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韓, 폴란드 우회해 우크라에 자주포 부품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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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 “우크라이나 돕는 것 아닌 폴란드 방어 위한 것”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09 00:03:00

한국 정부가 지난해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한국산 부품으로 제작된 크랍 자주포 수출을 승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방위사업청 관계자를 인용해 8일 보도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게 간접적으로라도 무기 부품을 제공한 것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정부 관계자들은 크랩 자주포에 대한 언급을 거부해 한국이 부품 제공에 동의했는지 여부에 대해 갖은 추측이 난무했다.

김형철 방위사업청 국제협력국 유럽-아시아과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모든 문서와 가능한 문제를 검토한 뒤 폴란드에 수출 허가를 주기로 결정했다”면서 “방위사업청 기술통제국이 크랍 자주포의 한국산 차체 이전을 검토하고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한국 정부의 입장은 무기 체계를 우크라이나로 이전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폴란드 HSW가 생산한 크랍 자주포는 한국산 K9 썬더 자주포 차체 위에 영국 BAE의 포탑과 프랑스 넥스터 시스템의 155mm 주포 및 폴란드 사격 통제 시스템을 결합해 만든 자주포이다. 지난해 5월 폴란드는 18문의 크랍 자주포를 우크라이나에 보냈고 양국은 수십 문을 추가 주문하는데 서명했다.

지난해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했다”면서 “그러한 결정은 양국 관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이 어떤 무기도 제공하지 않았다”면서 “국내법상 분쟁 국가에 무기를 직접 판매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지원하라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의 압력이 커지고 있음에도 러시아를 자극하는 것을 꺼려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금지) 정책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에 주재중인 서방 외교 소식통은 “한국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윤석열 정부에 정기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은 1월 서울 방문 기간에 러시아 침공 이후 분쟁 국가에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 정책을 변경 한 다른 국가들을 들면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늘릴 것을 촉구했다.

국방 전문가인 양욱 아산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방위사업청장이 무엇을 수출할지 결정할 권리가 있지만 실제로는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다”면서 “정부는 외교, 경제적 문제 등 모든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 러시아는 북한에 최신 전투기를 판매하거나 북한이 정말 필요로 하는 기술을 이전하는 것으로 보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지난해 폴란드와 K239 천무 다연장 로켓시스템, K2 흑표전차, K9 자주포와 FA-50 전투기 등 58억 달러 규모의 무기 계약을 체결하면서 유럽 재무장의 혜택을 받았다.

김 과장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무기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추가 허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이러한 판매가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이 아니라 폴란드의 방어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민감한 반응은 미국에 155mm 포탄을 판매하는 거래에서도 강조됐다. 미국 관리들은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지만 한국은 미국이 최종 사용자가 돼야 한다고 팽팽히 맞섰다. 한국 국방부 대변인은 그 거래에 대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