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 가구 급격한 증가에 가족해체 위기

1~2인 가구 대세에 ‘가족의 정’ 사라져

안효준 기자(hja@skyedaily.com)

기사입력 2012-03-22 00:02:31

유교문화권의 한국은 전통적으로 여러 대의 직계 존비속이 모여사는 대가족 형태를 띠어왔다. 하지만 산업화 파고를 타고 대가족 제도가 급속히 붕괴되면서 부부와 그들의 미혼자녀로만 구성된 ‘핵가족’(核家族, nuclear family) 시대가 일반화 됐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화할 70~80년대의 과도기에 사회학자와 언론들은 가족의 붕괴 내지 해체현상이라며 크게 우려했었다. 실제로 자녀가 부모를 모시지 않으려는 성향도 이때부터 강해졌다. 핵가족은 단란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할아버지·할머니와 손자라는 직계의 정을 사실상 단절시켰다. 그런데 이 같은 핵가족도 그나마 무너졌다. 통상 3~4인 형태로 이뤄진 핵가족이 1~2인 가구에 추월당한 것이다. 1995년부터 2010년 사이 15년간 벌어진 역전현상이다. 이들 가구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상황이 이르렀다. 특히 외톨이 1인 가구가 12.7%에서 두 배 수준인 23.9%로 늘어나 무려 250만가구나 되는 상황이 됐다. ‘나 홀로 가구’의 전성시대를 맞은 한국은 그 어떤 국가보다 ‘외로운 나라’가 됐다. 1인가구의 증가는 미혼·이혼·사별 등의 급증에 따른 ‘유배우율’ 감소도 직접적 영향을 받았다. 사실상 한국 가정의 위기, 가족 해체의 위기국면이다. 스카이데일리가 통계청의 ‘인구·가구 구조와 주거 특성 변화’ 자료를 입수해 1~2인 가구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핵심 내용을 들여다보았다.

▲ 한국은 전통적인 대가족 제도에서 ‘핵가족’으로 변화한 뒤 다시 ‘나홀로 가구’와 ‘2인 가구’ 로 급격히 분화됐다. ‘가족의 정’을 중요시 해 온 한국의 가족문화는 이미 해체의 길을 가고 있어 우려스럽다. <사진은 특정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한 가구의 인원이 점차 줄어들면서 한명이나 두 명이 사는 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인구·가구 구조와 주거 특성 변화’에 따르면 지난 1995년과 2010년 사이 국내 주된 가구 유형이 3·4인 가구에서 1·2인 가구로 변화했다.

1995년에는 전체 가구 중 4인 가구의 비중이 31.7%, 3인 가구는 20.3%로 3·4인 가구가 총 52%를 차지해 대체적인 가구 형태였다. 1인 가구와 2인 가구는 각각 12.7%, 16.9%에 머물렀다.

▲ 자료:통계청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2010년 조사에서는 2인 가구(24.3%)와 1인 가구(23.9%)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다. 1·2인 가구 비중은 29.6%에서 48.2%로 증가해 전체 가구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1995년부터 2010년 사이 1·2인 가구는 452만(1인 250만, 2인 202만) 가구가 증가해 같은 기간 늘어난 전체 가구(438만)보다 많았다.

반면 전통적인 핵가족 형태였던 3·4인 가구의 비중은 43.8%로 크게 줄어 들었다.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1·2인 가구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으며 일생 중 1·2인 가구로 보내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 자료:통계청

미혼·이혼·사별 증가로 유배우율 감소

우리나라는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인 ‘합계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이다. 최근 자녀를 3명 이상 낳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로 저출산 시대를 맞고 있다.

자녀를 결혼시킨 후 부부만 남는 가정이 대부분이며, 젊은 부부들 가운데 맞벌이나 저소득으로 인해 아이를 낳지 않는 비중도 늘어난 것이 1·2인 가구 증가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장년층의 미혼, 장년층의 이혼, 고령층의 사별 증가로 인해 배우자가 있는 가구주의 비율인 ‘유배우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5년 유배우율은 77.6%였지만 2010년 조사에서 66.6%로 집계돼 11%나 감소했다. 유배우율이 70% 밑으로 떨어진 것은 통계 조사 이후 처음이다.

또 2005년부터 1인 가구주의 주 혼인상태에도 패턴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미혼-유배우-사별’의 형태를 보이던 1인 가구주의 주된 혼인상태는 2005년 이후 ‘미혼-이혼-사별’로 바뀌었다.

이는 1995년도에는 40대의 유배우율이 가장 높았지만 2010년에는 이혼한 경우가 가장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편 기존 가족이 해체됨에 따라 주택과 가구 수의 증가가 인구 증가를 웃돌고 있었다.

1995년과 2010년 사이 인구는 397만명(8.9%) 증가한 반면 가구는 438만 가구(33.8%), 주택은 511만호(53.4%) 늘어났다. 또 1인 가구는 단독주택(59.4%)에, 4인 가구는 아파트(65.3%)에 주로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