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탈리아 로마의 ‘스페인 계단’ 착석이 금지되면서 관광객들의 아쉬움과 함께 논란이 일고 있다.

 

6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마 경찰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스페인 계단과 주변 문화재를 보호하고자 최근 관광객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새 규칙을 시행하기로 했다.

 

올 여름 초부터 시행에 들어간 이 규칙에 따라 계단에 앉거나 눕는 행위, 계단 아래 배 모양의 바르카치아 분수에 몸을 담그고 물을 마시는 행위 등이 모두 금지된다. 상의를 벗어 상반신을 드러내거나 여행 가방을 끄는 것도 제한된다. 특히 스페인 계단은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배우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곳으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계단에서 아이스크림 등 음식을 먹는 행위도 이번 규칙에 따라 금지된다.

 

이를 위반 시, 정도에 따라 160∼400유로(약 21만∼54만원) 사이의 벌금이 부과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스페인 계단에 앉으려는 관광객들을 제지하는 현지 경찰들의 호루라기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당국은 스페인 계단과 광장의 대리석이 수년간의 대기오염 영향으로 색이 변질되고 있는 데다 관광객들이 뱉은 껌, 마시다 흘린 와인·커피 등으로 얼룩져 더는 방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 규칙이 시행되면서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온 마르코스 모랄레스는 “계단에 앉지도 못하게 하는 것은 터무니없다”라고 불만을 표했다. 일부에선 “거의 파시스트 수준의 과도한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로마 시민 비토로 스카르비는 “오래 전부터 여행자들은 스페인 계단에 앉아 광장을 내려다보며 경치를 보아왔다”며 “여행객들에겐 잊을 수 없는 로마의 추억 하나가 사라지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으로는 이 규칙을 찬성하는 의견도 나왔다. 로마 시민 잔니밧티스토니는 “이번 조치는 문명의 회복이다”면서 “예술적 걸작에 함부로 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로마 시는 지난 2016년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스페인 계단 주변 야간 통행을 금지한 바 있다.

 

스페인 광장에서 삼위일체 성당(Trinita dei Monti)까지 135개의 발판이 있는 스페인 계단은 관광객들에게는 물론 현지인의 만남의 장소로도 유명하다. 1723년부터 1726년 사이에 만들어졌으며 1953년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앤 공주 역을 맡았던 오드리 헵번이 젤라토를 맛있게 먹는 모습으로 세계 영화팬들에게 각인된 장소이기도 하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