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나간 소비일까…커피브랜드 상품 ‘불평 속 불티’

커피 상표 저력 무섭다…비싸서 싫은데 마구 사는 야릇한 심리 ‘호갱 전락’

손현지 기자(starhyunji93@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11-04 13:00:41

▲ 최근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판매하는 MD상품에 대해 고가 논란이 일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일반 제품에 해당 브랜드 로고만 박아 몇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팔아 지나친 상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MD상품이 진열된 스타벅스 매장 ⓒ스카이데일리

“조카에게 줄 텀블러를 찾고 있는데 가장 저렴한 제품이 1만5000원이에요. 그런데 디자인이 별로라서 선물용으로 살 수가 없어요. 민무늬에 스타벅스 로고만 박혀있을 뿐인데 너무 비싸네요”

강모(42)씨는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조카에게 텀블러(tumbler, 음료수를 마시는 데 쓰는 밑이 편평한 잔)를 사주기 위해 여의도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을 찾았다.

강씨는 30가지가 넘는 MD상품( Merchandising 상품의 줄임말로 특정 행사·단체와 관련된 홍보용 상품 또는 기획 상품)을 보면서 최대 1만5000원 정도면 예쁘고 질 좋은 제품을 고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장 저렴한 것이 1만5000원이고 괜찮은 제품은 2만7000원짜리 스테인리스 텀블러였다. 기대한 예산보다 2배 가까운 금액을 지불한 그는 스타벅스의 상술에 입맛을 다셨다.

MD상품 진화…소비자들 “시중 가격 대비 최고 3배 이상 비싸” 분분

최근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시중가격보다 훨씬 고가의 MD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원성을 자아내고 있다.

MD 상품은 커피 프랜차이즈 입장에서는 일종의 파생상품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최근 대형 프랜차이즈에서는 텀블러, 머그컵, 다이어리, 원두 등 다양한 MD상품을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MD상품이 홍보 수단을 넘어 과도한 이윤추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 MD상품은 시중가격에 비해 2~3배 비싸게 가격이 책정되기도 했다. 브랜드 가치가 포함된 가격일지라도 정도가 심하다는 지적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일부 소비자단체들은 “카페가 과거보다 대중화되고 있는데 대형프랜차이즈들은 커피 가격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고가의 MD상품을 출시해 수익 창출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고 비난했다.

스카이데일리는 대표적인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엔젤리너스를 직접 찾아 MD상품과 소비자 반응을 살펴봤다.

▲ 스타벅스는 MD상품 판매가 가장 활성화된 곳이다. 스타벅스 MD상품은 전체 매출에서 10%를 넘는 비율을 차지한다. 스타벅스 홍보팀 관계자는 “MD상품 품목수를 240여가지 이상으로 늘리면서 판매율이 매년 20% 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카이데일리

스타벅스 여의도역직영점은 40여 가지가 훨씬 넘는 다양한 MD상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종류는 텀블러, 보온병, 머그컵, 원두커피가 주를 이뤘다. 이곳 점원에 따르면 가장 인기있는 제품은 텀블러였다. 텀블러 중 최고가는 SS엘마 헤리티지 텀블러다. 스테인레스 제질 제품으로 3만3000원(용량 473ml)이었다. 가장 비싼 MD제품은 1000ml 용량 보온병으로 5만4000원이었다.

직장인 권영주(30·여)씨는 “2만원 정도면 적정해 보이는데 디자인이 예뻐도 그렇지 3만3000원은 너무 비싸다”고 불평했다. 머그컵을 구경하던 직장인 도근찬(53)씨도 “아무리 스타벅스 브랜드라지만 이 작은 머그컵(우드랜드 아가공머그 89ml)이 1만1000원이어서 놀랐다”고 설명했다.

점원 A씨는 “근무시간(하루 5시간) 기준 하루 30명은 넘게 MD상품을 구경하는 것 같은데 가격 때문인지 구경만 하고 가시는 분이 많다”며 “5시간 기준 5개 내외로 제품이 팔리는데 팔리는 제품 대부분은 원두커피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보온병 판매 코너에서 만난 손창식(가명)씨는 “회사 사무실에 스타벅스 텀블러를 공용으로 쓰고 있는데 써본 결과 재질이나 성능은 일반 텀블러와 비슷했다”며 “요즘 젊은 사람들이 타인에게 과시하려고 커피 브랜드에서 제품을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비싼 가격 원성…“MD상품서 부가가치 창출은 지나친 상술” 분분

MD상품 대부분은 자체 제조 시설에서 만들 제품이 아닌 OEM방식으로 제작된 것들이다. 기성 제품에 로고를 넣거나 디자인을 더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2016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출시한 ‘진저 패밀리 보온병(350ml)’은 현재 정가 4만7000원에 매장에서 판매중이다. 그러나 서모스코리아가 만든 해당 제품은 인터넷에서 최저가 2만3000원에 팔리고 있다. 외부 디자인만 다를 뿐 동일한 제품이다.

MD상품 가격 거품 논란은 스타벅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 MD상품도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투썸플레이스에서 가장 비싼 텀블러는 3만5000원이다. 머그컵은 14000원, 머그컵 세트(찻잔포함)는 2만2000원이다.

롯데리아 계열사인 엔젤리너스에서 파는 가장 비싼 텀블러는 4만2000원이었다. 보온병의 경우 최고가는 4만2000원이었다. 2만원 이하 MD상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투썸플레이스 여의도역점에서 만난 김현석(31)씨는 3만3000원짜리 텀블러를 여러개 샀다. 김씨는 “고객 사은품용으로 여성들이 애용하는 텀블러를 사러 왔다”며 “1인당 1만5000원 정도를 기준으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고가라서 계획한 만큼 사지 못해 고민스럽다”고 실토했다.

▲ 국내 대표적인 카페 브랜드 다섯 곳(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엔젤리너스, 할리스, 파스쿠치)에서 취급하는 대표적인 MD상품은 텀블러였다. 가격은 1만원대부터 4만원대까지 다양했다. MD상품 대부분은 자체 제조 시설에서 만들 제품이 아닌 OEM방식으로 제작된 것들이었다. ⓒ스카이데일리

전 카페베네 마케팅팀직원에 따르면 디자인 전 텀블러 원가는 플라스틱 기준 2000원 내외, 스테인리스의 경우 9000원 내외다. 그는 “대부분 프랜차이즈가 MD제품을 고가로 책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비싸도 사가는 호갱님(어수룩한 손님)이 있는 한 이런 관행은 계속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MD상품 판매는 전체 매출에서 10%를 넘는 비율을 차지한다. 스타벅스 홍보팀 관계자는 “품목수를 240여가지 이상으로 늘리면서 판매율이 매년 20% 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MD상품이 스타벅스를 대표하는 수단이자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홍보하는 채널이므로 계속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썸플레이스 홍보팀 관계자는 “MD상품 매출은 꾸준히 상승추세다. 지난해 MD상품 판매율은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며 “부가적으로 수익창출을 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향후 다이어리 등 그 범위를 확장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MD상품은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상품 가격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기업들마다 쉽게 가격을 내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규한 국민대 교수는 “최근 커피 프랜차이즈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 건 사실이지만 이것을 이용해 커피 외 제품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지나친 상술이다”며 “소비자들이 브랜드 가치와 실제 제품 가치에 대해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