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탄 서울, 광역도 시내 ‘입석 당연’

메트로폴리탄 서울, 광역도 시내 ‘입석 당연’
겉도는 좌석제 유명무실 속 해법없어 난감

김도현 기자(dh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4-08-26 00:33:23

스카이데일리가 정부의 광역버스 좌석제도(입석금지제도)의 실태를 직접 체감하기 위해 수원역을 출발해 서울 사당역으로 향하는 광역버스 중 가장 많은 버스를 보유해 배차시간이 짧은 것으로 알려진 7770번 버스를 25일 오전 출근시간대에 탑승해봤다. 7770번 버스를 운행하는 경진여객은 탑승객들이 많은 몇 개 정류소를 선별해 출퇴근 시간대에 자체 급행버스를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수원역에서 출발한 7770버스 뒤로 곧바로 같은 버스 한 대가 따라붙었다. 탑승객들이 줄지어 서 있는 정류장 중 하나인 장안구 한일타운에 이르자 앞차의 좌석은 만석이 됐고, 뒤차도 파장시장에 이르러 좌석이 꽉 들어찼다. 버스기사들은 정류장마다 일일이 탑승 대기 중이던 승객들에게 좌석이 없음을 고지했으나, 대부분 탑승객들이 이 사실을 알고도 버스에 올라탔다. 고속도로 진입 직전에 위치한 의왕 톨게이트 정류장에서 탑승하는 승객들은 애초부터 좌석에 앉는 것을 포기한 모습이었다. 기사의 고지가 끝나기도 전에 교통카드를 리더기에 갖다 대며 승차하는데 바빴다. 이들을 마지막으로 버스는 사당까지 쉼 없이 내달린다. 7770번 버스를 이용해 의왕에서 출퇴근을 한다는 한 회사원은 “고속도로 진입 직전 마지막 정류장이기 때문에 좌석에 앉아간다는 것은 꿈도 못 꾼다”며 “광역버스 입석금지 여파를 몸으로 겪고 난 뒤로는 서서 갈 수 있는 것도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입석금지제도는 안전을 우선시한 제도로 도입한 취지를 공감하지만 현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제도라는 오명을 남겼다. 정부도 탄력적입 입석허용에 나서면서 입석금지제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다. 한 교통전문가는 “서울이라는 거대도시는 주변 위성도시와 중·소도시를 아우르며 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치는 거대도시의 개념인 메트로폴리탄(metropolitan)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광역버스는 시내버스와 다르지 않은 교통수단이기에 입석금지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다”고 질타했다. 따라서 안전을 위한 취지라면 다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이미 한 차례 진통을 겪었으나 여전히 해법은 찾지 못한 광역버스 좌석제도를 현장 취재했다.

▲ 국토부는 대학들의 일제 개강을 맞아 서울·인천·경기 수도권 3개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25일 35개 노선 89대를 시작으로 9월 1일 이후까지 총 66개 노선 203대의 광역버스를 증차할 예정이다. 처음부터 삐걱거린 이번 정책에 ‘땜질식 정책’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지난 7월 16일 정부가 전면 실시한 ‘광역버스 좌석제도(입석금지제도)’ 이후 혼란은 가중되고 있으나 정부의 대처는 미봉책에 그쳐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수도권일대 148개 대학의 개강에 맞춰 광역버스 200여대를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서울·인천·경기 수도권 3개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25일 35개 노선 89대를 시작으로 9월 1일 이후까지 총 66개 노선 203대를 증차할 예정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대학들의 일제 개강 이후 출퇴근 시간대 이동수요가 현재보다 약 5000명 증가할 것이 예상돼 증편을 계획한 것이다. 증가차량은 경기도 60개 노선 183대를 비롯해 인천 5개 노선 18대, 서울 1개 노선 2대 등이다.

또한 서울 삼일로와 강남대로 등 일부노선의 광역버스 운행경로 및 회차 방법을 변경해 버스증차로 인한 교통체증해소를 유도하고 출퇴근 시간대 수도권 전철의 운행확대를 시행키로 하면서 입석승객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7월 16일부터 시행된 ‘광역버스 입석금지제도’는 시행 첫날부터 삐걱거렸다. 일부 정류장에서 탑승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마저 벌어지자 정부는 ‘탄력적 입석허용’이란 이름으로 정책 자체를 모호하게 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에 대해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 일색이다. 수원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한 회사원은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입석금지를 강행했다가 혼란이 이어지자 다시 입석을 허용하는 등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대안 없이 학생들의 개강에 맞춰 증편한다는 정부 방침은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승객은 “지리적인 여건 상 광역버스에서 지하철로 갈아타는 것조차 여의치 않은 사람들도 상당수다”며 “입석을 줄이자는 취지는 좋으나 이를 실행에 옮기는 과정은 보다 신중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안전’ 의도 공감하지만 현실 반영은 미흡

‘광역버스 입석금지제도’는 시행 첫날부터 삐걱거렸다. 버스 정류장마다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은 평소보다 2~3배가량 긴 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고, 입석 없이 탑승객들을 소화해내기 어려웠던 일부 버스정류장에서는 거센 항의를 이기지 못하고 입석을 허용하기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입석금지제도를 졸속행정과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세월호 사태 이후 정부의 ‘안전’ 관련 정책은 증가하는데 반해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고, ‘광역버스 입석금지’야 말로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그간 안정성에 많은 지적을 받아온 광역버스의 경우 안전벨트를 미착용하는 ‘입석’의 위험을 안고 달리는 시한폭탄과도 같다는 것이 사실이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광역버스는 출퇴근 시간대 사람들의 손과 발이 돼주지만 만약 사고라도 난다면 대형인명사고로 이어질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탑승해본 광역버스에서도 대다수 탑승객들은 탑승과 동시에 모자란 아침잠을 보충하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 볼 뿐 안전벨트 착용을 위해 신경 쓰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정부의 정책을 질타한 전문가들 역시 “사전 조사와 이에 대한 대책이 부실한 상태에서 입석금지를 강행해 큰 혼란을 야기한 것 때문에 비판받는 것이지 그 취지와 내용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 국토부는 광역급행버스 M버스의 노선입찰과 선정, 차량반입까지 관리 감독하는 주무부처다. M버스는 버스 정면에 남은 좌석 수를 표시하고 버스 정원에 맞는 탑승객만을 태우는 급행버스로써 서울, 경기, 인천을 잇는 20개 노선 174대가 운행 중이다. ⓒ스카이데일리

입석과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인한 안전사고에 대비하자는 노력은 이번 정책과 무관하게 이미 2년여 전부터 시행되고 있었다. 2012년 10월부터 운행 중인 M버스(Metropolitan Bus)가 그것이다.

광역급행버스인 M버스는 버스 정면에 남은 좌석 수를 표시하고 버스 정원에 맞는 탑승객만을 태우는 급행버스로써 서울(일부), 인천과 경기도 고양시, 김포시, 남양주시, 성남시, 수원시, 시흥시, 안산시, 용인시, 파주시, 화성시 등을 잇는 20개 노선 174대가 운행 중이다.

주목할 부분은 이 버스제도의 시행처가 바로 국토부라는 것이다. 국토부는 M버스의 노선입찰과 선정, 차량반입까지 관리 감독하는 주무부처다. 이미 2년 전부터 입석을 금지한 노선을 선별해 관리감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석금지 첫 날부터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온 갖가지 문제점들을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광역버스 좌석제도와 이후 도입된 탄력적인 입석허용은 둘 다 여론을 호도할 목적으로 시행된 정책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안전을 위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책 실행에 앞서 국민 생활의 불편함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연구와 대책마련이 선행되야”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