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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OTT 업계 위협하는 누누티비

김기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17 00:02:30

“넷플릭스에 있는 콘텐츠를 전부 볼 것도 아니고, ‘더 글로리’만 시청할 건데 월 단위 구독료를 굳이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이용하지 않겠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더 글로리’가 10일 시즌2를 공개한 가운데 더 글로리 1·2편을 모두 몰아 봤다는 한 시청자의 발언이다. 원래라면 더 글로리는 넷플릭스에 계정 가입을 하고 구독료를 지불해야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이지만 이 시청자는 더 글로리를 정주행하는 데 단 한 푼도 쓰지 않았다.

수많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불법 스트리밍사이트 ‘누누티비’ 때문이다. ‘더 글로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K-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 누누티비의 만행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영상업계의 표정이 밝지 않다.

누누티비는 드라마를 챙겨 보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들어 본 사이트일 터다. OTT 화질과 별 차이가 없고 구독료는 물론 불법 사이트 치고 광고도 적게 노출되는 편이다. 홈페이지 UI도 흡사 일반 OTT 화면처럼 구성해 놓기도 했다. 콘텐츠는 보고 싶지만 비용을 내고 OTT를 구독하기 싫은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구미가 당기지 않았을까.

더 글로리 시즌2가 시작된 다음 날인 11일 기준 검색어 증가량을 확인할 수 있는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1개월간 불법 사이트인 누누티비의 검색량 상승률은 2000%를 넘었다. 누누티비 내에서의 더 글로리 시즌2 조회 수는 편당 200만~300만 회로 이미 주말(11~12일) 사이에 많은 이용자가 더 글로리를 불법으로 시청한 것으로 보인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도 1000만 명이 넘는다.

누누티비 등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의 성행은 OTT 업계에겐 직격타다. OTT 구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구독자들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OTT 업계도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수사를 요청하기도 하고, 사이트 폐쇄를 주도하기도 했다. 다만 누누티비에 대해 공개적으로 대응하게 되면 불법 사이트를 오히려 홍보하게 되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 강력한 제재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게 현실이다.

하지만 누누티비의 동영상 총 조회 수는 지난달 기준 약 15억3800회에 이른다. 안상필 MBC 법무팀 차장의 발언에 따르면 조회 수와 VOD를 고려했을 때 피해액은 4조9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콘텐츠 부가판권과 해외 수출 등을 제외한 계산임에도 약 5조 원의 추정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에 업계는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를 구성하고 고소 등 법적 대응을 시작하고 나섰다. 9일 형사 고소장을 제출한 것이다. 다만 누누티비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고 수사를 요청해도 그간 쉽게 잡히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덩이처럼 불어난 피해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누누티비는 홈페이지 주소에 숫자를 붙여 사이트가 막힐 때마다 1씩 늘려 가는 식으로 사이트를 매번 옮겨 수사를 피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 누누티비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누누티비1’ ‘누누티비23’ ‘누누티비33’ 등 옮긴 사이트 현주소를 찾아내려는 검색의 흔적들이 산적해 있다. 누누티비 사이트를 찾아내 접속하니 ‘누누 실시간 접속주소 안내’라는 팝업창이 뜬다. 이 정도로 심각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사상 최대인 124억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4.4% 증가한 수치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문화 강국으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라 했지만, 비용 때문에 불법을 고사하고 이기적으로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이 우리나라 시민의식의 현주소다. 문화강국이라 외치기에 앞서 콘텐츠를 올바르게 이용하는 시민의식을 함양할 때다.

김기찬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