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숲들 사이 ‘마포갈매기’ 한잔의 추억 호황

빌딩 숲들 사이 ‘마포갈매기’ 한잔의 추억 호황
A급지 지키는 갈매기골목 10여곳 성업…변화의 바람 불구 ‘굴다리김치찌개’ 성지

김인희 기자(ih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02-25 15:15:57

서울시 마포구 마포역 상권의 역사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갔다. 마포나루에서 활동했던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상권의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마포역 상권은 크게 두 곳으로 나눠진다. 지하철 5호선 마포역을 중심으로 1·2번 출구 방면 용강동에는 ‘마포음식문화거리(마포 주물럭·돼지갈비거리)’가 형성돼 있고, 3·4번 출구 방면 도화동에는 ‘마포 도화동상점가’가 형성됐다. 최근 웨스턴 서울가든호텔 뒷길로 신축 오피스 빌딩이 들어섰다. 몇 년 전부터 이곳에는 오피스 빌딩이 하나둘 들어왔다. 빌딩 신축과 함께 상가도 늘어났다. 인근 상인들을 점포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되자 고객수가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수십년 전통의 갈매기집들은 여전히 건재했다. 퇴근 후 회식을 하는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매출이 줄어든 일부 장수 음식점에서는 점심 장사를 통해 매출 부진을 타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상인회에서도 이 지역 상권의 특성을 살리고 향후 상권 발달에 대비하고 나섰다. 스카이데일리가 상권 변화가 발생한 도화동상점가를 취재했다.

▲ 마포 도화동 상점가는 마포갈매기골목을 중심으로 20년~30년 된 장수 맛집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도화동 상점가는 인근 신축 빌딩이 들어섬에 따라 상가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이곳으로의 유입인구는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마포음식문화거리와 함께 마포역 메인 상권으로 상가 1층 10평 기준 권리금은 1억원 이상이다. ⓒ스카이데일리

오랜 역사가 있는 ‘마포 도화동상점가’는 20~40년 된 장수 음식점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외식업종이 분포됐다. 많은 유동인구를 바탕으로 갈매기살, 김치찌개, 분식, 치킨호프, 꼼장어, 연어, 곱창 가게가 성업중이다.

도화동 상점가는 평일·주말 할 것 없이 퇴근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다. 마포역에서 공덕역이라는 역세권에 있으며, 인근 오피스 빌딩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수요가 있는 오피스 상권이 있다. 길가 중심에는 총 456세대가 입주한 마포삼성아파트가 있으며, 주변에는 많은 원룸이 있어 배후지 주민 수요도 있는 곳이다.

상가 낀 신축빌딩 상권 경쟁 가세…저녁장사 호황 상권, 눈에 불 켠 ‘점심장사’

도화동 상점가는 경기불황과 경쟁심화라는 두 가지 악재로 상권에 타격을 입고 있었다. 특히 신축되는 오피스 빌딩마다 상가를 끼고 들어오면서 이곳 상권은 매출 부침을 겪고 있다. 상인들은 “오피스 빌딩에 음식점들이 입점하다보니 고객이 분산됐다”며 “체감적으로 유동인구가 감소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데, 실제로도 고객수가 줄었다”고 근심을 털어놨다.

‘대교흑염소요리’ 대표는 “주변에 신축 빌딩이 들어섰을 때 상권이 더 좋아지겠다고 기대했는데 임대료만 올랐다”며 “사무실이 늘어났지만 음식점도 함께 늘어나 오히려 경쟁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려워진 장사 현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기본 20년~40년 된 점포가 있는 갈매기골목이 있어 입지는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쟁 심화로 어려운 것은 신축 빌딩 점주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바르다 김선생’은 지난해 신축된 빌딩 1층에 자리를 잡았다. 바르다 김선생 대표는 “유동인구, 배후지, 직장인 수요를 보고 들어왔는데, 워낙 직장인 대상 저녁 회식 상권 이미지가 강한 곳이다보니 김밥집을 운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 상인회도 노력중이었다. 도화동상점가는 지난해 4월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2015년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사업 선정으로 1년간 5억2000만원을 지원받아 골목간판 개선, 포장용기 개발, 음식모형 진열대 설치 등 각종 사업을 진행중이다.

이종만 도화동 상점가 상인회 회장은 “4~5년 전부터 간판정비 등을 추진했으며, 지난해 확정 결과 점포 총 350개 가운데 250개 간판을 교체했다”며 “향후 호텔 증가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대비하고 변화에 발맞춰 나갈 것이다”고 전했다.

▲ 경기불황 및 점포수 증가로 장사가 부진함에 따라 주요 가게들은 매출을 올리기 위한 대안을 찾아 나섰다. 특히 최근 몇 개월 간 저녁 장사가 주로 이뤄지는 점포에 점심뷔페가 성행하고 있다. 외주업체에 맡긴 곳은 점심 장사를 오래 유지하지 못한 반면 대표가 직접 운영에 나선 점포는 손님 확보에 성공했다. ⓒ스카이데일리

35년 역사의 대교흑염소요리는 이곳에 고기를 납품하던 사장이 5년 전 가게를 인수했다. 지난 34년간 보신탕만 팔았던 가게는 지난해부터 계절적 한계를 극복하고 매출 신장을 위해 ‘흑염소’요리를 판매하기 시작하며 간판을 새로 달았다.

