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의 건설경영…실적 의외 속 ‘위기 왜’

모·녀의 건설경영…실적 의외 속 ‘위기 왜’
[위기경영 건설업<13>]-울트라건설…강현정 사장 ‘미국 국적· 위기 자초’ 논란

김신 기자(s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4-11-04 00:05:13

울트라건설의 전신은 지난 1965년 설립된 유원건설이다. 대기업 건설사들의 틈에서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여 오던 유원건설은 1995년 부도를 맞았다. 그 이듬해 유원건설은 한보그룹에 인수돼 한보건설로 사명이 바뀌었다. 당시 건설업계에서는 향후 한보건설의 행보에 기대감을 드러내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기대는 곧 무너졌다. 얼마 안가 한보그룹이 붕괴되면서 한보건설 마저 법정관리(현·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한보건설은 2000년 한국계 미국기업인 울트라콘으로 넘어갔다. 2001년 법정관리 종결 결정을 받고, 사명을 지금의 울트라건설로 바꿨다. 2003년 울트라콘의 창업주인 고 강석환 회장이 타계한 후 울트라건설은 부인인 박경자 회장과 차녀인 강현정 사장이 함께 이끌고 있다. 이들 모녀는 국내 건설업계의 유일한 여성 경영인으로 불리며 울트라건설의 성장을 도모해 지난 7월 말 기준 도급순위 43위에 까지 올랐다. 그러나 최근 울트라건설에는 또 다시 먹구름이 드리워 건설업계와 증권가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울트라건설은 지난 8일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약 보름 만인 지난 22일 법원으로부터 법정관리 개시결정이 내려져 현재는 기업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특히 울트라건설이 과거 두 번의 법정관리 절차를 밟은 이력과 함께 ‘모녀가 고군분투해 키워낸 기업’이라는 점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을 더욱 키우기도 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우려 대신 따가운 눈총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의 일단이 “오너 기업 퍼주기의 결과다”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법정관리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 일각의 여론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가 조명을 받고 있는 울트라건설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 등에 대한 업계와 증권가 및 주변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 지난 4월 기준 도급순위 43위의 중견건설업체인 울트라건설이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대해 잡음이 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법정관리를 면할 수 있는 재무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한 배경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오너 일가의 개인 기업에 대한 지원이 배경이 됐다”는 주장이 일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울트라건설 본사 ⓒ스카이데일리

도급순위 43위 울트라건설 법정관리 신청 배경 ‘의문 일어’

도급순위 43위의 울트라건설이 지난 8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약 보름 후인 22일 개시결정이 내려져 법정관리 철자에 들어갔다. 그런데 울트라건설이 법정관리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잡음이 일고 있어 업계와 증권가,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및 건설업계, 증권가 등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 관계자들과 울트라건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이번 울트라건설의 법정관리 결정은 ‘놀랍다’는 반응이 많다. 울트라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지 않았고, 자체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울트라건설 내부 관계자들 조차도 이번 법정관리에 대해 물음표를 그리는 여론이 일고 있다. 울트라건설 한 관계자는 “자금난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 건설사들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심한 수준은 아니었다”면서 “올 하반기 경기가 좋을 것으로 전망돼 법정관리는 예상하지 못했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도 출근해서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2014년 6월 30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실제로 최근 울트라건설 연결 실적은 △2012년 매출액 4482억원, 영업이익 120억원, 당기순이익 44억원 △2013년 매출액 6530억원, 영업이익 178억원, 당기순이익 58억원 △2014년 상반기 매출액 1786억원, 영업이익 9억원, 당기순손실 26억원 등이었다.

최근 2년간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며 양호한 실적을 이어오다 올 상반기에만 적자를 기록하며 잠시 주춤한 것이다. 적자 규모도 앞서 2년간 순이익에 비하면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건설업계의 중론이다.

