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헌재)가 재건축 사업단지의 초과이익 부담금을 환수하는 제도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에 대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시장에 재건축 급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정비사업단지들의 사업이 더욱 어려워진 만큼 이에 따른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는 지난 27일  재건축 사업의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징수하는 내용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14년 9월 재건축 부담금 부과 대상이던 한 재건축 조합이 헌법소원을 신청한지 5년여 만에 헌재가 내린 결론이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는 시세보다 2~3억원이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49㎡는 지난 주말 19억 7000만~19억 8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12·16대책 이전에 비해 2억원 이상 떨어진 금액이다. 대책 발표 직전에는 최고 23억 5000만원을 호가하던 로열층 가격도 현재 20억원으로 3억원 이상 내려갔다. 

 

 

이 단지는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15% 선에 불과해 대출 규제의 타격을 크게 입은 것으로 보인다. 은마아파트도 일부 급매물이 등장했다. 이 아파트의 전용 76.79㎡는 대책 발표 직전 20억 5000만∼21억원을 호가했지만 현재는 19억 8000만∼19억 9000만원까지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자신의 집을 빨리, 비싼 값에 팔기 위해 전셋값을 더 올리려는 집주인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갭투자자들의 대출이 막히면서 전세금이 높아야 현금 조달 비용이 줄어 손쉽게  집을 팔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대치동 소재 한 부동산 관계자는 “반드시 투자수요가 아니더라도 살던 집이 정리되지 않아 당장 이사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데 대출이 전면 중단되고 난 후부터는 매수자들도 초기 자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셋값이 높은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지역 공급절벽이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분양가 상한제야 일반분양을 하지 않으면 피할 수 있지만 재건축 초과이익은 분양수익이 없어도 내야 하니 재건축조합에 더 큰 족쇄인데 이번에 쐐기가 박혔다”면서 “분양상한제 확대 시행, 12·16대책의 거주요건 강화와 맞물려 재건축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