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가의 미술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대여할 수 있는 ‘미술품 렌탈’ 서비스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술품으로 인테리어 효과까지 낼 수 있어 소비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업계 안팎에서는 해당 서비스를 통해 신진작가 발굴 및 지원 활동까지 이뤄지고 있어 미술시장 저변 확대는 물론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미술품 렌탈’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업체는 ‘오픈갤러리’와 ‘아트브런치’, ‘서울예술재단’ 등이 있다.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국내 인기 작가의 원화 그림을 저렴한 가격에 대여해주고 있다. 특히 전문 큐레이터가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해 미술품 선택부터 관리까지 세심하게 상담해주고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먼저 지난 2013년 사업을 시작한 ‘오픈갤러리’는 작품 가격의 1~3% 가격에 대여해주고, 3개월마다 교체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작품들이 올라와 있는데, 대여 가격과 구매 가격 모두 투명하게 공개돼있다. 작품의 가격은 최저 5만원부터 최고 1500만원까지 다양하다.

작품마다 대여 가격은 다르지만 1500만원 상당의 고가 작품도 월 15~45만원이면 자신이 원하는 공간 어디든 걸어둘 수 있는 것이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홈페이지에서 제안서를 작성하고 추천 서비스를 신청하면 큐레이터와의 상담을 거쳐 작품을 선택하고 주문하면 된다. 제안서는 주문자의 취향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가용 예산, 그림을 둘 장소(공간 사진), 장르, 테마, 분위기, 선호색상 등 항목이 세세하게 기재돼 있다.

다른 업체 역시 시스템은 비슷하지만 가격에서 차이가 있다. 아트브런치는 고객이 연 33만원만 지불하면 작품을 대여할 수 있으며 2개월마다 교체가 가능하다. 또 2015년부터 미술품 렌탈 사업을 진행한 서울예술재단에서는 재단 후원인을 대상으로 작품을 대여해준다. 6개월 한정으로 대여할 수 있으며 매달 작품 가격의 1% 정도를 납부해야한다.

이들 업체는 모두 대여 뿐 아니라 구매도 가능하다. 작품을 대여해 이용하다가 마음에 든다면 살 수 있는 것이다. 실제 공간 분위기에 적합한지, 공간 이용자가 만족하는지 등을 판단해 볼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구매에 도움이 된다. 특히 오픈갤러리나 서울예술재단에서는 대여한 작품을 구매하면 대여비의 일부 혹은 전부를 돌려준다.

박의규 오픈갤러리 대표는 “평소 미술에 관심은 있지만 금전적·심리적 부담때문에 쉽게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다가가 ‘프라이빗 갤러리(private gallary)’를 조성해주는 것이 서비스 제공 취지”라며 “개인 고객의 경우 대여 후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미술품 렌탈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SNS서비스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에서는 해시태그 ‘#그림렌탈’을 검색하면 미술품을 대여해간 사람들의 후기가 상당수 올라와 있는데, 집 안 공간을 미술품으로 꾸며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픈갤러리를 이용해 그림을 대여했다는 한 이용자는 “그림 하나로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진 것 같아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고 후기를 남겼다. 또 다른 이용자는 “그림 한 점 달았을 뿐인데 집안 풍경이 새롭게 느껴진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업체 관계자는 “사람들이 평소 생활하는 집이나 사무실 등의 공간에서 원화를 접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다른 장식품 대신 원화를 걸어두면 공간에 힘이 생기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인테리어로 많이 활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 고객 뿐 아니라 법인 고객들도 많이 찾는다.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개인 고객은 주로 집 안 인테리어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대여하고 이후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기업·병원·학교 등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간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바꾸고, 갤러리처럼 전시하기 위해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에 소재한 한 치과에서도 렌탈 서비스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치과 관계자는 “치과를 무서워하는 환자들이 많아 진료실 등에 그림을 걸어뒀다”며 “경직된 분위기를 완화시켰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고 귓뜸했다.

서울예술재단 기획팀 소속 유영주씨는 “법인 고객 중에서는 작품을 대여하면서 전시회를 콘셉트로 그림을 걸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며 “계약이 만료된 이후에도 없으니 허전하다면서 재계약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특히 업계 안팎에서는 렌탈 서비스가 전반적인 미술 시장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해당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업체들이 작가들의 후원과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실제로 서울예술재단은 표 갤러리를 오랫동안 운영했던 표미선 이사장이 신진작가 발굴·지원을 위해 설립했다. 작품 대여 사업도 작가 후원 차원과 미술의 대중화를 목표로 시작한 것이다.

서울예술재단을 통해 작품 대여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재단 후원인’으로 등록해야 하는데 이는 예술가 지원을 위해서다. 재단은 작품 구매비와 대여비의 절반을 작가에게 예술후원금 명목으로 지급한다. 서울예술재단 유영주씨는 “2015년 여름에 사업을 시작하면서 300만원 이하 작품은 그해 연말까지 월 1만원으로 대여하는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오픈갤러리도 ‘투명한 거래 시스템을 바탕으로 건강한 미술 생태계를 만든다’를 기치로 삼고 있다. 다수의 작가와 대중이 만나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술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오픈갤러리 박 대표는 “평소에 원화를 접하지 못했던 서비스 이용을 통해 미술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 미술 시장이 커질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면서 “그러다보니 다양한 작가를 섭외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