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톱 환치기’로 업체당 평균 100억 챙겨

한통 제보에 1조4000억원 환치기 일망타진

김종우 기자(jw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2-06-13 13:02:02

한 통의 제보전화가 무려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불법외환거래 환치기 자금세탁을 적발하는 동인이 됐다. 관세청은 제보를 받은 후 치밀한 조사를 벌여 청 개청 이래 최대 규모의 환치기 사범들을 일망타진하는 개가를 올렸다. 연루된 의류업체만 무려 130여 곳에 달했다. 이번 환치기는 통상의 계좌이체 방식이 아닌 밀수출에서 수출대금 반입(인편)과 환전까지 이른바 ‘원스톱’으로 해결해 주는 신종수법이 동원됐다. 일본 의류수출 업체들은 매출누락으로 세금 한 푼 내지 않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돈을 전부 개인자금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치기 일당의 유혹에 대거 넘어갔다. 1개 업체당 무려 100억원 가까운 돈이 비자금화 된 셈이다. 환치기 업자는 이 같은 행위로 수수료 39억원을 챙겼다. 스카이데일리가 서울세관의 자료를 바탕으로 사건 전모 상황을 살펴보았다.

관세청, 1조4000억대 환치기 일당 검거

밀수출과 불법 환치기로 1조4000억원대 외환거래를 일삼던 130여개 의류·무역업체, 환치기업자, 환전상 등이 세관에 적발됐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이하 세관)은 12일 외환거래법 등을 위반한 일당 10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 서울본부세관 직원들이 주범 A씨의 가방에서 3억2000만엔(한화 약 47억원 상당)에 달하는 1000만엔씩 묶인 32개의 돈다발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관에 의하면 이번 사건은 환치기 업자 A씨와 환전상, 무역업체 등의 공모로 이뤄졌다.

주범 A씨는 동대문 일대에서 수출물품 포장 등을 해 오면서 신종 환치기 수법을 개발, 대일본 무역업체를 모집했다.

A씨는 불법 외환거래만 대행해 주는 일반 환치기와 달리 밀수출부터 대금회수, 불법자금 조성까지 원스톱으로 대행해주는 신종 수법을 동원한 것이다.

특히 세관의 자금추적을 회피하기 위해 밀수출 대금은 외국인 운반책을 통해 반입하면서 사업자금인 것처럼 세관에 허위신고했다. 이어 공항에서 현금을 인계받은 뒤 전달책은 곧바로 출국시키는 용의주도함을 보였다.

사상 최대, 5년간 불법 거래금액 1조4000억

지난 2007년부터 5년간 불법 거래한 금액은 1조4000억원으로 관세청 개청 이래 단일 사건으로서는 최대 규모다.

세관은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환치기업자 주범 A(남, 45세)씨와 환전상 등 일당 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일본인 현금 운반책 2명은 지명수배했다.

▲ 세관은 이번에 환치기 일당의 수법인 ‘밀수출→현금반입→불법환전→비자금 조성’ 등 전모를 확인했다. ⓒ스카이데일리

당시 세관은 우범성이 높은 외환 휴대 반입에 대해 수개월간의 정보 분석을 하던 중 결정적인 제보가 접수돼 지난 5월 공항을 통해 입국한 Y씨로부터 여행가방 2개를 전달받은 주범 A씨를 미행했다.

주범 A씨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한 결과 전달받은 여행 가방에서 밀수출 대금 3억2000만엔(47억원 상당)이 100만엔(￥) 현금 다발로 쏟아졌다.

‘밀수출→현금반입→불법환전→비자금 조성’ 등 전모 드러나

세관은 또한 이들의 불법 외환거래에는 시내 환전상이 가담했다고 설명했다.

주범 A씨와 결탁한 환전상 B(여, 58세)씨는 전달받은 밀수출 대금의 불법 환전사실을 숨기기 위해 보관 중이던 외국인 여권 사본을 이용해 마치 다른 외국인에게 환전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 것이다.

▲ 환치기 일당에게 불법 외환거래를 의뢰한 130여개 무역업체에 대해 조사를 더욱 확대하기로 한 서울본부세관.

또 혐의거래 보고를 피하기 위해 보고기준인 미화 5000달러 이하로 쪼개 불법 환전하는 수법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전상은 일종의 금융기관으로 환전자의 실명을 확인해 장부에 기장하고, 현금거래나 수상한 거래는 관계당국에 혐의거래 보고를 해야 함에도 이를 위반했다.

세관은 압수한 현금 및 서류조사를 바탕으로 ‘밀수출→현금반입→불법환전→비자금 조성’ 등으로 이어지는 사건 전모를 밝혀내고, 불법거래를 의뢰해 자금세탁 혐의가 있는 130여개 대(對) 일본 무역업체도 적발했다.

결국 이들은 무역업체로부터 수수료 등으로 39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세관은 향후 불법거래를 의뢰한 130여개 무역업체에 대해 수사를 더욱 확대하기로 하면서, 밀수자금 등 불법자금의 유출입과 자금세탁 등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환치기 등 반사회적 국제금융범죄 단속에 조사 역량을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