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2만8천불 한국, 삶은 500불 최빈국 ‘기니’ 수준

소득 2만8천불 한국, 삶은 500불 최빈국 ‘기니’ 수준
평균수명 81세에 ‘49세 죽는 느낌’…살기 삻은 한국 ‘국적포기 러시’

최성규 기자(powwow12@skyedaily.com)

기사입력 2015-06-25 17:23:18

2000년대 들어와 ‘복지·행복·안녕’ 등의 개념을 포함한 ‘웰빙 시대’가 본격화됐다. 웰빙은 몸과 마음, 일과 휴식, 가정과 사회, 자신과 공동체 등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룬 상태를 말한다. 웰빙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며 웰빙을 수치화하려는 노력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중 유명한 것은 갤럽에서 조사하는 ‘글로벌 웰빙 보고서’와 OECD의 ‘더 나은 삶’ 지수, UN의 ‘행복지수’ 등이 있다. 이들 보고서는 건강과 안전, 직장이나 공동체에서 느끼는 소속감, 여가생활, 가족 간의 유대, 심리적 안정, 자기만족도 등을 척도로 삼아 통계를 작성한다. 한국은 이런 보고서가 발표될 때 하위권을 차지하는 단골 국가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발표한 ‘갤럽·헬스웨이 2014 글로벌 웰빙’ 보고서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145개국 가운데 117위를 기록했다. 작년 한국의 웰빙지수는 75위로 중위권이었으나, 1년 만에 42계단 하락해 최하위권 국가가 됐다. 평균수명 81세, 1인당 GDP 2만8338달러, 세계경제 규모 14위의 한국의 웰빙지수는 평균수명 49세, 1인당 GDP 500달러 수준의 최빈국 아프리카 기니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실제로 한국에서의 삶이 행복하지 않아 한국을 떠나는 선택을 하는 젊은 사람들이 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각종 웰빙 지표를 통해 한국인이 행복하지 못한 원인을 점검해보고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 한국의 웰빙지수는 평균수명 49세, 1인당 GDP 500달러 수준의 최빈국 아프리카 기니보다 낮게 평가받았다. 이렇게 평가한 사람은 한국인 본인들이다. 한국은 조사 대상 145개국 가운데 117위를 기록했다. 작년 한국의 웰빙지수는 75위로 중위권이었으나, 1년만에 42계단 하락해 최하위권 국가가 됐다. 사진은 명동 시내. ⓒ스카이데일리

여론조사기관 갤럽과 보건컨설팅회사 헬스웨이가 발표한 ‘갤럽·헬스웨이 2014 글로벌 웰빙’ 보고서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145개국 가운데 117위를 기록했다. 한국과 비슷한 110위권 대에는 말리와 그리스, 팔레스타인, 니제르, 보츠와나, 모로코, 기니 등이 있다.

갤럽과 헬스웨이는 매년 15세 이상 10만명 이상의 남녀를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 방식으로 국력이나 실질적인 국민 건강상태와 별도로 국민 스스로 느끼는 주관적인 삶의 질 체감 지수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조사 참가자에게 항목마다 ‘번영중’(thriving), ‘고전 중’(struggling), ‘고통받는 중’(suffering) 가운데 하나를 택하도록 해서 평균을 낸다.

올해 발표된 웰빙지수에서 3개 항목 이상에서 ‘번영 중’(thriving)이라고 답한 한국인은 9.4%에 불과했다. 1년 전의 응답률 14%보다 4.6%나 떨어졌다. 복지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지난 1년 간 한국인들의 삶이 더 힘들어졌다거나 상대적으로 느끼는 박탈감이 심화됐다고 해석했다.

▲ 자료: 갤럽 ⓒ스카이데일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5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2015)’에서도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낮게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36개 조사대상국 중 27위를 차지하여 지난해보다 두 단계 떨어졌다.

2011년부터 매년 발표되는 ‘더 나은 삶 지수’에는 34개 OECD 회원국 외 러시아·브라질이 포함돼 있다. 이 지수는 주거, 소득, 환경, 삶의 만족도, 안전 등 11개 부문을 평가해 종합적인 삶의 질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11개 세부 평가부문 중에서 웰빙과 가장 밀접한 ‘삶의 만족도’ 부분에서 한국은 6.6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OECD 평균인 5.8에 비해 크게 낮은 점수였다.

평가항목 중 ‘일과 직장의 균형’ 부문에서도 한국은 전체 36개국 중에서 32위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한국 근로자의 근무 시간은 OECD 평균보다 많으며, 여가 시간이 부족하다고 평했다. 특히 여성 근로자의 경우 육아와 일을 병행하다보니 여가 시간이 부족하고 경력 단절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헬스서비스기업 시그나그룹에서 최근 실시한 ‘시그나360°웰빙지수’ 설문조사에서도 한국인의 웰빙지수는 전체 평균 점수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 30대의 웰빙지수는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낮았다.

