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치권에 몸담기 전부터 젊은 층으로부터 큰 지지를 받았다. 멘토를 자처하며 청년들과 소통을 나누고, 자신의 철학을 세상에 알렸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됐고, 정치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이런 관심은 주식투자자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투자자들은 그가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관련 테마주 찾기에 분주했다. 그러던 중 우성사료라는 회사가 증권가에서 회자되면서 이 회사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배합사료 제조기업인 우성사료가 떠오르게 배경은 이 회사가 MBC 전 앵커이자 국회의원인 신경민 의원(새민련)의 처가 쪽 사람들이 운영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신 의원의 아내는 정보연 우성사료 회장의 동생 정순옥 씨인데, 안 의원과 신 의원의 친분이 두텁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우성사료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고조됐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직후 이 회사의 주식은 안 의원의 정치테마주로 급부상, 그의 행보에 이 회사의 주가도 궤를 같이했다.

지난 2012년 7월23일 안 의원은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해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나의 생각에 대해 동의한다면 (대선출마를) 고려해볼 수 있다”면서 자신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내놓은 이유를 밝혔다. 대선출마를 시사하는 그의 발언에 투자자들은 우성사료 주식매수에 나섰고 주가는 폭등하기 시작했다.

방송이 전파를 탄 이날 우성사료의 주가는 5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후 안 의원이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한 9월 19일 주가는 8050원까지 치솟았다. 두 달도 채 안 돼 주가가 51.9% 뛴 것이다. 같은 달 21일에는 장중 최고가인 9690원을 찍기도 했다.

이후 대선후보를 문재인 의원에게 양보하면서 우성사료에 대한 관심도 시들었다. 9000원대였던 주가는 안 의원이 후보에서 물러난 채 대선을 치른 12월에 2000원대까지 뚝 떨어졌다.

그러나 이후 2013년 2월경 4·24 보궐선거에 안 의원이 출마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는 또다시 상승하기 시작했고 안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던 3월 4일에는 연중 최고가인 5060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런 주가 흐름이 대주주 오너일가의 배불리기로 악용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성사료의 최대주주 친인척들이 정치 테마를 업고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줄줄이 차익을 실현했다.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2011년 12월부터 주식 매도량은 급격히 늘어났다. 2011년 12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총 63회에 걸쳐 327만9190주를 팔아치웠다.

이에 따라 우성사료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011년 3분기 48.27%에서 2014년 동기 36.41%로 3년 동안 11.86%포인트 줄어들었다.

1000원대였던 주가가 9000원대까지 올랐던 점을 감안해 시세 차이를 5000원 정도라고만 가정한다 해도 이 경우 오너일가는 약 160억원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계산된다.

2012년 11월 2일(종가 4875원)에는 우성사료가 자사주(518만7770주)를 몽땅 처분했다. 시세 차이를 3500원으로 잡으면 약 180억원의 차익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우성사료 계열사인 우성양행, 우성운수 등도 자사가 보유한 우성사료 주식 21만주를 2013년 5월~6월 한 달여 동안 11차례에 걸쳐 3000원 안팎에 매도했는데, 주당 2000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계산해보면 약 4억원을 벌어들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안 의원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면서 우성사료 주가가 폭등하자 오너일가는 기다렸다는 듯이 수십 차례 연이어 주식을 팔아 거액의 시세차익을 누렸다”며 “우성사료와 그 계열사들이 거둔 시세 차익 또한 결국은 이들 회사들을 지배하고 있는 오너일가에게 돌아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증권가에서는 테마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온다. 테마주는 거품이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것이다. 실적과는 무관한 주가의 흐름은 개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개미지옥’이라는 말까지 회자된다는 것이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로 우성사료의 주가가 오를 당시 이 회사의 실적은 반영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2012년 2분기 매출은 825억원으로 전년동기(789억원) 대비 4.6% 오르는 데 그쳤다. 매출이 오르기는 했지만 주가가 급등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증권가의 시각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오히려 떨어졌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18억원으로 전년동기(24억원) 대비 25%감소했으며, 당기순이익은 16억원으로 전년(33억원) 대비 51.5% 급감했다. 정치테마주의 주가가 거품이라는 의견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을 당시 공개됐던 이 회사의 실적 또한 주가에 반영되지 못했다. 우성사료의 2012년 3분기 실적은 ▲매출 889억원(전년동기 870억원·2.2%↑) ▲영업이익 2억원(전년동기 44억원·95.5%↓) ▲순이익 29억원(전년동기 3000만원·9567%↑) 등 영업이익은 급감했지만 순이익은 100배 가까운 증가를 기록했는데도 주가는 추락한 것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정치테마주의 주가는 실적과 무관하게 시장의 이슈나 정치권의 움직임에 따라 오르내리는 양상을 보인다”며 “회사의 경영능력은 반영되지 않은 채 뒷배경에 따라 오르내리는 주가는 자칫 개미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