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계열사 무더기 자율협약 신청

산업은행, 채권단 협의 통해 정상화 방안 수립 예정

이창호 기자(lch9856@skyedaily.com)

기사입력 2013-05-03 21:09:21

▲ STX 계열사들이 무더기로 채권금융기관에 공동관리를 위한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사진은 STX가 건조한 크루즈선 <사진=뉴시스>

㈜STX, STX중공업㈜, STX엔진㈜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자율협약에 의한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를 신청했다.

자율협약에 따라 진행되는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는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전제로 채무이행을 조정한다는 점에서 워크아웃과 유사하지만 당사자간 자율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KDB산업은행은 3일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에 의한 정상화 추진에 대해 채권금융기관과의 합의가 이뤄질 경우 3사의 유동성부족 상황 해소를 위해 긴급운영자금을 지원하고 향후 외부전문기관의 실사결과를 토대로 정상화 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이미 자율협약에 돌입한 조선해양을 합하면 4개 계열사로 대상이 확대됐다. 산업은행이 STX그룹 계열사에 대한 익스포져(위험노출액)는 3조5000억원이다.

류희경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개월 가량 소요되는 실사를 거친 후 결과를 바탕으로 채권단이 정상화방안을 만들어서 확정할 예정”이라며 “6일 채권단 회의에서 안건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실사가 예상보다 나쁘게 나와서 채권단이 더 많은 금액을 지원해 정상화하기가 힘들다는 의견이 모아지면 자율협약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회사가 어느 정도 망가졌는지에 맞춰 오너의 책임을 묻는 것이지 무조건적으로 오너를 배제하는 것은 경영정상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강 회장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또 “강 회장이 회사 정상화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모셔와야 할 것”이라며 “기업을 오래 경영해 오신 만큼 노하우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지원 규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류 부행장은 “당장 14일 2000억원의 지주사 회사채가 만기 도래하는데 STX측에서 급한 자금을 지원 요청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각 사별 지원 금액을 말씀드릴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류 부행장은 “STX팬오션만 매각이라는 다른 방식을 취한 것은 채권단이 아닌 회사측의 결정일 뿐”이라며 그룹을 조선부문 위주 회사로 축소 개편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일축했다.

STX다롄과 STX프랑스, STX 핀란드 등 해외 주요 계열사 매각에 대한 방침도 밝혔다.

류 부행장은 “구체적으로 매각 진행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회사 측에서 매각 추진 의사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포스텍도 이날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자율협약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