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내우외환에 빠졌다. 부채비율 증가, 주력계열사의 실적 부진 그리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구속 등으로 그룹의 총수 조양호 회장의 얼굴에서 근심이 떠날 날이 없다. 이런 가운데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한 다른 의견들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한진그룹은 계열사인 한진에너지가 보유한 에스오일 주식 28.41%를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한진에너지 보유 주식 3198만3586주를 모두 에스오일의 최대 주주인 아람코에 넘긴다고 한진그룹이 지난 15일 밝혔다. 아람코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석유회사이며 한진에너지는 아람코로부터 1조9830억원을 받고 주식 전부를 처분한다.

이번 매각은 한진그룹이 2013년 말 발표한 그룹 재무구조개선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당시 한진그룹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총 5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세웠는데 이 가운데 대한항공은 3조5000억원을, 나머지는 한진해운이 자구안을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대한항공은 에스오일 지분 및 항공기 매각, 투자자산 및 보유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3조5000억원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얻은 자금은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452.4%로 10대 그룹 중에 가장 높다. 최근 재벌닷컴 등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144.8%로 부채비율이 2위인 한화그룹보다 3배 가량 많았고 다른 그룹보다는 5~10배 가량 높았다.

한진그룹의 부채비율과 부채총액은 ▲ 2010년 248.3%, 23조9000억원 ▲ 2011년 381.9%, 29조7000억원 ▲ 2012년 437.3%, 30조8000억원 ▲ 2013년 452.4%, 32조4000억원 등으로 비율과 총액이 해마다 증가했다.

주력계열사인 대한항공은 2013년말 18조7000억원에서 2014년 3분기 말 19조3000억원으로 부채가 6000억원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823.3%에서 837.0%로 늘어났다.

최근 대한항공의 실적은 매출액 11조원대를 유지하면서 이익과 손실을 번갈아 나타내는 양상이다. 대한항공의 연도별 개별 실적은 ▲ 2011년 매출액 11조8031억원, 당기순손실 3011억원 ▲2012년 매출액 12조2617억원, 당기순이익 2600억원 ▲ 2013년 매출액 11조7124억원, 당기순손실 2905억원 ▲ 2014년 3분기 누적 매출액 8조7862억원, 당기순이익 441억원을 기록했다.

또다른 주력사인 한진해운의 실적은 참담했다. 해운의 개별 실적은 ▲ 2011년 매출액 9조1695억원 당기순손실 7411억원▲ 2012년 매출액 10조1746억원, 당기순손실 7008억원 ▲ 2013년 매출액 9조8833억원, 당기순손실 7122억원 ▲ 2014년 3분기 누적 매출액 6조2805억원, 당기순손실 3402억원을 기록했다.

한진그룹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됐고 2009년부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개선을 추진해왔다.

한진그룹의 재무구조 악화에 대해 업계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쏟아졌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진그룹이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재무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에 놓일 것이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서둘러 유동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제2의 동양 사태가 될 위험성이 있다”며 “안그래도 그룹이 힘든데 지난해 말 조현아 전 부사장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은 위기에 처했다. 누구보다 힘든 사람은 그룹 회장인 조양호 회장일 것이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한진그룹의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은 구속수감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었다. 조 전 부사장은 소위 ‘땅콩 회항’으로 전 국민의 공분을 샀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19일 열린 첫 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은 항로변경 등 자신의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주요 관련자들이 국토부와 검찰 수사 당시 정확하지 않은 기억에 의해 진술했거나 의도적으로 과장된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검찰의 공소내용 중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 등 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사건을 담당한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는 “피고인(조현아)의 양형과 관련 재판부 직권으로 조양호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진그룹은 안으로는 재무구조 악화, 밖으로는 거센 사회적 비판을 받으며 내우외환에 빠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땅콩 회황 사건이 언론 등으로 인해 과도하게 비난을 받으면서 대한민국마저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학의 한 사회학과 교수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잘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회적 지탄을 받아야 마땅하고 깊은 반성을 해야하는데 그는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시인하지 않아 안타깝다”며 “하지만 무조건 잘못했으니 죽으라는 식의 앙갚음식, 분풀이식 비난 여론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이 화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 자신 속에 쌓인 분노를 긍정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화낼 상대를 물색하다 걸리기만 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쏟아내고 있다”며 “좀더 성숙한 사회로 가려면 정치권과 재벌들도 변해야한다. 그들과 다르게 대다수의 국민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 그래야 지도층이 바뀔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대한항공이 민간항공사이지만 해외에서는 대한민국의 국책항공사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과거에 국책항공사이기도 했다”며 “국책항공 이미지가 강한 대한항공은 이번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큰 이미지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한항공의 이미지가 추락하다보니 덩달아 우리나라 이미지까지 떨어지고 말았다”며 “우리 사회 내부에서 끝낼 문제가 밖으로 퍼지면서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됐다. 여기에는 황색 언론이 한 몫을 톡톡히 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