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가 된 공항…사우나 하고 공짜 스케이트

야생초 화원 거닐며 영화 보고 공연도 관람…세탁소에 종교별 기도실까지

이성은 기자(asd3cpl@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08-09 12:30:14

▲ 성수기를 맞은 인천공항 이용객들로 붐볐다. 해외 여행객들의 발길 뿐만 아니라 이른바 ‘공항놀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놀기 위해 공항을 찾는 이용자들도 늘고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은 ‘터미널’이란 영화를 인천공항에서 찍는다면…. 아마도 영화속 미국 뉴욕의 JFK 공항보다 한결 편하게 즐길 수 있었을 듯 하다는 느낌이 온다. 인천공항엔 세계의 중심이라는 JFK 공항에 없는 것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이 휴가철을 맞아 연일 북새통을 이룬다. 그런데 인천국제공항은 이제 해외 여행객들만이 오가는 장소가 아니다. 공항 편의시설 때문에 찾아오는 남녀노소 방문객들이 늘고 있다.

다양한 시설을 갖춘 인천공항은 놀이터이자 쉼터, 피서지 역할도 하고 있다. 해외여행객 틈바구니에서 스케이트장을 찾는 가족, 영화를 보러 온 학생들, 공연 구경에 피서를 겸한 노인들까지 가세하고 있었다.

다양한 시설 갖춘 인천공항…남녀노소 쉼터 및 피서지 역할

지하철 인천 국제공항 역을 빠져 나오자 사람들이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 인천공항엔 문화공연 무대가 있다.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쉬고 놀며 공항을 즐기고 있었다. 특히 서울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이용객도 있을 만큼 공항이 일종의 문화시설로 자리잡았다. 사진은 스케이트장(위)과 밀레니엄홀(아래) ⓒ스카이데일리

공항철도에서 나오면 스케이트장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기는 모습을 외부에서 지나가면서 볼 수 있다. 가족 단위 이용객들이 대부분이다.

스케이트장 관계자는 “한 타임에 50명까지 수용 가능하며 60분씩 하루 7타임을 선착순으로 받는다. 주말이면 대기 손님이 생기기도 한다. 여기에 놀러 오려고 일부러 공항을 찾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스케이트장의 입장료는 물론이고 인라인과 보호장비 대여료 모두 무료다. 사계절 이용 가능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40분까지 운영한다. 인라인은 만 6세가 넘어야 대여할 수 있다.

하루 3차례 예술 공연…서울서 영화 관람 원정에 사우나까지

구경 거리도 다양했다. 지하 1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지상 1층에 도착하자 큰 무대가 보였다. 각종 문화 예술 공연이 열리는 밀레니엄홀이다. 오후 3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3차례 문화 행사가 열린다.

공항 인근 지역만이 아니라 서울에서 온 노인들이 쉼터 겸 피서지로 활용하고 있었다. 무대 앞 관객석 앞자리엔 70대 할머니 5명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공연을 보기 위해 약 30분 전부터 기다리던 중이었다고 한다. 자리에 있던 유모(75·여) 씨는 “공연을 보기 위해 서울에서 왔다”며 “인천공항까지 가끔 한 번씩 놀러온다”고 말했다.

지하 1층 공항터미널 의자에도 70대 할아버지 4명이 앉아 있었다. 인천에서 왔다는 김모(76) 씨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찾아온다”며 “사람 구경도 하고 가만히 앉아 쉬기도 한다”고 전했다.

젊은 인천공항 이용객도 있었다. 공항터미널 중앙에 있는 CGV 영화관을 찾은 최혜영(17)양은 “서울에서 영화 보기 위해 친구들과 놀러왔다”고 밝혔다. 굳이 공항까지 와서 영화를 즐기게 된 이유에 대해 묻자 “그냥 좋아서”라며 활짝 웃어보였다.

▲ 전시장이나 미용실 등은 출국 전에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방문하는 고객이 많다. 스파는 장시간 비행의 피로를 푸는 손님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다. 사진은 미용실 ‘아셈지니아’(위)와 사우나 ‘스파온에어’(아래) ⓒ스카이데일리

공항터미널 지하 1층 동편엔 여행객의 피로를 풀어주는 사우나와 미용실도 있다. 미용실 ‘아셈지니아’에선 공항 출국 전에 들른 손님 2명이 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서비스 요금은 다소 비싼 편이다. 요금은 커트 2만원, 드라이는 2만2000원부터 시작된다.

미용실 관계자는 “결혼식을 마치고 곧장 신혼여행을 떠날 신부들이 이곳에 들러 신부 화장을 지우고 머리를 다시 손보기도 한다. 외국인 손님과 출국 전에 미용실을 찾는 분들이 주요 고객이다”고 설명했다.

