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가 뭔데”…양꼬치로 하나된 한·중 이색지대

한국·중국인·조선족 북적 ‘불황무풍’…대륙맛집 속속 장사신화에 빌딩부자들

김인희 기자(ih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08-17 00:07:48

양꼬치는 중국에서 널리 사랑받는 대중 음식이자 전통 음식이다. 1990년대 이후 조선족, 중국인들이 유입되면서 중국 음식을 테마로 한 상권도 자리 잡기 시작했다. 특히 양꼬치 거리는 건대 입구를 비롯해 영등포동, 대림동, 가리봉동, 안산 원곡동 등으로 급속히 번져 나갔다. 국내 조선족 인구 증가 만큼이나 양꼬치 구이 전문점은 불어났고 프랜차이즈로까지 범위를 확대해 나갔다. 상권 곳곳에 생겨난 양꼬치 전문점의 인기는 한 풀 꺾인 상태지만 건대 양꼬치 거리는 여전히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대학 앞의 차이나타운으로 불릴 정도로 명소로 자리 잡았다. 스카이데일리가 100대 상권 3~4탄으로 건대 양꼬치 거리를 취재했다.

▲큰 이미지 보기 = 이미지 클릭 [일러스트= 이은혜] ⓒ스카이데일리

▲ 건대 양꼬치 거리는 건대 맛의 거리와는 다른 먹자골목이다. 주로 중국인 고객이 많은 대림동, 가리봉동과 달리 이곳 고객의 80~90%는 한국인이다. 특히 주말 외부에서 유입되는 고객들이 많은 곳이다.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김인희·한우리 기자/김혁 전문기자] 건대 상권에는 양꼬치 등을 주메뉴로 내세운 중국식 음식점이 40여곳에 달한다. 건대 양꼬치 거리는 다른 지역 내 중국인 거리와는 달리 조선족, 중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 고객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중국 동포신문에 따르면 인근 성수동 공단에서 일하는 중국 동포들이 2004년부터 광진구 자양동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건대 양꼬치 거리는 2007년부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자양동은 교통이 편리하고 원룸 월세가 저렴해 인근 건국대, 한양대에 다니는 중국 유학생도 모여 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인들을 겨냥해 생겨난 몇몇 양꼬치 점포들이 장사가 잘되자 2008년 한 해만 20여개가 늘어났다. 이후 한국인에게도 각광을 받으며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상인들에 따르면 건대 양꼬치 거리가 명소로 알려진 만큼 주말에는 수도권 각지에서 중국인, 조선족 고객이 많이 찾아온다. 하지만 평일에는 한국인 고객들로 북적인다. 가게 주인도 조선족, 중국인뿐 아니라 한국+중국인 부부 및 한국인까지 다양한 조합을 이루고 있다.

양꼬치 거리에서 20년간 거주해온 이숙자(가명·64)씨는 “양꼬치집을 비롯한 중국 음식점은 최근 몇 년 간 꾸준히 늘어났다”며 “대다수가 중국인 사장이지만 한국인과 결혼해 함께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양꼬치 고객 90% 한국인…30억 빌딩 매입, 프랜차이즈 창업도

이 씨에 따르면 양꼬치 거리는 경기 불황이 무색할 만큼 호황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몇몇 점포 주인들은 가게를 확장하거나 건물을 매입하는 등 양꼬치로 성공 신화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거리 초입에 위치한 매화반점은 기존 점포 맞은편에 약 30억에 달하는 건물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점포 옆에는 가족들이 다른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매화반점은 추운 겨울에도 문 밖으로 줄서서 기다렸다가 먹는다. 실제로 저녁시간이 되자 매장 주변에는 대기 손님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 건대 양꼬치 거리는 경쟁 관계인 동일 업종이 늘어나면서 유명해진 곳이다. 상권규모가 성장하자 오래된 점포는 분점을 내거나 아예 건물을 사들였다. 지역 가맹사업을 실시하는 곳도 생겼다. ⓒ스카이데일리

양꼬치구이 전문점 ‘건대쑈촬땐’은 체인점이다. 가게 관계자에 따르면 대표는 중국인으로 지역별로 가맹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건대 양꼬치 거리에 있는 점포는 7호점에 해당된다.

