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캡슐호텔, 꿀 잠의 유혹 ‘하지만 비싸다’

첨단시설 갖추고 국내 첫 서비스…이용요금 불만 고조 “차라리 택시탄다”

김성욱 기자(ukzzang678@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1-25 00:03:08

▲ 인천공항에 국내 최초 캡슐호텔 ‘다락 휴(休)’가 최근 개장했다. 인천공항 내 환승객 및 심야여객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인천공항의 경쟁력 강화방안으로 추진된 캡슐호텔 다락 휴는 개장 초기부터 고가의 이용 요금으로 여행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사진은 캡슐호텔 다락 휴 입구 ⓒ스카이데일리

국내 최초 캡슐호텔이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섰다.

SK네트웍스 워커힐호텔이 40억원을 들여 조성한 ‘다락 휴(休)’다. 당초 CJ푸드빌이 인천공항공사로부터 임대받은 공간을 SK 측이 재임대해 캡슐호텔을 지은 것이다.

캡슐호텔이란 일본에서 처음 개발됐다. 1인 혹은 2인 등의 인원이 휴식·숙박하는데 최소한의 공간만을 제공하는 숙박업체다. 화장실·샤워실 등은 공동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경쟁력강화 24시간 공항…3시간 기본에 오후 8시 이후 ‘무조건 1박요금’

캡슐호텔이 운영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일이다. 다락 휴는 인천공항 경쟁력 강화방안에 따른 후속과제로 신설됐다. 24시간 운영공항인 인천공항 내 환승객 및 심야여객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스카이데일리는 지난 주말을 이용해 다락 휴를 이용해봤다. 인천국제공항 교통센터 1층에 위치한 이곳은 총 60실 규모의 객실을 갖췄다. 객실은 총 4가지다. △싱글베드(4.3㎡) △싱글베드와 샤워시설(6.0㎡) △더블베드(5.3㎡) △더블베드와 샤워시설(7.6㎡) 등이다. 샤워시설이 들어선 방에서는 샤워만 가능하다. 화장실은 공용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간 요금(DAY USE)이 적용된다. 기본이용시간은 3시간이다. 3시간 기준 △싱글베드 2만3100원 △싱글베드와 샤워시설 2만6400원 △더블베드 3만1500원 △더블베드와 샤워시설 3만6000원 등이다.

시간당 7000원~1만800원인 셈이다. 표시가격과 별도로 봉사료 및 세금 10%가 가산된다. 오후 9시 이후에는 1박 요금(OVERNIGHT)이 적용된다. 가격은 △싱글베드 5만5000원 △더블베드 6만9000원 △싱글베드와 샤워시설 6만원 △더블베드와 샤워시설 7만5000원 등이다.

▲ 인천국제공항 교통센터 1층에 위치한 캡슐호텔 ‘다락 휴(休)’는 총 60실 규모의 객실을 갖췄다. 객실 종류는 총 4가지다. 다락 휴는 사물인터넷을 접목한 ‘키리스(Keyless)’ 시스템을 도입해 예약 및 체크인·아웃을 비롯해 조명 및 온도 조절까지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사진은 다락 휴 호텔 복도(사진 위)와 호텔 내부 ⓒ스카이데일리

다락 휴는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키리스(Keyless)’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름 그대로 열쇠가 필요 없다는 의미였다. 예약 및 체크인·아웃을 비롯해 조명 및 온도 조절까지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었다. 고급 매트리스와 개별 냉·난방 시스템, 소음 차단 시스템, 무선인터넷, 블루투스 스피커를 갖췄다.

개장일인 20일과 이튿날의 경우 심야시간대 객실이 만실일 정도로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호텔에서 만난 이용객 역시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새벽 혹은 이른 아침시간대 비행기를 이용하려는 지방거주 여행객들이 급한대로 이용하기 편리할 것이란 반응이었다.

한 이용객은 “아침 8시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거주지인 원주에서 새벽공항까지 올 수 있는 교통편이 마땅치 않았다”며 “내부 시설도 깔끔하고 스마트폰으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편리하다”고 전했다.

공항이용객 “비싸다” 가성비·실용성 불만…심야시간 무조건 1박 요금 “너무했다”

하지만 심야시간대 입·출국장에서 만난 공항이용객들은 다른 반응이었다. 이용의사에 대해 난색을 표한 것이다.

