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문화가 팽배했던 우리나라 현실상 원활한 부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아내의 헌신’이 유독 강조돼 왔다. 반대의 경우는 비교적 등한시 돼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고 성평등 인식이 확산되면서 세태가 변하고 있다. 화목한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한 ‘남편의 헌신’이 강조되고 있다. 덕분에 헌신적인 남편들의 사례는 주변에 귀감이 되기도 한다.

 

 

개그맨 정태호(41·남) 씨는 개그계 대표 ‘애처가’(아내를 각별히 사랑하고 몹시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뜻하는 한자어)로 유명하다. 정 씨는 2008년 KBS 공채 개그맨 23기로 데뷔해 인기 개그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에 출연한 인기 개그맨이다. ‘용감한녀석들’, ‘정여사’ 등 인기 코너를 통해 큰 사랑을 받았다.

 

두 아이와 함께 남부럽지 않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정태호 씨 부부의 첫 만남은 과거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씨는 당시 아마추어 개그맨들이 주축인 ‘개그사냥’에 출연하면서 해당 프로그램 작가였던 지금의 아내 조예현 씨를 처음 만났다. 정태호 씨는 아내 조 씨와 함께 일을 하면서 ‘무작정 결혼하고 싶은 여자’라는 감정을 가졌다고 회상했다.

 

“사실 첫 눈에 반했다는 말은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저 여자와 결혼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현명한 사람과 만나고 싶었는데 저 작가님과 결혼하면 아이한테도 잘하고 나한테도 잘 해줄 것 같았죠”

 

결국 정태호·조예현 부부는 지난 2012년 7년여 간의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2014년 첫 딸을 얻은 이후 지난해 3월 아들을 낳아 어엿한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과거 그는 아내가 첫 아이를 낳는 순간에 느꼈던 감정을 당시 출연하던 KBS2 예능프로그램 ‘인간의 조건’을 통해 표현해 내면서 아내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주변에서 ‘아내 복을 먹고 산다’는 이야기를 항상 듣고 있다고 털어놨다. 아내를 만난 직후부터 일이 술술 풀렸기 때문이다. 정 씨에게는 ‘바보온달’, 아내 조 씨에게는 ‘평강공주’ 등의 별명이 각각 붙게 된 이유다.

 

“아내를 만나고 정식 개그맨으로 데뷔하고 상도 받고 좋은 코너를 만나 대중들의 사랑도 많이 받았어요. 그 과정에서 내 집도 장만하고 사랑스러운 딸과 아들도 생겼죠. 주변 사람들이 농담처럼 말해도 농담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아내에게 항상 고맙다는 생각을 갖고 더욱 잘 해주려고 노력하죠”

 

정 씨는 화목한 가정생활을 꾸려가는 비결 중 하나로 평소 아내를 향한 애정의 표현을 자주한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사랑해’라는 말을 평소에 하지 않으면 진짜 하고 싶을 때 못하는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처음 연애를 시작한 연인들과 같은 ‘사랑해’라는 말 만큼 애틋하진 않더라도 진정성 담긴 고마움의 표현을 될 수 있으면 많이 표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게 정 씨의 조언이다.

 

“평소 ‘아내를 사랑해요 좋아해요’, ‘아이들을 사랑하고 좋아해요’는 말을 주변 지인들에게 자주 해요. 혹시 내가 아내와 아이들에게 소홀할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너 아내에게 잘한다면서’라는 말을 듣게 되면 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들죠. 사랑의 감정을 잊거나 무뎌지는 게 가장 두려워요. 부부가 되고 아이가 있으니 예전처럼 설레는 감정은 조금씩 무뎌지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되도록 천천히 무뎌지게 하기 위해서 표현을 자주하죠”

   

정 씨는 일상 속 소소한 이벤트를 통해 아내에 대한 고마음을 표현하는 편이다. 현재 회사를 휴직하고 육아에 전념하는 아내를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등 평소 아내를 위한 배려 또한 아끼지 않는다.