시그나360°웰빙지수는 전반적인 웰빙에 대한 인식과 신체건강·사회관계·가족·재정상황·직장 등 5가지 핵심부문을 측정한 것이다. 조사는 한국, 중국, 홍콩, 태국, 뉴질랜드, 영국 등 6개국에서 대표 표본 1000명씩 무작위로 추출해 온라인 설문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의 연령대별 웰빙지수는 30대가 100점 만점에 59.9점으로 제일 낮았고, 40대와 50대가 각각 61.7점, 62.1점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의 30대들은 재정 문제와 직장 고충이 웰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직장 안정성, 급여, 가정과 일의 균형을 묻는 직장 관련 3개 항목에서 30대가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지난 2013년 글로벌 웰빙 보고서에 따르며 ‘인생 목표 실현’ 부문에 긍정적인 대답인 ‘번영 중’(thriving)이라고 답한 사람은 14%에 불과했다. 반면 ‘고전 중’이거나 ‘고통받는 중’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46%와 40%에 달했다.

▲ 웰빙이 화두로 떠오르며 여가를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주5일제를 도입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OECD국가 중에서도 노동 시간이 많은 국가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입시 경쟁과 취업 경쟁에 지친 한국의 젊은이들이 삶의 만족도가 높은 북유럽행을 택하고 있다. 사진은 주말 여가를 즐기는 젊은 직장인들 ⓒ스카이데일리

갤럽은 한국인의 만족도가 14%에 그친 데에는 능력보다 연차에 따른 승진과 임금 제도와 같은 한국의 전통적인 조직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항목에서 무직인보다 직장인들의 불만족이 높았다고 소개했다.

한국 웰빙 지수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문제는 직장(근무) 만족도가 낮다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긴 노동시간이다. 2013년 기준 한국인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163시간으로 OECD 34개 회원국 중 멕시코(2237시간)에 이어 2위 국가였다. 이는 OECD 평균 노동시간인 1770시간보다 393시간이나 길었다.

임금 불평등도 국내 직장인들에게는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기여와 보상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국내 기업 대다수는 근속연수에 따라 연봉이 올라가는 연공급 임금 체계를 기본으로 선택하고 있어 보상 체계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가 큰 것도 직장인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취업 후 계속되는 경쟁으로 직장인들의 업무 만족도가 낮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대한민국, 국적 포기자 가장 많은 국가 불명예

한국에서 사는 것이 힘든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이민’이었다. 미국 국무부 발표에 따르면 2014년 미국 내 한국 영주권 취득자는 가족이민 8500명, 취업이민 1만1768명 등 모두 2만300여명이었다.

전통적인 이민 선호 지역은 취업 기회가 많은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회복지가 잘 돼 있고 시민들의 권리가 철저히 보장되는 북유럽이 젊은 세대로부터 새로운 이민지로 주목받고 있다.

외교부에 의하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에 체류 중인 재외동포 인구가 2007년 2123명에서 2013년 4113명까지 두 배 가량 증가했다. 북유럽 이민을 선호하는 계층은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다니는 30대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이민업계는 보고 있었다.

A이민업체 대표는 “과거 유럽 이민은 돈 많은 사람의 투자 이민이 주였다”며 “최근에는 입시 경쟁과 취업 경쟁에 지친 젊은 엘리트들이 희망이 안 보이는 한국을 떠나 삶의 만족도가 높은 북유럽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탈대한민국 현상은 국적포기로 이어지고 있었다. 지난해 4월 28일, 미국 시민권 문제를 다루는 공개 포럼 사이트인 ‘아이삭브록소사이어티(IsaacBrockSociety)’는 자국 국적을 포기한 해외이민자 숫자를 집계했다. 발표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집계가 가능한 아시아 선진국과 유럽의 일부 국가들 중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았다.

뉴질랜드는 인구 10만명당 4.5명, 홍콩은 25명, 일본은 89명, 대만은 152명인 데 비해 한국은 1680명이었다. 이 사이트는 “한국은 연간 2만5000명이 국적을 상실하는 국가로, 상실자가 귀화자보다 많은 유일한 아시아의 선진국”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 들어와 ‘웰빙’은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단어가 됐다. 물질적인 가치를 중시하던 사회는 웰빙 시대에 들어와 정신적 풍요와 행복, 자기만족 등을 삶의 중요한 척도로 삼고 있다. 한국의 경제는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도약했으나, 각종 웰빙 지표들은 한국인이 과거에 비해 불행해졌다고 말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보건복지부 공무원은 “삶의 질이라는 것은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단순히 북유럽 수준으로 복지정책을 편다고 해서 삶의 질이 확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현진권 자유경제원장은 “현재 한국 사회는 ‘양극화’라든지 ‘경제민주화’ 등 사회주의적 개념이 사회를 선동하고 있다”며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개인주의 사상을 중시하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개념을 학교나 사회에서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이 삶의 질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개인주의 가치를 전파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