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키덜트’가 유통업계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키드(kid:아이)와 어덜트(adit·어른)의 합성어인 키덜트는 신체 나이는 어른이지만 어린이가 좋아하는 감성을 추구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만화나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나 장난감 등을 구매하는 키덜트족이 늘면서 유통업계에선 키덜트족을 겨냥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캐릭터 산업 시장 규모는 12조7000억원에 달한다. 얼마 전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가 인기를 끌자 유통업계가 앞다퉈 관련 캐릭터 상품을 출시하고 있는 배경이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은 ‘겨울왕국’ 시리즈와 관련된 총 400여종의 캐릭터 굿즈를 최대 66% 할인가에 판매하고 있다. 또 내달 1일까지 ‘겨울 왕국2 매니아’를 겨냥해 새롭게 옷이 바뀐 엘사의 미니돌을 포함해 총 300여종의 굿즈를 특가에 판매하고 있다.

 

G마켓 관계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굿즈를 구매하는 키덜트족들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캐릭터 굿즈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최근에는 ‘겨울왕국2’가 큰 인기를 얻으며 관련 키워드가 포함된 상품 판매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마트도 키덜트족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8일부터 ‘겨울왕국2’ 개봉에 맞춰 스미글 겨울왕국2 에디션 상품을 단독으로 판매하고 있다. 특히 전국 50개 매장에서 가방, 필통, 물병 등 총 10여개의 스미글 ‘겨울왕국 2’ 상품을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겨울왕국2 관객 수가 빠르게 늘면서 관련상품을 찾는 고객들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며 “키덜트족뿐 아니라 겨울왕국2 에디션 문구 및 욕실호, 유아동 식기 등 아이들이 좋아할 겨울왕국2 에디션 상품들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편의점업계도 키덜트족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24에선 겨울왕국2 캐릭터 핫팩 3종을 출시했다. △손난로형 핫팩 일반형(80g) △손난로형 핫팩 대형(140g) △속옷 위에 붙이는 파스형 등이다. 각 패키지 마다 겨울왕국에 나오는 캐릭터 엘사, 안나, 올라프 등의 이미지가 삽입돼 있다.

 

이마트24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겨울왕국 핫팩은 1700원이나 1800원대로 다른 핫 팩보다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다”며 “꼭 이마트24 PB 상품이 아니더라도 타사 제품인 킨더조이 초코렛 같은 경우 겨울왕국2에 등장하는 캐릭터 인형이 들어 있어 하루에 4~5개씩 사가는 여성 고객이 있을 정도다”고 설명했다.

 

이규희(34·여)씨는 “평소 겨울왕국 캐릭터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며 “안나, 엘사, 울라프 등 겨울왕국 캐릭터 상품을 모으는 게 큰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큰 행복이다”고 말했다.

 

 

비단 겨울왕국뿐 아니라 플라스틱으로 된 조립 장난감인 프라모델이나 조그맣게 축소한 인형인 ‘피규어’도 키덜트족에게 인기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씨유)는 자체 PB블록 장난감과 프라모델 출시하고 있다. CU는 옥스퍼드와 협업해 한정 수량 판매한 PB 블록 장난감을 선보이기도 했다.

 

BGF 리테일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PB 장난감으로 선보인 CU 옥스퍼드 블록장난감 ‘달리는 CU’는 출시 일주일도 안 돼 3000개의 수량 완판을 기록했고, ‘변신하는 CU’는 5000개 한정 수량의 8배가 넘는 4만개가 전국 점포에서 발주됐다.

BGF 리테일 관계자는 “상품을 소비함에 있어서 품질뿐만 아니라 재미, 취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추세가 두드러지면서 팬덤, 키덜트를 겨냥한 콜라보 상품이나 한정상품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키덜트 상품군 증가 추세를 반영한 키덜트 매장인 건담베이스 매장을 확장하고 있다. 건담베이스 매장은 애니메이션 건담과 관련된 프라모델, 피규어, 액서서리, 서적, 기획상품 등을 판매하는 곳이다.

 

롯데백화점은 부산본점, 노원점에 이어 올해 롯데 영플라자 본점에 세 번째 건담베이스 매장을 오픈했다. 건담베이스 영플라자 본점 매장에서 판매되는 건담 모델은 약 700개 품목이다. 가격대는 8만원에서 15만원대이다. 50만원 이상의 고가 프라모델과 건담 HG(High Grade), RG(Real Grade) 등 한정판도 판매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구매력 있는 남성 고객 층의 증가로 백화점 내 키덜트 매장을 전반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가심비를 추구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키덜트 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증가, 출산율 감소 등의 사회 현상에 따른 가심비(상품을 통해 얻게 되는 만족감) 문화의 확산을 키덜트 시장의 성장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과)는 “예전 같은 경우 우리 사회는 20대 후반이 돼 결혼을 해야한다는 정형화된 흐름이 정해져 있었다”며 “하지만 요즘 현대사회 성인들은 결혼에 대한 선택권을 주장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을지 말지 고민하는 추세다”고 말했다.

 

이어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결혼과 가족에 대한 책임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면서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장난감에 애착을 느끼는 성인이 늘면서 키덜트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