미용실 바로 맞은편엔 ‘스파온에어’(Spa On Air)라는 고급 사우나가 있다. 사우나 관계자는 하루 300~400명 정도 고객이 방문한다고 전했다. 사우나에서는 공용 수면실과 구두수선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사우나 요금은 주간에는 1만5000원, 야간(오후 8시~오전 6시) 2만원이다. 오후 8시가 넘으면 추가요금 5000원을 더 내야한다. 또한 간판은 없지만 사우나에서 캐리어도 고칠 수 있다.

사우나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캐리어 바퀴 수리의 경우 적게는 2만원부터 최대 8만원까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즉석에서 가방 수리를 못할 땐 대체 가방을 무료로 대여해 준다.

아는 사람만 아는 ‘야생초 화원’…꼼꼼함 엿보이는 세탁소도

지하 1층 공항터미널 동편과 서편 두곳에 야생초화원이 있다. 아는 사람들만 찾는 인천공항 내 명소다. 야생 꽃 35종이 2300㎡(약 696평) 규모로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 인천공항엔 숨겨진 명소도 있다. 공항터미널 지하 1층 서편엔 기도실이 있다. 공항직원을 위한 곳이지만 일반 이용객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야생초 화원 또한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의 화원이다. 사진은 기도실(위)과 야생초화원(아래) ⓒ스카이데일리

가족과 함께 야생초화원을 찾은 김미경(36·여) 씨는 “이곳은 비밀의 정원 같다”며 “사람도 별로 오지 않고 조경도 잘 돼 있어 너무 좋다. 인천공항에 올 때마다 한 번씩 찾는 장소다. 특히 봄에 오는 것을 추천한다”고 귀띔했다.

야생초화원 안에 있는 벤치에서 한 공항 여직원이 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이곳은 정말 비밀의 정원이라 이름 붙여도 무방하다”며 “아마 공항직원 중에도 모르거나 와 보지 않은 사람도 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스케이트장이 있는 공항터미널 중앙으로 발길을 옮겼다. 스케이트장 맞은편엔 기도실이 보였다. 기도실은 공항터미널 지하 1층 서편에 위치해 있다. 기도실 문에 붙어 있는 안내문은 ‘공항가족 여러분을 위해 마련된 곳’이라고 써 있었다.

하지만 기도실 앞에서 만난 직원은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다”고 알렸다. 기도실은 기독교와 천주교, 불교 신도를 위한 공간이 따로 있다. 기독교 기도실에선 매일 오후 12시부터 공항직원 신우회의 예배가 열리기도 한다.

기도실은 언제나 개방하며 사전 예약을 하면 단체로 이용할 수도 있다. 기도실을 찾은 한 이용객은 “아들이 해외로 출국하게 돼 기도를 드리고 싶어 이곳에 찾아왔다”며 곳곳을 둘러보았다.

공항터미널 지하 1층 서편엔 세탁소 크린토피아 인천공항점이 있다. 공항 근무자와 항공사 직원들이 주로 이용하지만 옷 보관 서비스도 하고 있다. 특히 국내와 계절 차이가 뚜렷한 해외에 나갈 때 외투 등 입고 있던 옷을 맡길 수 있다.

세탁소 영업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요금은 옷 한 벌 당 일주일에 1만원이다. 보관한 지 일주일이 지나면 추가요금을 내야 한다.

하루 20만명 이용 신기록… 2005년부터 11년 연속 서비스평가 글로벌 1위

지하 1층 공항터미널 안에서는 인파가 넘쳐나 의자를 차지하기도 쉽지 않았다. 식당도 대부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인천공항은 전 구역에서 무선인터넷을 할 수 있어 곳곳에 노트북을 펼쳐든 사람이 많았다.

여객 터미널 2층 카페베네 매장에선 복사나 인쇄, 팩스 등 다양한 사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15분 전에 입국수속을 마쳤다는 미국인 로드니 퍼킨스(Rodey Perkins)씨는 “입국하는데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매우 간결한(very smooth) 수속 절차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은 2001년 개항 이래 누적 이용객 수가 5억명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엔 2732만명이 인천공항을 다녀가고 지난달 31일엔 하루 20만명 이상이 이용해 역대 최다 이용객 수를 기록했다. 연간 국제여객 5000만명 이상이 오가는 공항은 인천공항을 비롯해 전세계 8곳이다.

인천공항은 지난 4월 2015 세계 공항서비스평가(ASQ) 시상식에서 1위를 차지해 2005년부터 11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직원 친절도, 시설 편의성, 세관 심사 등 총 34개 부문에서 5점 만점 중 4.978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