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팽개친 위험한 돈벌이에 도로 위 살인무기 판친다

검사원에 ‘무조건 합격’ 압박하는 민간검사소…탁상공론 일삼는 정부

전경훈 기자(ghjeon@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12-27 17:03:06

▲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교통안전공단 검사소(23%)와 민간 검사소(13.9%)의 자동차 안전검사 부적합률은 10%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한 공단 검사소에서 자동차 안점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차량들(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스카이데일리

민간 자동차 검사소 안전검사의 부실화가 ‘심각’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자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다 보니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실한 안전검사는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돈벌이에 밀린 안전…‘무조건 합격’ 불법행위 만연한 민간 자동차 안전검사

정부는 자동차 등록 대수의 급격한 증가와 검사시설 부족으로 인해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하던 자동차 안전검사를 1997년부터 민간에 개방했다. 이후 민간검사소는 꾸준히 증가해 현재 1800여 곳에 이른다. 전체 자동차검사의 약 70%에 달하는 수치다.

최근 이들 민간 자동차 검사소의 부실 검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교통안전공단 검사소의 자동차 안전검사 부적합율은 23%인데 반해 민간 검사소는 절반 수준인 13.9%에 불과하다. 차주들은 안전검사를 쉽게 통과할 수 있는 민간검사소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1만원만 더 주면 안전검사에서 불합격을 받은 차량도 합격을 시켜주겠다’는 홍보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다.

민간 자동차 검사소의 높은 합격률은 사업주의 과도한 돈벌이의 결과로 분석된다. 성동구 성수역 인근에서 검사원으로 근무하는 김진호(48·남·가명) 씨는 “나라에서 하는 일을 하면서도 사업자와 종속관계인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며 “해고될 우려 때문에 사업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검사 결과를 나오게 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만약 사업주가 원하는 방향대로 검사 결과를 내놓지 않으면 먹고 살 길이 막막해 진다”며 “1급 검사소 정도 차릴 돈이 있는 사업주가 뭐가 아쉬워 자신에게 불만을 이야기 하는 사람을 계속 고용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바닥은 한번 찍히면 그대로 끝이다”고 귀띔했다.

▲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자동차 정기검사 대행’이라 검색하면 1만원만 더 주면 안전검사에서 불합격을 받은 차량도 합격을 시켜주겠다는 게시물들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자동차 검사대행 업체]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민간자동차 검사소 불법·부실검사 근절방안 마련 정책 토론회’에서 조우일 한국자동차검사기술노동조합 위원장은 “일부 민간자동차 검사소에서 수익을 늘리기 위해 불법 개조를 묵인하거나 검사장비 측정값을 조작하는 등 부실검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합격시키기 싫으면 나가라’며 검사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위원장은 “나도 규정대로 자동차 검사업무를 수행하다가 해고를 당한 적 있다”며 “재취업을 위해 찾아간 한 검사소 사업자는 ‘자동차검사를 너무 엄격하게 하면 사업장에 손해가 되니 기계조작도 해야 하고 이를 묵인할 수 있다면 채용을 생각해보겠다’고 말하는 등 민간자동차 검사소에 불법이 너무 만연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사업자와 결탁된 지자체 공무원의 협박 경고 사례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검사를 규정대로 한다고 소문이 나는 바람에 해고당하기 일쑤여서 개명까지 했다”며 “개명 후 재취업을 했으나 ‘불합격을 많이 줘서 검사하러 오는 사람이 줄어드니 사업장에 손해가 간다’고 질책 받는 게 일상이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더 큰 문제는 업무능력을 초과한 살인적 노동 강도를 소화해야 한다는 점이다”며 “인원 충원을 얘기하면 ‘힘들면 다른 곳 알아보라’는 말만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해고를 우려해 가면을 쓰고 나온 검사원도 있었다. 이 검사원은 “고객들에게 ‘새파랗게 어린놈이 왜 여기는 합격 안 시켜주냐. 다른 곳은 다 합격을 준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며 “검사원들은 항상 이러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안점검사 합격을 시켜주지 않으면 사업주에게 혼나거나 권고사직을 강요받은 일이 다반사다”며 “해고가 두려워 안전검사 합격을 시켰다가 행정기관 점검 시 들통 나면 검사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검사를 할 때에도 뒷브레이크가 약하면 앞브레이크를 뒷브레이크인 것처럼 검사해 합격을 시킨다”며 “도로에 살인무기가 버젓이 돌아다니는 셈이다”고 폭로했다.

이용호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무소속)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검사소 부적합율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부적합율 0%를 기록한 민간 검사소가 65곳이나 된다. 3년간 4만여 대의 자동차 안전검사를 했는데도 부적합 차량이 한 대도 안 나온 셈이다.

▲ 이용호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무소속)은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민간자동차 검사소 불법·부실검사 근절방안 마련 정책 토론회’(사진)를 개최했다. ⓒ스카이데일리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성모 충청대 항공자동차기계학부 교수는 “업체 간 경쟁이 심하다보니 부적합 판정을 많이 받는 화물차나 오래된 차량을 적합 판정 받도록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부적합 판정 차주들의 경우 많은 수리비용으로 인해 생업에 부담이 가기 때문에 적합 판정을 받도록 호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동차 검사가 실효성 있게 진행되기는 보다는 사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환경부 민간 자동차 검사소 부실검사 대책에 검사원들 “탁상공론” 지적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은 실질적인 대책보다는 탁상공론에 가까운 발언으로 일관해 검사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대섭 국토교통부 자동차운영보험과 과장은 “정부에서는 민간검사소의 불법 부실검사를 방지하기 위해 1년에 1번 정도는 관계기관과 합동 특별점검을 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며 “공무원 단속자들이 전문성도 부족하고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해 내용을 잘 모르고 해서 부실검사 근절에 대한 실효성이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자동차검사 결과를 상시 모니터링해서 불법 의심 사업체를 관리하고 지자체에 통보하는 등 지자체에서 수시로 단속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려고 한다”며 “불법 부실 검사 신고센터를 개설해, 검사원과 일반국민에게서 받은 검사 실태를 개선방안에 활용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이형섭 환경부 교통환경과 과장은 “검사원에게 환경관리 문제에도 중요하다”며 “내년 2월부터 미세먼지 특별법이 시행되는데 머리카락보다 더 얇은 초미세먼지는 심장질환에도 치명적이라 배출가스 관련 부품의 부실검사에 대해서는 더욱 강력한 처벌을 받도록 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부실검사 방지를 위해 관계부처 합동특별점검을 연 2회로 정례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조헌종 전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 조합연합회 전무이사는 “정비사업자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라 일부만 그런 것이다”며 “단속만이 능사는 아니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우리도 정비사업자들을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언급했다. 이어 “교육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며 “지적 받은 내용을 중심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발언은 토론회에 참석한 검사원들의 반발을 샀다. 토론회를 방청 중이던 민간 검사원 이필우(38·가명) 씨는 “정부쪽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한심하고 답답하기만 하다”며 “현장에선 지금 이 시간에도 중노동과 불법행위가 자행되고 있는데 단속횟수 늘리고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탁상공론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민간정비소를 대상으로 불법실태와 검사원 처우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현장을 직접 찾아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용호 의원은 “보는 시각은 다르지만 문제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위험의 외주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책임의 외주화’를 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에서 너무 외주화를 시키다 보니까 민간 검사소가 많아진 것 같다”며 “차라리 민간 검사소 규모를 줄인다면 안전검사가 우리 준법대로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