16년 된 경성 양꼬치는 건대 양꼬치 거리의 터줏대감이나 다름없다. 경성 양꼬치는 퇴근 시간인 6시 이후에는 줄 서서 대기해야 할 정도다. 평일에는 저녁 고객이 많고, 주말에는 외부 고객이 많다. 그러다 보니 낮 시간대에 찾는 손님도 늘어나 가게가 북적였다.

이학범(56) 대표는 “기존 점포에서 매장 규모를 확대한 데 이어 맞은편에 2호점, 종로, 역삼동 등에 매장을 냈다”며 “7시 전에 예약이 꽉 차고, 36개 테이블 평균 4~5회전, 월 매출은 최고 1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NICE지니데이타(주) 자료 분석 결과 양꼬치 업종은 금·토요일 매출 비중이 각각 21.10%, 22.50%로 높았다.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출 비중은 10%대 안팎이었다. 시간별 매출 비중은 직장인들이 본격적으로 모여드는 17~21시에서 32%, 21~24시에서 45%를 기록했다.

양꼬치 업종 매출은 2015년 11월을 기준으로 봤을 때, ▲2015년 12월 12.54% ▲2016년 1월 44.32% ▲2016년 2월 58.65% ▲2016년 3월 141.13% ▲2016년 4월 112.63% 증가했다.

양꼬치 업종 점포 개수는 ▲2014년 6월 28개 ▲2014년 12월 29개 ▲2015년 6월 33개 ▲2016년 6월 36개로 증가 추세에 있다. 그러나 8월 현재 스카이데일리 조사 결과 양꼬치 점포는 40개를 웃돌았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외식MBA 교수는 “건대 양꼬치 거리는 동종업종이 경쟁적으로 모여서 만들어진 ‘경쟁적 군집화’ 형태 상권이다”며 “몇몇 양꼬치 구이 점포가 대박이 나자 너도나도 양꼬치 가게를 열었고, 양꼬치 골목이 유명해지면서 상권력이 높아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건대입구는 다른 대학가와 달리 외부유입 고객 인구가 많긴 하지만 개강 시즌이 되면 대학생 유입이 늘면서 매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오후 7시 전에 예약 ‘끝’…하루 4~5회전에 월 매출 1억까지

이 대표에 따르면 경성 양꼬치 운영 초기에는 주로 중국 동포를 대상으로 했지만 이제는 한국인이 90%를 차지하고 있다. 종로와 역삼동 매장 역시 오피스 상권이다 보니 한국 직장인 고객이 99%를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한국인들에게 양꼬치가 술안주 메뉴로 자리 잡았다”며 “처음 양꼬치를 접했던 고객들은 5~6명이 매장에 와서 1~2인분을 주문했으나 지금은 양꼬치 외에도 다른 요리 메뉴들도 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 큰 이미지 보기 = 이미지 클릭 [일러스트= 이은혜 ] ⓒ스카이데일리

경성 양꼬치가 오랜 기간 살아남을 수 있던 비결은 한국인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애썼기 때문이기도 했다. 한국인 ‘입맛’에 맞추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맛을 조절했고, 단골 고객을 늘려갔다. 현재 양꼬치 기본 메뉴 외에도 탕수육, 가지볶음 등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양꼬치 전문점 ‘건대 양꼬치’ 역시 한국인 고객을 유치를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건대 양꼬치 대표는 4년 된 가게를 인수해 운영한지 갓 1년이 지났다. 중국 태생의 조선족인 그는 어렸을 때부터 양꼬치를 즐겨 먹었다.

20대부터 한국과 중국을 오가기 시작했고, 한국에서 창업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자신이 잘 알고 좋아하는 음식으로 창업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양꼬치 업종을 택했다.

건대 양꼬치 대표는 “양꼬치 거리도 경쟁이 심하다 보니 입지가 좋은 점포와 똑같이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한국인이 1인분을 시켜 맛을 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다양한 메뉴를 접하기 어려운 고객들을 위해 세트 메뉴를 구성했다”며 타 점포와 차별화시킨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또 건대 양꼬치에는 중독성이 강한 10여종의 소스로 단골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건대 양꼬치 대표는 “다른 곳에서는 양꼬치가 약간 시들해진 곳도 있다고 하지만 건대 양꼬치 거리는 요즘이 더 대세다”며 “한국인들의 경우 건강을 생각해 양고기 효능에 더욱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건대 양꼬치를 찾는 고객들은 세트 메뉴에 대해 호평을 하고 있다. 주 고객은 20대부터 40대까지 폭이 넓은 편이다. 특히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젊은 고객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양꼬치 이어 중국식 샤브샤브 ‘훠궈’ 새바람…짜장, 짬뽕 안파는 전통 메뉴 ‘눈길’

