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남그룹은 국내 최초 반도체 생산, 컬러 TV를 만들어 내며 국내 전자산업의 기둥이던 기업이다. 하지만 IMF 구제금융 이후 주요 계열사들은 매각됐고 아남전자만 살아남게 됐다.

아남전자는 아남그룹의 명맥을 아직 잇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코엑스 사거리 인근에는 ‘아남’의 이름을 단 빌딩이 한 채 우뚝 서 있다. 아남빌딩은 아남전자 창업주 고 김향수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주채(78) 아남 회장 일가가 실질적인 소유주로 추정됐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아남빌딩의 법적 소유주는 페트로스다. 페트로스는 2009년 설립돼 부동산 임대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회사 대표는 김주채 회장이 맡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회사 지분구성은 김종숙 21.91%, 김석현 32.39%, 김현수 14.26%, 김민수 31.44%다.

이들은 등본상 주소지가 같고 금감원 공시에 친인척으로 명시돼 있어 김주채 회장의 가족으로 추정됐다. 현재 아남빌딩 소유주는 페트로스지만 이전에는 김 회장이 최대지분을 소유했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해당 토지를 2000년 경매를 통해 김 회장이 낙찰받았다. 당시 지분은 김 회장 80%, 김현수 10%, 김석현 10%였다. 2004년 김 회장은 자신이 소유한 지분 80%를 김종숙 23%, 김석현 24%, 김민수 33%으로 나눴다. 김 회장은 아남전자가 2002년 법정관리를 끝낸 뒤인 2004년 자신의 지분 전부를 증여한 것이다.

지하3층, 지상 15층으로 이뤄진 아남빌딩은 토지면적 656.6㎡(약 199평) 연면적은 6506.8㎡(약 1968평)이다. 현재 아남빌딩에는 아남전자를 비롯한, 은행, 음식점 등이 입점해 있다.

빌딩 시세와 관련해 김윤수 팀장은 “토지면적 3.3㎡(1평)당 1억6000만원, 연면적 3.3㎡당 400만원 선으로 보인다”며 “약 400억원의 호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근에 한전부지 호재로 인해 시세는 계속 해서 올라 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페트로스의 최근 3년간 실적은 ▲2012년 매출액 10억원, 영업이익 2억원, 당기순이익 5억원 ▲2013년 매출액 13억원, 영업이익 5억원, 당기순이익 1억원 ▲2014년 매출액 14억원, 영업이익 4억원, 당기순이익 7000만원이다.

아남그룹은 우곡 김향수 명예회장이 세웠다. 그는 1912년 전남 강진에서 가난한 선비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명석한 두뇌로 동네에서 소문난 수재였던 김 명예회장은 1935년 일본대 법과 전문부를 졸업했다.

김 명예회장은 반도체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1956년 설립된 아남산업은 1970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를 생산했다. 김 명예회장이 이끌던 아남산업은 반도체 사업에 착수한지 2년 만에 반도체를 만들어냈다.

당시 아남산업의 10명도 안되는 직원이 일했지만, 수출액은 21만달러가 넘어섰다. 이후 아남산업은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반도체 생산 2년 만에 종업원이 1000명 이상으로 늘어갔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73년 김 명예회장은 대통령 표창과 금탑산업훈장을 수여받았다. 아남산업은 1974년 국내 최초로 컬러TV, 1975년 전자손목시계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전자산업 사업에 탄력을 받은 아남산업은 1983년 2억불탑, 1990년 10억불탑 수출기록을 세웠다. 

아남산업은 1998년 3월 아남반도체로 사명을 변경했다. 같은 해 11월 아남반도체는 설비투자를 위한 대규모 투자 직후 불어온 IMF 구제금융 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아남반도체는 기업개선작업 대상기업으로 선정되고, 2000년 7월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아남반도체는 워크아웃 2년 만에 빠르게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했다. 아남반도체가 빠르게 외자를 유치했고 2000년 반도체 경기가 회복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아남반도체의 최대주주였던 앰코테크놀로지는 소유주식을 동부그룹에 매각했다. 과거의 반도체 신화를 썼던 아남반도체는 동부그룹에 넘어간 뒤 동부아남반도체, 동부일렉트로닉스로 이름이 바뀌며, 현재 동부하이텍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김 명예회장은 슬하에 4남1녀를 뒀다. 장남 김주진 회장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아남이 반도체 산업을 시작한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앰코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앰코테크놀로지는 당시 아남반도체의 판매를 총괄하는 미국법인이다.

미국 애리조나에 본사를 둔 앰코테크놀로지는 아시아 5개국에 12개 공장, 2만여 직원을 뒀고 연매출 약 28억달러(한화 약 3조3000억원)를 기록한 반도체 기업이다. 1998년 나스닥에 상장됐고 김 회장은 슈퍼리치로 등극했다.

장남 김 회장은 아남반도체가 휘청거릴 무렵 1998년 국내에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를 설립했다. 김 회장은 1999년 아남반도체 광주공장을 시작으로 2000년 아남반도체 성수·부천·부평 공장을 추가로 인수하며 가업을 이어나갔다.  

현재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는 구 아남반도체에서 인수한 공장 등에서 반도체를 조립 판매하고 있다. 매출액은 약 1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약 300억원 선이다. 본사는 광주광역시에 있다. 앰코는 지난해 말 기준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의 주식 100%를 소유했다.

김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주채 회장은 지주회사 아남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아남은 아남전자 주식 17.83%를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있다. 김 회장도 2.68%　주식을 보유했다. 아남의 주주는 100% 주식을 보유한 미국 회사 BEI INTERNATIONAL INC이다.

아남전자의 전신은 한국나쇼날전기다. 김 명예회장은 1973년 일본회사 마쓰시타전기산업(파나소닉전공의 전신)과 절반씩을 출자해 회사를 만들었다. 한국나쇼날전기는 국내 최초로 컬러 TV를 생산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해외수출로 성공가도를 걷자 김 명예회장은 일본 회사 지분을 전부 사들이고 1990년 아남전자로 사명을 바꿨다.

아남전자는 2000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02년 회사는 유상증자를 통해 차입금을 모두 갚으며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아남전자는 2004년 안산공장의 TV 생산을 중단했다. 아남전자는 전자산업에서 기반이 확고했지만 TV 분야를 포기하고 오디오 제품 생산으로 길을 바꿨다. 국내 최초의 컬러 TV 회사는 더 이상 TV를 생산하지 않게 된 것이다.

아남전자의 최근 실적은 연결 기준 ▲2013년 매출액 1342억원, 영업이익 3억원, 당기순이익 41억원 ▲2014년 매출액 1465억원, 영업손실 12억원 당기순손실 27억원 등이다.

지난해 3분기 실적은 매출액 1144억원, 영업손실 32억원, 당기순이익 111억원이다. 2014년 동기 대비 매출은 늘었고 당기순손실은 이익으로 전환됐다.

김 명예회장의 삼남 김주천은 동안엔지니어링 前 부회장이며 사남 김주호는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대표이사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