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 야구 ’ 세계를 호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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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 야구 ’ 세계를 호령하다

日, 美 꺾고 14년만에 WBC 정상 올라
오타니 MVP… 연봉 2억 달러 美 체면 구겨

박병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22 15:23:44

▲일본 야구 대표팀의 핵심인 오타니 쇼헤이(16번)가 22일(한국시간) WBC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9회 승부를 결정짓는 삼진을 뽑아낸 뒤 동료들과 포효하고 있다.(AP=연합뉴스)

일본 야구가 호화 멤버의 ‘야구 종가’ 미국을 제압하고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정상에 섰다.

일본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야구 월드컵이라는 WBC 결승에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멤버로 구성된 미국을 3-2로 격파, 2006년, 2009년에 이어 세 번째이자 14년 만에 WBC 우승을 안았다.

선발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베이스타스)를 비롯해 7명이 이어 던진 일본 마운드는 이날 선발 타자 기준 2억 달러가 넘는 미국의 막강 타선을 산발 9안타 2점으로 틀어 막고, 견고한 방패의 위용을 떨쳤다.

야구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으로 8번 타자 좌익수 세드릭 멀린스(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연봉이 410만 달러로 가장 적고, 2번 타자 중견수 마이크 트라우트(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의 연봉이 3712만달러로 가장 높은 미국 선발 출전 타자들의 2023년 연봉 총액은 무려 2억1129만 달러(약 2760억 원)에 달했다.

미국은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볼에 날카로운 스플릿 핑거드 패스트볼(스플리터)로 무장하고 짧게 이어 던진 일본 마운드에 철저히 막혔다.

일본은 1-1로 맞서던 2회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엮은 1사 만루에서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1루수 땅볼 때 2-1로 전세를 뒤집었다. 구리야마 히데키 일본 감독은 3회 도고 쇼세이(요미우리 자이언츠)를 투입해 이어던지기로 미국 봉쇄에 들어갔다. 일본은 4회말 오카모토 가즈마(요미우리)의 좌중월 솔로 홈런으로 3-1로 격차를 벌렸다.

미국은 8회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두들긴 카일 슈워버(필라델피아)의 우월 솔로 홈런으로 2-3 턱밑까지 추격했지만 9회 마무리 투수로 등판한 오타니 쇼헤이(에인절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3번 지명 타자로 출전해 타석에서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두 번 출루한 오타니는 슬라이딩으로 더러워진 유니폼을 그대로 입고 마운드에 올라섰고 선두 맥닐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베츠를 2루수 병살타로 잡고 포효했다. 이어 마치 시나리오를 짠 듯 미국 대표팀의 주장이자 에인절스에서 한솥밥을 먹는 빅리그 최고 타자 트라우트를 마지막 타자로 맞았다.

이번 대회 최고 하이라이트인 이 장면에서 오타니는 시속 161㎞ 광속구로 투 스트라이크를 잡고 풀 카운트에서 바깥쪽으로 휘는 강력한 슬라이더로 트라우트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 ‘쇼타임’을 완성했다. 오타니의 마지막 공은 ‘세계 제일’을 목표로 나선 일본 대표팀의 ‘전승 우승’을 확정짓는 공이었다. 오타니의, 오타니를 위한, 오타니에 의한 완벽한 피날레에 '디펜딩 챔피언' 미국의 2회 연속 우승과 트라우트의 프로에서의 첫 우승 도전은 물거품이 됐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당연히 오타니의 몫이었다. 오타니는 타자로 7경기 타율 0.435(23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 9득점, 10볼넷, 투수로 3경기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6으로 더 이상 바랄게 없이 ‘투타에서 맹활약’했다.

오타니는 “사랑하는 일본 대표 선수들과 함께해 즐거웠다. 이제 각 팀으로 돌아가야 하니, 외로울 것 같은 기분도 든다”며 일본 대표팀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며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다른 나라에서도 야구가 더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 동력이 돼 우리가 우승할 수 있었다“고 WBC의 조연이었던 다른 나라 선수들의 마음마저 매만졌다.

박병헌 기자 bhpar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