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총수후계들과 ‘격의없는 독대’ 절실

박 대통령, 총수후계들과 ‘독대’ 절실
[진단]삼성·현대·LG 각별한 3월말…서거·창립일 맞아 ‘청와대 소통론’ 제기

민현배 기자(yamin@skyedaily.com)

기사입력 2015-03-20 15:37:00

3월은 국내 3대 대기업과 인연이 많은 달이다. 우선 3월 21일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서거한 날이다. 내일(21일)은 정주영 창업주의 서거 14주기다. 제사가 있는 오늘(20일) 저녁에는 정주영 회장이 살았던 종로구 청운동 자택으로 정몽구 현대차 회장,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 회장, 현정은 현대 회장 등 범현대가의 인물들이 대거 모일 것으로 보인다. 22일부터는 그룹들의 창립기념일이 연달아 예정돼 있다. 22일은 삼성그룹의 창립기념일, 23일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창립기념일, 27일은 LG그룹의 창립기념일이다. 77주년 창립일을 맞은 삼성그룹은 외부행사 없이 조용하게 기념일을 보낼 예정이다. 그룹 차원의 시상식, 기념방송 등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23일은 현대중공업이 창립 43주년을 맞는 날이다. 현대중공업은 매년 3월이면 정주영 창업주에 대한 기사를 사보를 통해 내보냈는데, 올해는 창립 43주년을 특집으로 세웠다. 오는 11월에 탄생 100주년이 되는 정주영 창업주의 기념일에 맞춰 행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27일은 구인회 창업주가 LG그룹을 세운지 68주년이 되는 날이다. LG그룹은 요란한 행사 없이 기념일을 조용히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4월 둘째 금요일에 그룹 전체가 휴무에 들어간다. 3월은 3대 기업의 창업주를 떠올리게 한다. 이들은 국가 산업화를 이끈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거나 정부 시책에 협조하면서 기업을 더욱 성장시켰다. 재계 원로들에 따르면 당시 박 전 대통령들은 기업 총수들과 자주 독대를 갖고 국가와 경제를 살릴 일을 논의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기업의 고충을 듣고 밀어주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의 이런 모습을 롤모델로 삼아 현재의 젊은 총수들과 자주 만나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가와 경제에 중요한 결정을 심도 있게 결정 내리자는 의도다. 스카이데일리가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이 자주 만나야 한다는 내용의 재계 목소리를 들어봤다.

▲ 3월은 3대 기업과 연관이 깊은 달이다. 오늘(21일)은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서거일이고, 내일(22일)은 삼성그룹의 창립일이다. 오는 23일은 현대중공업이, 27일은 LG그룹이 각각 태동한 날이다. 사진 왼쪽 상단부터 삼성그룹 서초 빌딩, 현대그룹, LG그룹, 삼성그룹 태평로 빌딩, 현대그룹 계동 빌딩, 현대차그룹. ⓒ스카이데일리

삼성·현대·LG그룹, 한국 경제 주춧돌 놓고 지금은 경제엔진 역할

3월은 삼성, 현대, LG와 연관이 많은 달이다. 내일(21일)은 정주영 창업주 서거일, 모레(22일)는 삼성그룹 창립일이다. 이어 23일은 현대중공업 창립일, 27일은 LG그룹 창립일이다.

이처럼 3월은 한국경제의 주춧돌을 놓은 삼성, 현대, LG 각 그룹의 창업주인 이병철, 정주영, 구인회 등 3인의 창업주들을 떠오르게 한다.

▲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등 [2013년 기준] ⓒ스카이데일리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1938년 3월 22일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세웠다. 이어 1947년 서울에서 삼성물산공사를 설립한 후 1953년 제일제당, 1954년 제일모직을 연달이 설립했다.

창립 77년에 이르는 동안 삼성그룹은 큰 성장을 일궈냈다. 창립 초기 200여명 수준이던 임직원 수는 50여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실적 면에서는 더 큰 성장을 만들어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자산, 매출 면에서 한국 1위 기업집단은 삼성그룹이다.

2013년 말 기준 삼성그룹의 자산은 331조원, 매출액은 333조원이다. 그룹 전체의 당기순이익만 24조원에 이르렀다. 계열사는 74개이며 주요 계열사로는 삼성전자, 제일모직,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생명 등이 있다.

삼성그룹은 전자, 중공업, 건설, 화학, 보험, 호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특히 반도체,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확고한 글로벌 브랜드 입지를 굳혀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등 [2013년 기준] ⓒ스카이데일리

범현대그룹을 일군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1938년 자신이 일하던 쌀집 복흥상회를 주인으로부터 물려받으면서 현대그룹 모태를 만들었다.

정 창업주는 1940년 아도 서비스, 1946년 현대자동차공업사, 1947년 현대토건사를 각각 설립했다. 지난 1971년 3월에는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시멘트를 묶어 현대그룹을 출범시켰다.

