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 사살하고 싶은 남한 동경 북한 군인들 넘쳐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기사입력 2012-10-13 13:47:26

▲ 황철. 2005년 2월 탈북

▲ 한국외국어대학 경영학과 2학년 재학

지난 10월 6일, 17살의 어린 북한군 하전사가 두 명의 상관을 사살하고 대낮에 38선(휴전선)을 넘어 귀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만 해도 벌써 세 명의 북한군 병사가 38선을 넘어 귀순한 셈이다.

북한에서는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을 가리켜 ‘민경’이라 부른다. 이들이 모인 ‘민경부대’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하는 군인들은 대한민국의 해병대만큼이나 자랑스러워한다.

민경부대는 사상적으로 검증된 사람들만 선발하는 것이 북한의 원칙이다.

하지만 철저하게 검증을 마친 사람들이 상관까지 사살하고 귀순한다는 것은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목숨을 걸고 철책을 넘은 그들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와 함께 북한군 내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귀순하는 북한군 병사들은 대게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젊은 병사들로 알려졌다.

13년의 군복무를 하는 북한군 실정에서 이들은 하 전사에 속하는 초급, 중급, 상급병사들이다.

또한 북한에서 말하는 ‘고난의 행군’시기를 전후해 태어나 어렵게 유년기를 보낸 세대들이다. 이들 세대들은 기성세대들에 비해 몇 가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실리를 우선으로 하는 경제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

▲ 속옷차림으로 노역에 동원된 북한군인들.
군 복무기간 중에도 총 한번 못 만져보지 못하고 건설현장을 떠돌며 일만 하는 군인들이 수없이 많다.

이들은 경제난을 겪으며 친구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굶어 죽는 모습을 보고 듣고 자라면서 빈곤으로 인한 죽음에 대해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이런 환경때문에 사상보다는 현실을 더 중요시 하게 됐고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게 된 것이다.

또한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한 시장경제가 확산되면서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졌다.

이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했고 더 많은 돈이 필요 했다. 부모님의 경제력이 낮으면 본인들이 스스로 벌어서라도 유행에 따라가야 했고 더 좋은 옷과 더 좋은 학용품을 쓰기 원했다.

현재 남한과 같이 한·두명의 자식만 낳아 잘 키우자는 부모들의 열정이 이들의 개인주의적 성향 형성에 한 몫 한 것이다.

아울러 이들은 한류세대다. 북한전역에 한류가 급속히 전파된 2005년 이후에 사춘기를 보내며 성장했다.

이들에게 남한은 깡통을 차고 쓰레기를 뒤지는 거지들이 득실거리는 나라가 아닌 진정한 우상이 된 것이다.

▲ 밭농사를 하는 북한 군인들의 모습. 이 같이 농사지은 곡물들은 대부분 군 장교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공급된다고 한다.

K팝과 발라드를 즐겨 부르고 아이돌의 헤어스타일과 패션을 유행으로 생각하며 자랐다. 한국의 자유스러운 모습과 번화된 거리를 보며 꿈에서라도 가보길 원하던 세대들이다.

북한도 남한처럼 ‘의무병역제’지만 많은 북한 젊은이들은 군을 기피하려 한다.

▲ 북한 군 병사 계급장. 남한 군생활의 3배에 가까운 5~6년이 지나야 병사생활을 벗어난다.

뇌물을 써서라도 징병에서 제외되려 안간힘을 쓰고 심지어 신체검사 당일에 중국산 항생제 알약을 가루로 만들어 코로 흡입하고 폐결핵 진단을 받으려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군 면제자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심각한 병력부족현상을 겪고 있는 북한은 외형적으로 이상이 없으면 무조건 징집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결국 군에 입대한 이들은 상관들로부터 감당하기 어려운 불이익을 받는다.

상관의 몸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각종 잡일을 도맡아 하고 상관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든 구해서 갖다줘야 한다. 한밤중에 술, 염소, 돼지 등을 구해오라고 하면 민가에 내려가 강도질을 해서라도 무조건 구해내야 한다.

이미 오래전에 김일성이 발표한 군내 관병일치, 상하일치는 이젠 책속에만 존재 하는 실정이 됐다.

이 같은 상하 관계로 인해 상급자와 하급자사이에는 불만을 넘어 분노가 꿈틀거린다.

▲ 판문점 북한 군인 모습. 최전방부대에서 근무하는 군인들과 같이 ‘민경부대’로 분류되지만
더 엄격한 검증(집안 내력, 사상, 계급 관, 체격 등)을 통해 선발된다. 팔 위쪽에 민경부대 마크가 보인다.

필자가 북한에 있을 당시 친하게 지내던 군인은 “전쟁만 일어나면 분·소대장부터 쏴죽이겠다”고 불평하곤 했는데 그와 같은 일이 현재 현실로 일어나고 있다.

북한당국이 한 하늘을 아래 절대 살수 없는 ‘철천지원수’라고 칭하는 미국과 남한의 실상을 잘 아는 새로운 세대, 즉 젊은 군인들은 지금도 죽기보다 더 힘든 상관의 명령을 수행하며 분노의 칼을 갈고 있다.

이번 북한군 귀순은 시작에 불과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지난 1949년 5월, 2개 대대를 이끌고 북한으로 귀순했던 ‘강태무 사건’과 같은 일이 멀지 않은 미래에 북한군에서 일어 날수도 있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