 

“결혼 생활을 하다보니까 일상에서 주는 소소한 즐거움 같은 데 고마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죠. 한 번은 책에서 아내들이 설거지 할 때 화를 가장 많이 낸다고 한다는 글을 읽었죠. 그런데 바로 앞 창가에 꽃이 있으면 화가 좀 누그러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내가 없을 때 조화를 사서 꽂아뒀던 경우도 있어요. 값어치 있는 선물도 물론 좋지만 일상 속 소소한 것이 아내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 같아서 그런 이벤트를 자주 해요”

 

보통 연예인들은 주말에 행사를 잡는 등 스케줄이 많지만 정 씨는 가족을 위해 시간을 비워두는 편이다.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뒤 ‘주말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자’는 다짐을 하게 됐고 이를 지키려고 노력 중이다.

 

“부부 사이가 좋으니까 자연히 가족 간의 정도 더욱 돈독해지는 것 같아요. 가족애가 너무 세서 걱정일 정도죠. 아이들이 이모 곁에도 붙어있어야 부부만의 시간도 갖는데 네 명이서 똘똘 뭉쳐서 항상 시간을 같이 보내요”

 

 

트로트가수 윤호(윤충노·60·남) 씨는 지난 2015년에 ‘아시나요’를 통해 데뷔했다. 그의 데뷔곡 ‘아시나요’는 아내를 위해 쓴 편지를 그대로 가사로 담은 곡이다. 아내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그를 가수의 길로 인도한 셈이다.

 

윤호 씨는 비교적 늦게 데뷔한 편이다. 그는 비교적 어려운 젊은 시절을 보냈다. 가구사업을 하다가 사기를 당해 빚더미에 오른 후 길거리에서 음료·오징어 등을 판매한 경험도 지녔다. 당시 그의 옆에는 지금의 아내가 있었다. 아내와 함께 길거리 노점상을 운영하며 간신히 빚을 갚고 재기에 나선 윤호 씨는 또 한 번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사랑하는 아내가 우울증에 걸렸기 때문이다.

    

“당시 첫째 아들이 미국에 박사 학위를 따러 간다고 말했어요. 잠깐 다녀오는 게 아니라 ‘자리를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죠. 그 말을 들은 아내는 바로 앓아누웠어요. 아들을 1년에 몇 번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크게 슬퍼했죠”

 

슬퍼하는 아내를 본 그는 아내를 위로하는 편지를 썼다. 이후 흥얼거리던 멜로디를 붙여 ‘아시나요’란 곡을 탄생시켰다. ‘나의 사랑을 아시나요. 이 가슴에는 당신뿐인걸. 오직 한 사람 사랑한 내 인생’ 등 해당 곡의 가사에는 아내를 향한 윤호 씨의 마음이 담겨 있다. 뮤직비디오에는 아내가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뮤직비디오 촬영에 대해 고민할 때 감독님이 전문 배우를 출연시킨다는 이야기를 하셨죠. 하지만 저는 아내가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내를 위한 노래이기 때문에 예쁜 배우도 좋지만 아내가 출연을 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죠”

 

아내를 위한 노래까지 만들어 부를 정도로 애틋한 사이를 자랑하는 윤호 씨 부부는 서로 알게된 지 50년이 흐른 지금도 어딜 가나 손을 꼭 잡고 다닌다. 일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떨어져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런 남편의 넘치는 사랑 덕에 아내 황연순(58·여) 씨는 항상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남편이 스킨십이 많아요. 아직도 자주 업어주고 뽀뽀도 자주 해줘요. 이렇게 서로 사이가 좋으니까 어느 날은 아들이 ‘저는 다른 건 몰라도 결혼 생활은 참 잘할 것 같아요. 부모님 사시는 모습 보니까 자신이 있어요’라고 하더라고요. 주변에서도 항상 사이가 좋으니까 부러워하는 경우도 많죠. 그래서 저는 스스로를 ‘사랑을 먹고 사는 여자’라고 생각해요. 남편의 사랑을 이렇게 듬뿍 받고 있으니까요”

 

[김민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