치한 신한은행 인근의 대로변 10평상가 임대료는 250만원, 보증금은 5000만원, 권리금은 2억원이다. 그 뒤 이면도로(연서로28길)의 10평상가 임대료는 150만원, 보증금은 2000만원, 권리금은 5000만원이다”며 “또 선술집 골목의 10평상가 임대료는 100만원내외, 임대료는 2000만원, 권리금은 2~3000만원 선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위치한 인근 사거리 땅값은 평당 1억원이며 이면도로의 땅값은 평당 5~6000만원 정도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