▲ 양꼬치 거리에는 양꼬치 업종뿐만 아니라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 채소볶음, 수타면 등의 음식점도 자리 잡았다. 특히 거리 내 최초 훠궈 전문점인 복만루는 1만4000원 무한리필집으로 중국인 유학생은 물론 한국인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다. ⓒ스카이데일리

양꼬치 거리에는 새로운 중국 외식 업종이 창업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양꼬치 구이 전문점 사이로 정통 중국식 음식점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샤브샤브 뷔페 전문점 ‘복만루’는 거리에서 양꼬치 못지않은 유명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장사를 시작한지 6년 된 복만루는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火鍋)를 2시간 동안 무한리필 방식으로 제공한다. 창업 초기 1층에서는 볶음요리 메뉴를, 2층에서는 샤브샤브를 판매했다. 1년 후 샤브샤브가 더 인기를 끌자 1, 2층 모두 샤브샤브로 메뉴를 바꿨다.

‘복만루’를 운영하는 정성주(40) 대표는 중국인 유학생이 “제대로 된 중국식 음식점을 찾기 힘들다”, “중국 전통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한 말에 자극을 받고 가게를 차렸다. 실제로 복만루는 특히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샤브샤브의 인기가 이어지자 최근 양꼬치 거리에 새로운 샤브샤브 점포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왕엽(28·여)씨는 양꼬치 거리에서 무역 점포를 운영하다가 한 달 전 ‘소성공자 샤브샤브’를 개업했다. 왕씨는 “거리에 음식점이 꾸준히 증가했지만 중국 전통음식 가운데 인기 메뉴인 ‘샤브샤브’ 전문점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고 창업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장사를 시작한지 얼마 안됐지만 반응이 좋다”며 “고객층은 한국인과 중국인 고루 섞여있고, 저녁 7~8시부터 북적이기 시작한다”고 전했다. 평일 고객 중 대다수는 직장인과 인근 건대, 세종대, 한양대생들이 주류를 이룬다.

그 밖에도 술 한 잔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중국식 요리 메뉴를 판매하는 음식점도 있다. ‘란주천민관’은 중국인들이 즐겨먹는 요리 메뉴인 채소볶음, 수타면 등을 판매하고 있다.

란주천민관 대표는 “면을 직접 뽑고 양념 종류도 다르기 때문에 한국에 알려진 중화 요리와는 전혀 다르다”며 “건대는 1호점이고 수원에 2호점을 냈다”고 전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양꼬치 거리에 있는 건물 1층 10평 가게는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00만~150만원, 권리금 6000만~1억원 선이다. 거리 앞쪽에 위치할수록 권리금 및 월 임대료가 높았다.

정성주 복만루 대표 “점포 낸 후, 훠궈 뷔페만 3곳 생겼어요”

▲ 복만루 ⓒ스카이데일리

- 이 거리에서 첫 훠궈 전문점으로 자리 잡았다. 장사 현황은?

“오전 11시부터 밤 11시까지 고객들이 줄을 서서 대기한 뒤 먹는 경우가 많다. 1인당 2시간에 1만4000원을 받는다. 1~2층에 총 24개 테이블이 있고, 주말에는 평균 5~6회전을 한다. 고객 중 유학생이 많고, 중국에 갔다온 한국인도 중국에서 맛 본 ‘그 맛이다’라고 감탄하며 자주 찾는다. 우리 점포가 생긴 이후 샤브샤브 뷔페가 3곳이나 늘어났다”

- 창업 준비는 어떻게 했나. 예비 창업자들에게 한마디 조언한다면?

“중국 유학생이 진짜 중국 전통음식을 먹고 싶다는 말을 듣고 중국에 건너가 6개월 간 중국식 샤브샤브 요리법을 배워왔다. 장사를 하기 위한 기초 재료비로 약 1000만원을 지출했고 판매할 술, 주방 집기, 인테리어 등을 갖추는데 총 5000만원이 들었다. 20~30평 기준 창업 비용은 약 2억원에 달했다. 예비 창업자들에게는 힘들다고 포기하지 마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꾸준히 ‘맛’을 추구하다보면 분명 성공할 수 있다”

[상권분석=김영갑 교수|김혁 연구원, 한양사이버대 외식MBA, 자료· NICE지니데이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