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범죄 기승인데 법(法)은 제자리… 코인 겪고도 AI 보고만 있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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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뛰는 기술, 기는 법 (上- AI·가상화폐)

2010년대 후반부터 성행한 가상화폐 범죄
AI도 마찬가지… 법이 기술 속도 못 따라가
“민사로 대처한 후 형법 시스템 구축해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06 00:07:00

기술이 발전할수록 불가능했던 많은 것들이 눈앞에 실현되고 있다. 위인의 초상화를 생동감 있게 움직일 수 있는가 하면 타인의 얼굴을 합성하는 것도 간단한 일이 됐다. AI가 그린 그림이 상을 받는 경우도 생겼다. 하지만 이를 규제할 법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새로운 첨단기술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관련 법규나 규정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물론 신기술이 범죄 색출에 유용하게 쓰이기도 한다. 디지털 포렌식과 같은 기술들은 범죄를 은닉하려는 시도를 무력화한다. 하지만 과거의 기준에 맞춰진 법과 제도가 기술의 활용을 억제하고 있다. 이번 이슈포커스에서는 관련 규정이나 법규가 없어 문제가 되는 기술들과, 규제나 법규 때문에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는 기술들에 대해 살펴보고 대책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가상화폐 관련 범죄에 제대로 대처하기도 전에 새로운 기술들과 맞춤 범죄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기술의 발전은 점점 빨라지는데 우리 사회의 법적 시스템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특별취재팀=김준구 팀장|김기찬·이건혁 기자] 코인의 등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이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가격에 따라 투자자들의 기분도 오락가락했다. 그리고 그 기회를 틈타 새로운 유형의 범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코인을 이용한 신유형의 범죄는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큰 사회 문제다. 문제는 미처 코인 범죄에 제대로 대처하기도 전에 새로운 신기술들이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파고 들어 와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AI다. AI는 시시각각 새로운 기술들을 뽐내며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이 왔으니 대비하라고 알려주고 있다. 상상치 못한 새로운 유형의 기술 이면에는 새로운 유형의 범죄라는 그림자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가상화폐 몰수” 판결에도… 실제 몰수까지는 한계 많아

2018년 1월30일 수원지법 형사항소8부(하성원 부장판사)는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A씨의 가상화폐를 몰수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몰수의 대상을 물건에 한정하지 않고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 이익 일반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가상화폐가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형태지만 거래소를 통해 거래되는 만큼 ‘수익’으로 인정한 것이다. 전자 파일 형태의 가상화폐 몰수가 적절치 않다고 본 원심을 파기하면서 법원이 범죄에 활용된 가상화폐 몰수를 결정한 첫 판결이 됐다.

하지만 이후 2021년 4월까지 실제 몰수가 이뤄진 사례는 4건에 불과했다. 가상화폐들에 대한 법적 정의가 명확하지 않으면서 일부 판결에서는 가상화폐 지갑을 몰수하더라도 가상화폐 몰수는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등 몰수 여부 판단이 확실하지 않다.

가상화폐의 특성상 몰수 자체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개인 지갑으로 거래했다면 피의자 협조 없이는 몰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코인과 관련한 범죄 중에는 코인을 상장한 후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가격을 올린 뒤 투자금을 가로채는 유형의 범죄도 성행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A 코인 관계자 등 30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1년 9월부터 11월까지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한 곳에 상장된 A 코인의 시세를 조종해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147명이고 피해 금액은 총 105억 원이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악용 가능성이 무한에 가깝다고 본다. 대부분 가상화폐는 자금 흐름을 추적할 수 있지만 추적을 불가능하게 익명성을 강화한 ‘프라이버시 코인’은 다르다.

프라이버시 코인을 활용하면 지갑 잔액을 확인하거나 주소를 추적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물론 국내에서는 주요 거래소들이 프라이버시 코인을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고 퇴출하고 있지만 프라이버시 코인이 범죄에 활용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실제로 지난달 12일 검찰에 따르면 가상자산 연루 불법 외화송금 거래 규모가 지난해에만 12조71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출된 금액은 자금 세탁이나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수사에는 한계가 있다. 해외에서 흐른 자금들을 당국이 추적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검찰에서 집중 단속에 나서고 경찰은 가상화폐 거래소 부정거래 단속부서를 만드는 등 범죄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년 전부터 발생한 범죄들이 재발하도록 방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로운 기술이 생겨났는데 대처가 늦어지면서 수많은 피해자만 양산했다는 것이다.

▲SNS를 중심으로 딥 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범죄가 기승하고 있다. SNS에 ‘딥페이크’를 검색하면 딥 페이크 제작물을 판매한다는 글을 볼 수 있다. 제작을 의뢰하는 게시물도 많다. (SNS 캡처)

기술 발전 속도는 기다려주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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