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등 부자촌-최고 극빈촌 ‘30미터 이웃’

극과 극의 트라움하우스 vs 산청마을

김진수 기자(jinsuac@skyedaily.com)

기사입력 2012-05-02 00:01:05

전국의 아파트, 연립, 다세대 등 공동주택 중에서 가장 비싼 초고가주택 인근 30여미터 지점 바로 이웃에 절대 어울리지 않을 법한 마을이 하나 자리잡고 있다. 최고 52억원으로 얼마 전 공시가격이 발표된 대한민국 1등 주택 ‘트라움하우스’ 옆에는 이처럼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지 중 하나인 ‘산청마을’이 둥지를 틀고 있다. 부자구·부자동·부마마을의 대명사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리풀 공원 자락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이들 알부자와 극빈곤층간 이웃사촌들은 가깝지만 절대 가까이 하지도 않고 다가갈 수도 없다. 석양이 질 때면 초호화 주택과 무허가 비닐하우스·판자촌이 하나로 반사돼 하나의 시야에 들어오지만 냉정한 현실은 결코 어울릴 수 없는 풍경이다. 자본주의의 최고승자와 최고패자 간 전경 같아 서글픈 광경이다. 트라움하우스는 핵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지하 방공시설과 강도7의 지진에도 끄떡없는 내진설계를 갖췄지만 산청마을은 떡솜과 비닐합판 등으로 지어져 작은 성냥불에도 삽시간 쑥떼밭이 된다. 실제로 지난 2010년 화마가 이 마을을 쓸고가면서 전체 53가구 중 18가구가 전소되고 21가구가 생활터전을 잃었다. 트라움하우스는 또 군시설 못지않은 첨단 보안장비를 갖춰 흡사 요새를 방불케 하지만 산청마을은 언제든 공무원들에게 쫓겨날 처지다. 트라움하우스에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부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소유도 있는 등 대기업 오너와 큰 부자들이 즐비하게 거주하고 있다. 산청마을은 1961년 5·16 당시 일용직 근로자와 사업실패자 및 그들의 가족 등 극도로 코너에 몰린 사람들이 둥지를 틀면서 ‘눌러 앉는 배짱만’으로 지금껏 거주하고 있다. 강남개발 붐을 타고 신흥 부자들이 몰려와 부자촌을 형성했지만 본래 이곳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당시 산청마을 주민의 조부모와 부모 등만이 터를 지키고 살았던 ‘거주의 주인’이 모인 지역이었다. 대한민국 부자 1번지 서초구에는 이처럼 돈으로 땅을 사고 집을 지은 주인들과 2~3대째 눌러 앉은 ‘배짱 주인’들이 이웃으로 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극단의 거주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곳을 사진으로 현장 취재해 ‘간략 화보’로 엮는다.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서리풀 공원 자락에는 무려 7년째 국내 최고가격 주택단지인 ‘트라움하우스’와 최고의 극빈층이 모여사는 ‘산청마을’이 30여미터 간격을 두고 이웃해 있다.

▲ 전국 최고값의 고가주택 트라움하우스 입구. 이곳은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의 서리풀 공원 자락에 자리잡았다. 트라움하우스는 3개 동 18가구로 구성돼 있다. 한개 층에 2가구만 배치돼 있다. B동 2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택이 복층구조로 돼 있어 단독주택 같은 편리한 주거구조를 갖고 있다.

▲ 연립주택인 트라움하우스5차 273.6㎡(약 87.76평)의 올 1월 1일 기준 공시가격은 52억4000만원에 달해 가격면에서 아파트, 연립, 다세대 등 전국의 공동주택 중 1등을 차지했다. 2006년 이후 7년째 고수하는 1위다.

▲ 트라움하우스는 한국 최초로 리히터 규모 7 이상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지하벙커는 핵전쟁에 대비해 2백여명이 동시에 2개월간 생활이 가능도록 한 대피시설이 있다.

▲ 트라움하우스 주위에는 CCTV를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만큼 보안시설이 철저하다. 상시 비상근무를 하는 경비요원이 지키고 있기도 하다. 단지 내에서는 보안카드로만 출입하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 가능한데, 자신의 집 이외에는 다른 층에 내릴 수 없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곳의 주요 소유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강덕수 STX그룹 회장 등으로 확인되고 있다. 축구선수 박지성씨도 어머니에게 선물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 트라움하우스 뒤편 30미터 지점에 극빈곤층 마을 산청마을이 있다. 이곳은 무허가 비닐하우스 판자촌으로 지난 2010년 11월에 화재가 발생했다. 50여세대중 18가구가 전소돼 5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 서리풀 공원 입구. 산청마을을 지나면 바로 공원을 오르는 입구가 나타난다. 서리풀 공원은 인근 서초동, 방배동 주민들이 평소 산책을 위해 즐겨 찾는 곳이다. 서초구가 자랑하는 도심속의 정겨운 숲이다.

▲ 서리풀 공원은 총 54만8520㎡ 규모로 우면산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녹지축 역할을 하고 있으며, 서초구의 ‘녹색 허파’라고도 불린다. 이곳 인근의 단독 및 연립주택과 아파트 등은 녹음이 풍부한 나무숲이 둘려싸여 있어 최고의 입지조건을 갖췄다. 강남 한 복판의 숲이라는 환경 때문에 주택가격에 큰 영향을 미쳤다.

▲ 산청마을 판자촌 지붕위에서 바라본 트라움하우스(뒷편). 이웃한 극빈층의 산청마을이 어울리지 않지만 엄연한 현실이라는 점에서 극과 극의 대조를 이룬다.

▲ 산청마을은 대부분이 비닐과 합판 등으로 지어졌다. 무허가 건출물에 주거승인이 안돼 있기 때문에 도심속의 섬에 비유된다. 60년대 이후 2~3대째 대를 이어 살고 있다는 점에서 원주민으로 비유되곤 한다.

▲ 마을을 들어서면 사이사이 가난한 마을의 골목길이 비좁게 보인다. 산청마을의 주민들은 일용직과 신용불량자 등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 지난 겨울 다 쓰지 못한 연탄(원내)이 쌓여 있다. 이곳은 아직까지 연탄으로 난방을 하고 있는 등 우리나라가 못살던 시절 개발시대의 생활환경을 보여주고 있다. 연말연시 연탄을 무료로 지원하는 이웃사랑 봉사활동이 펼쳐지기도 한다.

▲ 대한민국 최고의 공동주택과 산청마을이 하나의 시야에 잡힌다. 가장 가까운 이웃사촌이지만 가까이 가지도 않고 갈 수도 없는 관계다. 전국 최고의 부자구 서초구에서만 보이는 특이한 이웃 주거지 모습이다.

▲ 글/사진 : 김진수 기자

▲ 산청마을을 알리는 초록색 팻말. 땅 주인도 아니고 집도 무허가이지만 몇대째 살고 있는 주거지 주인의 자격이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항변이다. 주소지는 서울시 서초구 서초3동 산160번지 일대다.

▲ 주거권을 인정해 달라는 산청마을 주민들의 주장에 찬반양론이 있다. 하지만 이곳이 아니면 주민들은 갈곳이 없다. 서울시와 서초구 그리고 정부차원에서 대책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지난 2010년 11월 산청마을에 화재가 났다. 20여가구 순식간에 쑥떼밭이 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이들을 도와 일부 재건이 됐지만 비닐합판과 떡솜 등으로 지어진 집들이기 때문에 화재에 대단히 취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