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만명 빠진 실업통계 ‘고의인가 허점인가’

106만명 빠진 실업자 ‘고의인가 허점인가’
공식 실업 82만명, 실질실업 188만명

손채윤 기자(scy7320@skyedaily.com)

기사입력 2013-03-08 14:11:42

통계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실업자가 82만명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이고 고용이 불안한 요즘 실업자가 82만명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통계청은 15세 이상 인구를 생산가능인구로 정의하고 취업자와 실업자를 포함해 경제활동인구로, 그 외는 비경제활동인구로 구분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경제활동인구는 2550만명, 비경제활동인구는 1608만명이다.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자는 2468만명 그리고 실업자는 82만명이 공식 통계다. 하지만 이런 공식 수치에 괴리를 갖게 되는 이유는 공식 실업률에 반영되지 않는 회색지대 즉 취업애로 계층이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통상 취업애로 계층은 실업자와 불완전취업자 그리고 잠재실업자가 포함된다. 문제는 공식 통계상에서 불완전취업자는 취업자로 판단하고 있고, 잠재실업자는 비경제활동인구로 구분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실업자 수는 적게 잡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실적인 고용상황과 늘 괴리가 발생하게 되고 통계청 실업률과 실업자 수 발표는 한번 더 들여다 봐야하는 불신을 낳고 있다. 우리금융연구소는 ‘고용시장 회색지대 분석을 통한 실질 고용률 제고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현재 취업자 통계로 잡히는 불완전취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로 구분되는 잠재실업자를 사실상 실업상태로 규정해 실질적인 고용률과 실업률을 산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을 실업자에 포함할 경우 지난해 말 우리나라 공식 실업률은 3.2%에서 5.8%로 증가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를 상세 분석했다.

▲ 현재 취업자 통계로 잡히는 불완전취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로 구분되는 잠재실업자를 사실상 실업상태로 규정해 실업자 수를 산출할 경우 통계청 공식 통계인 82만명에서 188만명으로 실업자 수가 늘어난다. 사진은 한 채용박람회에서 구직들이 채용 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 취업자 통계로 잡히는 불완전취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로 구분되는 잠재실업자를 사실상 실업상태로 규정해 실질적인 고용률과 실업률을 산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통계청이 규정하고 있는 실업률과 고용률에는 반실업상태인 이들이 빠져 고용시장 체감지표와 괴리가 발생하고 공식 통계에 대한 불신만 키운다는 분석이다.

8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고용시장 회색지대 분석을 통한 실질 고용률 제고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 공식 실업률은 3.2%이지만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을 실업자에 포함할 경우 실제 실업률은 5.8%에 달한다.

▲ 자료:통계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스카이데일리<도표=최은숙>

특히 보고서는 고용시장 공식통계와 체감지표 사이 큰 차이가 생기는 것은 실제 취업에 어려움을 겪지만 공식 실업률에는 반영되지 않는 회색지대 즉 취업애로 계층이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용시장 회색지대는 불완전취업자와 취업준비자 및 구직단념자를 포함한 잠재실업자가 속해 있으며 이들을 사실상 실업상태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2012년 기준으로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공식 실업자는 82만명이지만 이들 외에 106만1000명이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다.

▲ 자료:통계청 ⓒ스카이데일리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 가운데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불완전취업자 34만9000명과 취업준비(56만명) 및 구직단념(5만2000명)을 이유로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잠재실업자 71만2000명이 이에 해당된다.

현재 공식 통계상에는 불완전취업자는 취업자로, 잠재적실업자는 비경제활동인구로 잡혀 있어 실질적인 고용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불완전취업은 현재 고용된 상태지만 취업자 본인은 고용의 안정성 측면에서 반실업상태에 있다고 느끼는 경우로 임시직, 일용직, 시간제 근로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 자료: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스카이데일리

따라서 이들을 완전취업상태에 있지 않다고 보고 실질지표를 산출하면 고용률은 공식 고용률인 59.4%에서 58.5%로 떨어지고 실업률은 3.2%에서 4.6%까지 올랐다.

보고서는 이들은 모두 단기간 근로상태에 있기 때문에 완전취업상태에 있지 않다고 보고 이들 모두를 대상으로 취업자 수를 조정했다. 이들이 고용상태임을 감안, 1~17시간 취업자는 0.5명 취업자로, 18~35시간 취업자는 0.75명으로 가정해 산출했다.

또 15만2000명의 구직단념자와 56만명의 취업준비자 등 잠재실업자 71만2000명을 실업자로 편입할 경우 실질 실업률은 공식 실업률 3.2%보다 2.6%포인트 높은 5.8%에 이른다. 공식 실업률보다 두배 가량 확대되는 셈이다.

잠재실업자에는 구직단념자와 취업준비자가 포함되는데 통계청은 이를 비경제활동인구로 구분하고 있다.

보고서는 통계청의 구직단념자는 ILO(국제노동기구)가 규정한 실망실업자와 개념이 유사하나, 실망실업자는 현재 취업을 원하고 즉시 취업도 가능하지만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고 판단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자이고 통계청은 실망실업자 중에서도 1년내 구직활동 경험이 있었던 자로 한정하고 있어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또 취업준비자는 조사기간에 고시학원을 포함해 취업을 위한 학원 등에 통학하거나 취업준비를 했다고 응답한 인구를 말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다른 나라(OECD 평균 33.6%)보다 우리나라에 1년 이상 실업상태로 머무는 사람이 적은 것(0.4%)은 실직 시 장기간 실업상태로 머물러 있기 보다는 비경제활동인구로 직행하는 인구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보고서는 불완전취업자의 경우 주로 저학력, 고령자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따라서 50세 이상 고령층 중심의 일자리나누기와 신규 일자리창출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일자리나누기의 경우 장시간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45시간으로 조정한 결과 실질 고용률이 최대 67.7%(OECD 기준 73.2%)까지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준비자는 대학졸업 후 20대 청년층이 주를 이뤘고, 구직단념자는 여성과 고령층, 저학력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취업준비자는 고학력화, 양질의 일자리 감소, 일자리 미스매치 등 문제를 해소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구직단념자는 여성의 재취업 기회 확대와 고용시장 내 차별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