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한민국은 대선으로 시끌벅적 하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거리 곳곳에서 유세차량들과 현수막들이 온통 나를 뽑아야만 대한민국이 살아남는다고 역설한다.

 

북한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낯선 광경이다. 한국에 와서 벌써 두 번의 총선과 두 번의 대선을 맞지만 아직도 조금 낯설다.

 

지금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대선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남한과 너무나도 다른 모습의 북한의 선거에 대해 이야기 한다.

 

한국은 총선과 대선을 통해 국회의원은 물론 대통령까지도 국민들이 직접 선출한다.

 

하지만 북한엔 대선이 없다. 한국의 대선과 같이 매 5년마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및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진행한다.

 

여기서 선출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이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국가수반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대선이 진행된다. 북한의 선거는 형식과 절차에 있어서 남한의 선거와 매우 유사하지만 내용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여와 야 및 무소속 등 다수의 후보가 출마, 선거공약을 통해 국민들의 선택을 받는 남한의 선거와 달리 북한은 조선노동당에서 추천하는 단일후보에 대한 찬-반 형식으로 선거가 진행된다. 하지만 선거에서 무조건 찬성만을 강요하는 것이 북한 선거의 특징이다.

 

북한주민들은 후보자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제공받지 못하고 선거장에 조직단위 혹은 개인단위로 강제로 끌려 나가 투표를 해야 한다. 만약 투표에 불참할 경우 조직적, 법적 처벌까지 받아야 한다.

 

선거기간 내내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수막이나 유세차량이 아니라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거리행진을 하며 선거참여를 독려하는 유세를 진행한다.

 

지금도 ‘모두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에로’, ‘모두다 찬성투표하자’라는 식의 구호를 외치며 꽃과 피켓을 들고 거리유세를 하던 고등학교 시절 기억이 생생하다.

 

북한에 거주당시 필자는 제10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98.7), 99년 지방 선거, 2003년 최고인민회의 및 지방 대의원 선거 등 세 번의 선거에서 투표했다.

 

하지만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후보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찬성만 해야 하는 줄 알고 참여했던 북한의 선거를 생각하면 참 후회스럽기만 하다.

 

단 한번 후보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사전에 포스터를 보고 선거에 참가했을 정도로 후보자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도 제공받지 못하고 투표장으로 갔었다.

 

이렇다 보니 나중에는 후보자가 누구이던 중요치 않았다. 투표일에 맞춰 신분증을 들고 투표장에 가는 것이 더 중요했다.

 

이런 투표습관으로 인해 한국에 입국한 다음 달인 2005년 10월 재 보궐 선거 때 선거일이 되는데도 투표하러 나오라고 말하는 사람 하나 없고 투표를 안했다고 문책하는 사람도 없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북한은 남한과 달리 만 17세 이상이면 선거권을 갖는다.

 

만 17세 이상의 유권자는 무조건 선거에 참가해야 하며 투표에 불참하거나 투표에서 반대를 찍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혹 반대표가 있으면 이는 노동당과 수령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돼 혹독한 처벌과 사상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북한이 발표한 지난 10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투표결과 총 687석의 의석수 중 노동당 594석, 사회민주당 53석, 천도교 청우당 23석, 조총련 7석, 기타 10석으로 대의원이 선출됐다고 밝혔다.

 

표면상으로 보면 소수당도 참여하는 민주 정치인듯 하다.

 

하지만 조총련을 제외한 북한 내 후보자들은 모두 노동당에서 선출한 후보들이며 사회민주당이나 천도교 청우당 등은 표면상일 뿐 내면은 노동당출신 대의원들이다.

 

이렇게 선출된 대의원들은 대의원 증을 들어 보이는 방식의 거수를 통해 국가수반을 선출한다. 북한 독재체제의 세습이 정당화 됐던 가장 큰 근거가 바로 이렇게 진행되는 소위 ‘민주적’ 선거 덕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