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7000만명이 찾는 한강공원은 여름이면 더욱 북새통이다. 시민들이 열대야를 피해 한강공원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최근 한강공원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추태가 곳곳에서 감지된다는 지적이 무성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거나 과한 스킨십을 나누는 연인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기 때문이다. 한강공원 특성 상 가족단위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만큼 어린 자녀와 함께 더위를 피하기 위해 공원에 나온 부모들은 심각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시민들의 열대야 특효약 술…즐길 땐 ‘낭만’ 취하면 ‘깽판’ 천태만상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수년 째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는 노점상들은 “밤이 깊어갈수록 한강공원은 음주가무를 즐기는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든다”고 말했다. 장마가 끝나면서 술을 들고 한강을 찾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매년 여름이면 이 같은 모습이 반복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길어진 해도 저문 오후 8시를 넘어서자 공원 곳곳에서 빈 술병과 맥주캔 등이 여럿 눈에 띄었다. 편의점 앞 테이블은 물론이고 잔디밭, 벤치 등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벤치의 경우 먹다 남은 술잔과 안줏거리가 흩어져 있어 다른 사람들이 이용하는 데 불편함을 겪기도 했다.

 

이어 한강 마포대교 아래 시민공원을 찾았다. 도착하자마자 약 20여명의 남녀가 동그랗게 모여 앉아 술판을 벌이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서로 술잔을 주고받으며 왁자지껄 떠는 모습이었다. 옆 잔디밭에서도 주문한 배달음식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모여 앉은 여러 무리의 시민들이 목격됐다.

 

한 손에는 맥주캔 또는 술이 담긴 종이컵을 든 채 여름밤을 즐기는 듯 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취기가 오른 이들이 점점 눈에 띈다는 점이었다. 자정 가까운 시간이 되자 몇몇 시민들은 취객으로 변한 채 고성을 지르며 다투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취재 도중 갑작스레 날아든 막걸리 페트병에 맞는 봉변을 겪기도 했다. 약 10걸음 정도 앞 잔디밭에서 한창 술을 즐기던 무리 중 한 명이 던진 페트병이었다. 그곳에는 벌써 만취가 된 채 술잔을 기울이는 6명의 청년들이 자리했다.

    

당연히 사과는 없었다. 그들 중 몇몇은 앉아 있지도 못할 정도로 만취상태였다. 대부분 몸을 가누기 힘들어 했다. 그럼에도 서로 술잔을 계속 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행 중 한 명이 술잔을 거부하자 욕설을 내뱉으며 고성을 일삼기도 했다.

 

한강공원 내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직원 김상미(가명·여) 씨는 “점장이 아닌 까닭에 정확한 수치를 언급할 순 없지만 경험 등에 비춰봤을 때 편의점에 오는 손님들 중 음료수보다 술을 구매하는 고객이 더 많은 것 같다”며 “가장 많이 판매되는 것인 맥주인데, 가끔 소주를 10병 넘게 사가는 고객들도 적지 않은 편이다”고 말했다.

 

한강사업본부가 임시로 마련한 쓰레기장에 가봤다. 이곳 관계자에 따르면 여름철과 같은 성수기에는 임시적으로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별도의 ‘존(Zone·구역)’이 마련된다. 기존 쓰레기통으로 수용에 한계가 있어 이 같은 별도의 구역이 설치되는 것이다. 여의도에만 25개의 구역이 마련됐다.

 

공원 내 쓰레기 방치가 만연하자 분리수거는 관계없으니 이곳에다 한데 모아 버려달라는 한강사업본부 측의 의도였다. 한 쓰레기존에서 캔을 고르는 고물장수를 만나볼 수 있었다. 그와 함께 캔을 골라봤다. 수북하게 쌓인 쓰레기 더미에서 총 250개의 캔이 발견됐다. 대부분 맥주·막걸리 등이었다. 이마저도 비닐봉투에 음식물 등과 함께 쌓인 캔류는 제외된 숫자였다.

 

캔을 세던 도중 소주페트병을 든 취객이 다가와 시비를 걸기도 했다. 그는 “이곳에서 내가 대장이다”며 캔을 골라내는 고물장수를 방해했다. 한 동안 행패를 부리던 그에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돌아서서 다른 행인들을 붙잡고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취객에 오염된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 공원을 찾은 임연수(가명·남) 씨는 “공원에서 술을 마시는 게 불법이 아니긴 하지만 간혹 주정을 부리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더러 있어 보기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3년째 영어강사 일을 하고 있다고 밝힌 미국인 마이크(Mike·28·남) 씨는 “미국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는 게 금지 돼 있는데 한국에서는 야외 술 문화가 일상적인 것 같다”면서 “나라면 가족들과 어린 아이들이 돌아다니는 공원 같은 곳에서 술을 마시진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흐르는 강물 보며 무르익은 분위기에 찐한 스킨십…아이들 눈 가리기 바쁜 부모들

 

한강공원의 골칫거리는 비단 취객만이 아니었다. 농도 짙은 애정행각을 일삼는 연인들 역시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쉬는 연인들은 포옹뿐 만 아니라 서로의 몸 이곳저곳을 더듬기도 했다. 키스 등의 진한 스킨쉽도 서슴지 않았다. 아이들과 한강공원을 찾은 부모들은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손으로 아이들의 눈을 가리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공원을 찾은 이병민(가명·43·남) 씨는 “아이들과 함께 공원을 찾았는데 옆에서 저러고 있으면 여간 보기 불편한 것이 아니다”면서 “설사 어른들만 있는 공간이라 하더라도 만인을 위한 오픈된 공원에서 주위를 아랑곳 않는 것 또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창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와중에도 인근에 20대로 보이는 젊은 연인들의 애정행각은 계속됐다. 비단 이곳뿐 아니라 공원 곳곳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연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한 여성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장난을 치는 듯 ‘아이스께끼’라 말하며 동행한 남성의 반바지를 불쑥 내리고 깔깔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벤치에서는 남녀가 한창 키스에 몰입해 있었다. 포옹을 하던 남자의 손길이 여성의 얼굴로 향했고 가벼운 입맞춤으로 시작했지만 이내 서로를 깊숙이 탐하기 시작했다. 벤치 주위로 몇몇 어린 아이들이 오고갔고 게 중 일부는 서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기도 했다. 이내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잽싸게 끌어안고 총총걸음으로 멀어져갔다.

 

잠시간의 소동에도 서로를 탐닉하던 두 남녀는 흔들림 없이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키스를 하며 서로를 쓰다듬었다. 무려 20분 간 계속된 애정행각에 휴식을 취하던 상당수 시민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다가도 결국에는 인상을 찌푸리고 발을 돌렸다. 아이들이 보지 못하도록 아예 돌려 앉히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공원을 찾은 최우연(85·여) 씨는 “한강공원에는 둘만 있는 공간에 해야 할 행위들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그런 연인들을 볼 때마다 못 본 체 지나가곤 하지만 참으로 볼썽사납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지나친 애정행각과 관련된 민원은 목요일부터 일요일 사이에 특히 많은 편이다”며 “관련 방침에 따라 질서유지 및 단속업무를 실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완전히 근절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우선 단속인원이 부족해 넓은 한강공원을 대상으로 단속을 실시하는 데 고충이 많다”며 “음주와 애정행각 등의 경우 법에 저촉이 되는 행동들이 아니다보니 만류하는데 그치는 수준이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