이용객들은 해외 공항 등에 설치된 캡슐호텔에 비해 비교적 비싼 요금을 문제 삼았다. 심야시간대 무조건 1박 요금을 받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잇따랐다. 차라리 그 값으로 택시를 타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입국장에서 만난 여행객 오현공(27·남) 씨는 “혼자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인데 해외에서 이용해 본 캡슐호텔보다 비싼 것 같다”며 “새벽에 잠깐 쉬고자 인천공항 내에 위치한 찜질방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 그 곳에서 쉬고 비행기 타는 편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오 씨는 또 “비행기 환승시간이 길면 항공사에서 공항 근처 호텔을 제공해주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 봤을 때 이번에 생긴 캡슐호텔은 가격 대비 이용할만한 장점이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이충훈(27·남) 씨는 “잠깐 머물기에는 이용 요금이 비싸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공항 여행객들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이용 요금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심야시간이더라도 공항으로 갈 수 있는 리무진 버스 등의 교통편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캡슐호텔을 이용하는 여행객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 자료: 인천국제공항 홈페이지 [이미지=한지은] ⓒ스카이데일리

박수민(가명·24·여) 씨는 “특정 제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가장 많이 따져보는 것이 가격대비 성능(가성비)이다”며 “숙박비를 따져봤을 때 캡슐호텔은 가성비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30·남) 씨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거나 급할 때를 대비해 공항 내 이런 숙박시설이 생긴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서비스를 이용해 볼 의향은 있다”면서도 “방학을 이용해 배낭여행을 다니는 20대 대학생들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운 요금인 것은 사실”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또 오후 이후 입실해 1시간을 이용하더라도 1박 기준의 요금이 부과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심야 여객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 맞냐’, ‘비행기 시간 때문에 일찍 퇴실하게 되면 또 다른 손님이 1박 요금을 내고 입실하는 것 아니냐’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서울까지 택시비도 1박 요금보다 저렴…해외 캡슐호텔 시간당 평균 4000원

이용객들이 제기한 문제점들을 확인해봤다. 서울의 경우 호텔 1박 비용보다 택시비가 저렴했다. 근교지역들 역시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가격에 택시를 이용할 수 있어 “차라리 택시를 타겠다”는 반응에 부합했다.

인천국제공항 홈페이지에 따르면 인천공항에서 서울시청·강남역·김포공항까지의 택시요금은 각각 4만7000원, 5만1000원, 3만3000원 등이었다. 이는 5만5000원에서 7만5000원에 이르는 다락 휴 1박 요금보다 저렴했다. 심야할증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비슷하거나 그 이하 수준이었다.

서울 근교일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천터미널 3만원, 부평역 3만3000원, 고양시청 3만9000원, 광명시청 4만1000원, 안산시청 4만7000원, 수원시청 6만3000원 등이었다. 심야 할증요금이 가산된다 하더라도 다락 휴 1박 요금과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금액이었다.

타 국가의 캡슐호텔에 비해 비싸다는 지적도 사실이었다. 우리나라와 인접해 있는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는 일본,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은 주요 거점 국제공항 내 캡슐호텔을 운용 중이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인천공항의 다락 휴는 해외의 캡슐호텔에 비해서도 가격이 비싼 편으로 나타났다. 일본 하네다 공항에 위치한 캡슐호텔 ‘퍼스트캐빈’은 1박 기준 4900엔(한화 약 5만원)의 요금을 책정하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공항에 위치한 ‘더윙스(The Wings)’는 5시간, 8시간 등 여행객들의 편의에 맞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용요금은 5시간 기준 880페소(한화 약 2만원), 8시간 기준 1000페소(한화 약 2만3000원) 등이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 있는 ‘캡슐 바이 컨테이너’는 6시간 기준 80링깃(한화 약 2만1000원), 9시간 기준 100링깃(한화 약 2만6000원), 12시간 110링깃(한화 약 2만9000원) 등의 요금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들 캡슐호텔의 이용요금을 1시간 요금으로 계산해 봤을 때 △일본 퍼스트캐빈 한화 약 4100원 △필리핀 더윙스 한화 약 4100원 △말레이시아 캡슐 바이 컨테이너 한화 약 3400원 등으로 나타났다. 시간당 평균 요금은 약 4000원으로 다락 휴의 1시간 이용 요금인 7000원에 비해 3000원 가량 저렴한 편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워커힐 측 관계자는 “워커힐 명성에 맞는 최고급 구성에 3시간 이후부터는 시간당 요금이 4000원이어서 고가라고 보기 힘들다”며 “특히 1박 요금은 5만5000원~7만5000원으로 공항 밖 호텔보다 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