매출 증대를 위해 지난해 여름에는 매장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지하 1층을 정리해 인근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한식 점심뷔페도 차렸다. 15가지의 반찬을 준비하는 이곳은 현재 입소문을 타고 많은 고객을 확보한 상태였다.

상인들에 따르면 저녁장사만 했던 일부 가게들이 매출을 증대를 위해 직장인 대상 점심 장사를 시작했다. 외주업체에 맡긴 곳은 점심 장사를 오래 유지하지 못한 반면 대표가 직접 운영에 나선 점포는 손님 확보에 성공했다.

상권 변화 속 ‘마포갈매기’ 유명세 여전, 숨겨진 고급 술집 인기 유지

오랜 역사를 지닌 도화동상점가는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카페 창업의 인기였다. 카페베네·슈퍼커피·커피식스·쥬씨 등 다양한 음료 프랜차이즈가 들어와다. 프랜차이즈는 치킨, 고기 등 다른 외식업종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

오랫동안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한 상인들은 호프·카페 등 프랜차이즈 창업 집중 현상은 최근 발생하고 있는 변화라고 전했다. 실제 갈매기골목 점포 및 김치찌개집은 북새통을 이뤘다.

26년 업력을 지닌 ‘옛맛참숯소갈비’ 대표는 “과거에는 전통있는 맛집들이 지금보다 더 강세였다”며 “이제 이곳에도 이자카야, 치킨호프, 카페 등 젊은 층 타깃으로 한 소규모 개인 창업과 프랜차이즈 창업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프랜차이즈업체 중에서는 청년장사꾼의 ‘치킨혁명’에 젊은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업력 20년이 넘은 ‘마포원조떡볶이’ 대표도 “한식업 등 식사를 위주로 한 가게보다는 치킨, 커피 등 프랜차이즈 등이 늘다보니 일부러 이 골목을 찾았던 고객들이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며 “동네 분위기가 변하고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가게를 내놓으려는 곳도 있다”고 했다.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프랜차이즈 창업이 늘어나며 도화동상점가 일대에는 변화가 생겨났다. 그러나 갈매기집 등 오랫동안 자리를 잡고 있는 터줏대감들은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도화동상점가는 20~40년 업력을 유지하고 있는 맛집들이 많은 곳이다. ⓒ스카이데일리

박경환 한누리창업연구소장에 따르면 공덕역 방향으로 이어지는 마포갈매기골목은 도화동 상점가에서 A급지에 해당하며 마포역 방향으로 이어지는 상권은 B급지에 해당한다.

이곳에서 가장 호황을 누리는 곳은 갈매기골목 점포들이다. 상인들은 도화동 상점가의 마포갈매기 유명세는 여전히 유지해나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갈매기’, ‘마포갈매기’, ‘미소갈매기’ 등을 10여곳이 성업중이었다.

도화동상점가에 있는 굴다리김치찌개 집은 인근 직장인들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이미 수차례에 걸쳐 방송을 탄 집으로 장사가 너무 잘 돼 인근에 분점을 내기도 했다.

인근 직장인에게 인기가 높은 술집 중에서는 업력 16년차에 달하는 ‘TAVERN89’이 있다. ‘TAVERN89’의 관계자는 “다양한 종류의 수입산 맥주, 양주 등을 판매하고 있다”며 “하루 평균 20~30팀 고객이 방문한다”고 전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도화동상점가의 메인통로라고 할 수 있는 도화길 10평을 기준으로 보증금 3000만~5000만원, 월세 180만~200만원, 권리금 1억원 이상이다. 갈매기골목은 임대료 시세는 메인통로와 비슷하나 장사가 잘되는 만큼 권리금이 더 높았다.

-‘대교흑염소요리’ 대표 인터뷰-

- 35년 전통인데, 어떻게 이어져 내려왔고 장사 현황은

“30년간 한 명의 사장이 쭉 운영해왔고, 12년 간 고기납품을 하다가 인수했다. 34년간 보신탕 한 메뉴로 유지해오다 1년 전부터 흑염소 요리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지하1층에는 점심뷔페도 운영하고 있다. 복날에는 하루 매출이 1200만원을 넘어선 적도 있으며 평균 매출 700만원대다”

- 보신탕 외에 흑염소 요리도 취급하고 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고기를 납품하면서 쭉 지켜봤고, 현재 운영하면서 느꼈지만 경쟁이 심화되면서 장사가 어려워졌다. 매출을 유지하고자 다른 주요 메뉴를 찾았다. 흑염소는 선호하는 고객층이 많아 인기를 끌고 있다. 향후에는 보신탕을 빼고 흑염소 요리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고기값보다 원재료 값이 비싸졌다. 일반 시장이 아닌 도매시장에서 직접 재료를 구입했다. 직접 발로 뛰니 원가도 줄이고 신선도도 높아졌다”

- 점심뷔페 반응은 어떤가

“몇 개월간 하다가 장사를 접은 다른 집에 비하면 성공적이다. 주변에서 점심뷔페를 하기 시작했고, 직접 장을 보다보니 점심뷔페 아이템의 가능성을 확신했다. 직접 도매시장에서 고기, 야채를 구입해 단가를 맞췄다. 점심뷔페는 직원을 두지 않고 직접 모든 반찬을 요리하고 있다. 뷔페가격 6000원으로 맛이 유지되고 입소문을 타기시작하면서 3개월이 넘어가니 고객수가 많아졌다. 점심시간대만 운영하는 뷔페는 하루평균 총 140여명의 고객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