울트라건설의 재무상황은 크게 양호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종업계 타 기업에 비해 특별히 나쁜 편은 더더욱 아니었다. 오히려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일례로 울트라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 2012년 738.7%에 달했지만 지난해 483.8%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에는 전년 말에 비해 약 40% 감소한 444.8%를 기록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이처럼 울트라건설의 실적이나 재무상황에서 법정관리를 결정할 만한 특별한 사안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유가 궁금하다’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이에 법정관리 결정이 석연치 않다며 그 배경에 의구심을 보이는 목소리 또한 점차 많아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법정관리는 기업이 급박한 자금사정 탓에 불가피하게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데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기업 이미지나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법정관리를 피하려 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한 중역은 “이번 울트라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증권가와 업계는 상당히 혼란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로 인해 울트라건설이 굳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드러내는 한편 ‘또 다른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그 배경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 “오너 개인 기업 퍼주다가 상장기업 법정관리 분통” 여론

▲ 울트라건설은 지난 9월 말 기준 채무보증잔액이 1650억원에 달했는데, 이 중에는 오너 개인기업과 다름 없는 계열사의 채무보증도 포함돼 있었다. ⓒ스카이데일리

업계에 따르면 법정관리 배경에 대한 의견 중 ‘일부 계열사에 대한 채무보증이 법정관리의 배경이 됐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30일 기준 울트라건설의 채무보증 잔액은 총 1650억원에 달한다. 채무자 별 채무보증 잔액을 보면 골든이엔씨 370억원, 오션뷰 411억원, SHK SPC 585억원, HS퍼스트 195억원, 에코참누리 65억원, 기타 23억원 등이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결국 채무보증 기한은 다가오는 데 돈을 빌린 기업은 갚을 능력이 없어 대부분의 빚이 울트라건설에게 전가될 위기에 처하자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골든이엔씨·오션뷰 등은 최근 2년 간 순손실을 기록했고, 재무상황도 크게 악화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새로운 논란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울트라건설이 채무보증을 선 계열사 중 일부가 오너 개인 기업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를 받아 온 계열사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오너 챙기다가 법정관리까지 간 것과 다름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울트라건설 소액주주들의 주장에 따르면 울트라건설이 채무보증을 선 계열사 중 골드이엔씨와 오션뷰는 모두 오너 일가가 100%의 지분을 보유해 ‘오너기업’으로 불려 왔다. 지난해 말까지도 골드이엔씨는 강현정 사장이 지분의 100%를, 오션뷰는 강 사장 및 모친인 박경자 회장, 또 박 회장의 일가가 지분의 100%를 각각 갖고 있었다.

강 사장은 회원권 분양 차질로 대출금 상환에 차질을 빚자 추가로 개인 보증을 설 정도로 개인 계열사에 애착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지분 100%를 보유한 골든이엔씨의 PF 대출에 대해서는 울트라건설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결정을 내리기 까지 했다고 업계 한 관계자는 전했다.

논란이 되는 것은 이 같은 결정이 강 사장 개인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울트라건설은 상장기업이지만 지분의 51.24%를 미국법인인 울트라콘이 갖고 있다. 이 울트라콘은 강현정 사장이 지분의 100%를 보유했다. 사실상 강 사장이 울트라건설의 지분 51.24%를 보유한 것과 다름없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 미국 국적을 보유한 강현정 사장은 울트라건설의 지분 51.24%를 보유한 미국법인인 울트라콘의 지분 100%를 보유했다. 이로 인해 울트라건설은 ‘사실상 검은머리 외국인의 1인 주총 기업’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

이에 대해 울트라건설의 한 소액주주는 “통상적으로 한 명의 주주가 지분의 절반 이상을 갖고 있는 기업은 ‘1인 주총’이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기업 경영과 관련된 의사 결정의 단독 처리가 빈번하게 이뤄진다”며 “따라서 채무보증과 법정관리 등 결정이 강 사장 단독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강 사장 개인이 내린 결정으로 인해 다수의 기존 울트라건설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일어날 수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현재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강 사장이 상장기업을 바탕으로 자신의 개인기업을 퍼주다가 위기를 자초했다. 이는 배임으로 비쳐질 가능성도 있다’는 등의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울트라건설은 공시를 통해 “회생절차 신청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