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부도덕에 뿔난 주주들…“김정수 복귀 어불성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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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승인…“범죄 재발 감시기구 갖춰라”
26일 주총 앞두고 촉각…삼양식품 “진행 추이에 발맞춰 대응”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3-15 14:00:32

▲ 삼양식품의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의 능력과 윤리성에 대해 반기를 들고 집단 행동을 개시했다. 사진은 삼양식품. ⓒ스카이데일리

삼양식품의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의 능력과 윤리성에 대해 반기를 들고 집단 행동을 개시했다. 소액주주들은 법무법인 창천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하고 철저한 준법 감시체계 구축, 경영진의 불법행위 재발 방지, 주주가치 제고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회사 측은 소액주주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이미 실행 의지를 밝힌 내용들이라고 설명하며 진행 상황에 맞춰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15일 법무법인 창천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민사부는 삼양식품의 소액주주 A씨가 제기한 주주명부 열람 등사 가처분 신청을 허용하는 내용의 결정을 내렸다.

주주명부 열람 등사란 주주가 상법 제396조 제2항에 근거해 회사측에 주주명부의 열람과 등사를 요청하는 행위를 말한다. 주주는 이를 통해 회사 지분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통상 경영권 분쟁이나 주주 집단 행동을 앞두고 자주 행사된다.

삼양식품 측은 앞서 A씨가 요청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청구를 거절했다. 다만 법원은 “A씨의 청구가 이유있다” 며 가처분을 승인했다.

A씨를 포함한 소액주주들은 회사 측에 △철저한 준법 감시체계 구축 △경영진의 불법행위 재발 방지 등을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앞서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과 그 아내인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은 앞회삿돈 4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월 대법원으로부터 각각 징역 3년형과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김 총괄사장은 2년간 범죄행위와 관련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한 특경법 14조에 따라 지난해 3월 삼양식품에서 퇴직했다. 그러나 법무부 특별 허가로 퇴직 7개월만에 경영에 복귀해 구설수에 올랐다. 김 총괄사장은 오는 26일 주주총회에서 삼양식품 등기이사로 복권을 앞둔 상황이기도 하다.

A씨는 “회삿돈을 횡령해 유죄판결을 받은 경영인이 곧바로 사업에 복귀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김정수 총괄사장이 복귀하더라도 경영진의 범죄행위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객관적 감독기구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죄 판결을 받은 지 고작 1년이 지난 김 총괄회장이 일선에 복귀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한다고 선언한 것도 주주에 대한 우롱이다”고 비판했다.

삼양식품은 지난 9일 ESG 위원회 신설, 사외이사 확대 등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ESG 위원회는 지속가능 경영전략을 수립·평가하는 ESG 전담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김 총괄사장이 직접 이사장을 맡기로 했다.

이 밖에도 소액주주들은 △배당액 증가 등 주주가치 제고 △기타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 요청 등도 주장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1000억여원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사상 최대인 80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가공식품, 간편식 등의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재 삼양식품의 배당 성향은 6~8% 수준이다. 반면 음식료 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은 20%를 넘어선다. 삼양식품 소액주주들이 배당액 증가 등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A씨는 이번에 확보한 주주명부를 토대로 의견을 소액 주주들의 힘을 모으고 회계장부열람등사 청구 및 대표소송 제기 등을 통해 회사 경영 정상화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창천의 정영훈 변호사는 “소수의 지분을 가진 창업주 일가가 오너라는 미명하에 회사를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이제는 주주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영을 해야 할 때다”고 말했다.

삼양주주 소액주주들의 요구사항 등과 관련해 회사 측은 이미 실행 계획을 밝힌 내용들이라고 설명했다. 그 외 사안들에 대해선 진행 상황을 살펴보며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양식품은 지난달 조직개편을 통해 준법지원인 제도를 도입, 준법지원 담당 부서인 컴플라이언스 조직 신설 등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이 요구하는 준법 감시체계 구축 등은 앞서 회사가 발표했던 내용 들이다”며 “소액주주들의 행동 등을 살펴보며 필요한 부분에 대해 대응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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