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픽시’, 마니아들 열광

‘픽시 자전거’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자전거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픽시’를 타는 자전거 마니아들이 늘면서 새로운 자전거 문화까지 만들고 있다.

픽시 자전거는 ‘고정기어 자전거(Fixed Gear Bike)’의 애칭이다. 뒷바퀴와 체인이 고정돼 있어서 페달을 앞으로 굴리면 앞으로, 뒤로 굴리면 뒤로 달린다.

 

원색적인 색상에 이처럼 전진과 후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새로운 모티브에 젊은 층들이 빠져들고 있다.

 

강남에서 ‘픽시’를 타는 김모씨는(남∙22)씨는 “강렬한 인상을 주는 매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젊음의 기상 같은 것이 배어 있다고 할까요”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시작된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 픽시가 이처럼 우리나라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있어야 할 게 없다. 바로 ‘브레이크’이다. 그렇다면 브레이크 없이 어떻게 멈춰 설까.

긴급할 때는 순간적으로 페달을 멈추는 ‘스키딩’(skidding, 옆으로 미끌어지기)으로 브레이크 기능을 다 할 수가 있다.

픽시 자전거 동호회 정윤석 강사는 “몸의 중심을 약간 앞쪽으로 이동해 주면서 구르던 페달에 역방향으로 힘을 가해 바퀴를 구르지 않게 하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처음 타는 이들은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에 멈추기가 상당히 힘들다고 말한다. 특히 돌발 상황에선 훨씬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한 사고 경험자는 “차가 갑자기 옆으로 오는 바람에 멈추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어서 몸이 자전거와 함께 뜨면서 바닥에 심하게 쓸려 사고가 크게 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실력만 믿고 내리막길을 내려가다가도 낭패 보기 쉽다. 이에 대해 주종환 정형외과 전문의는 “브레이크가 없어서 급제동할 때 무릎의 십자인대 손상이나 물렁뼈 파열 등의 부상 위험성이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자전거와의 일체감은 물론 특유의 리듬감이 온 몸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픽시 마니아들은 ‘짜릿하다’고 말한다.

더불어 자전거의 화려한 색감, 부품을 개성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개성과 패션을 중시하는 젊은 층에서 각광받고 있다.

픽시가 젊은 층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여겨지는 것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픽시가 자전거의 종류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픽시 문화가 발달한 외국에서는 패션, 문화 코드, 라이프스타일을 이끌고 있다. 정신적인 자유나 인위적인 것을 거부하고, 친환경을 수호하는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픽시 관련 커뮤니티인 픽시 마니아 운영자 전용훈씨는 “겉만 보고 기준 없이 선택하다가 기준 이하의 품질을 가진 자전거를 구입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픽시의 경우 자전거 중에서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이 큰 편이다.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믿을 만한 제품을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라고 조언했다.

한국의 픽시족들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문화적인 요인보다는 시각적인 배경이 크다. 바로 기존의 자전거에서 볼 수 없는 화려한 색상 덕분으로 풀이된다.

현재 픽시는 수입 부품 형태로 들여와 국내 조립하는 자전거라 소비자들이 브레이크를 마음대로 뗄 수 있다. 때문에 일본에선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를 타면 범칙금을 물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관련 규정조차 없다.

브레이크 없는 픽시가 급증하는 숫자만큼 안전사고 또한 늘지 않도록 적절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있긴 하지만, 자전거 브레이크 등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