현재 범현대그룹은 후계체계로 내려오면서 현대그룹,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으로 갈라진 상태다. 정주영 창업주의 적통을 받은 현대그룹은 2013년 자산 11조1130억원, 매출액 11조5960억원을 기록하며 공정위 기준 재계 29위를 달리고 있다.

범현대가 그룹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2013년 기준, 자산 180조9450억원, 매출액 158조7980억원을 달성하며 삼성그룹에 이어 민간기업으로는 재계 2위에 랭크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자산 58조3950억원, 매출 60조804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자산 11조1130억원, 매출액 5조6230억원을 달성했다.

현대그룹은 선이 굵은 정주영 창업주의 성격처럼 중공업, 건설업, 제조업 등 남성스러운 사업을 주로 영위해 왔다.

▲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등 [2013년 기준] ⓒ스카이데일리

LG그룹은 구인회 창업주가 1931년 설립한 구인회상점이 그 모태다. 구 창업주는 1941년 사돈관계이던 허만정과 동업을 시작하며 사세를 확장시켰다.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를 설립하며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구 창업주가 세운 범LG그룹 역시 LG그룹, LS그룹, LIG그룹 등으로 계열이 분리된 상태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LG그룹은 자산이 102조600억원, 매출이 116조4680억원으로 재계 서열 6위다. LS그룹은 자산 20조3670억원, 매출 26조9660억원으로 재계 23위다.

과거 ‘동동구리무’ 화장품으로 유명했던 만큼 LG그룹은 화장품 업종에서 전통의 강자 자리를 지켜왔다. 이밖에도 전자, 건설 등에서 LG는 자신만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재계 “대통령이 기업인들 격의없이 만나 얘기 들어줘야 기업이 성장”

창업 이후 3인의 창업주가 기업을 크게 키울 수 있었던 것은 대한민국이 산업화 시기를 거쳤기 때문이라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3인의 창업주는 일제강점기에 창업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을 겪으면서 각자의 기업을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대 기업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면서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며 “3인의 창업주와 박 전 대통령은 모두 세상을 떠났지만 지금은 박 대통령과 창업주의 자손들이 지난날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는 모습이다”고 전했다.

▲ 삼성·현대·LG 등 3대 기업이 3월 들어 창립기념일을 맞고 있다. 3대 기업들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져 국가 산업화 시기에 크게 성장했다. 현재는 3~4대 들어 창업주의 유지를 이어받아 기업을 이끌고 있다. 사진은 왼쪽 상단부터 이병철 삼성 창업주, 정주영 현대 창업주, 구인회 LG 창업주, 이재용 삼성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상무 .[사진=각 사, 뉴시스]

박 전 대통령은 1960~1970년대 국가 산업부흥을 위해 경제개발 5개년을 추진했다. 당시 재계를 이끌던 이병철, 정주영, 구인회 등 3인은 국가 시책에 맞춰 각자의 사업을 진행했다.

특히 정주영 창업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았다. 정 창업주의 자서전에는 박 전 대통령과 정 창업주와의 일화가 자세히 소개돼 있다.

이처럼 3대 기업 등 재계가 과거 국가의 도움으로 성장한 만큼 지금 역시 국가의 지원으로 다시 한 번 성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계는 1970년대처럼 3대 기업이 미래에 한번 더 크게 성장하려면 박근혜 대통령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기업들과 자주 소통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원로 기업인은 “당시 박 전 대통령은 기업 총수들과 자주 독대를 가진 것으로 안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하지 못하는 중요한 얘기를 단 둘이 만나 심도 있게 얘기를 나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 대통령은 기업인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는 아버지를 롤모델로 삼으면 될 것이다”며 “조만간 물러날 총수들이 아니라 젊은 예비 총수들을 자주 만나야 한다. 밥도 먹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할 기회를 기업인들에게 줘야 한다”고 전했다.

▲ 최근 재계에서는 대통령이 젊은 총수들을 자주 만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 정주영 현대 창업주, 구인회 LG 창업주와 자주 만나 국가 경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전해진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이재용 삼성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상무 등 차기 총수들을 자주 만나 우리 경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뉴시스]

경제단체의 한 임원은 “기업 총수나 경제단체장이 대통령과 비공개, 단독으로 만나는 일을 밀실야합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며 “기자들이 있고 여러 기업인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의례적인 이야기만 나온다. 진짜 이야기는 주위를 물리친 후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 대통령이 그런 자리를 자주 만들어 젊은 기업인들의 고충과 희망을 들어주면 기업이 성장하고 운영함에 있어 훨씬 수월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특히 요즘처럼 재계를 향한 사정정국이 형성된 때에는 기업인이 숨 쉴 구멍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전했다.

또 그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구광모 LG 상무처럼 향후 기업을 짊어질 젊은 후계들을 대통령이 자주 만나면 그것 자체게 기업인들에게 힘이 되고 기회가 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