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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5·18이 헌법과 법률을 초월할 순 없다
5·18 관련 현행법 곳곳에 위헌·위법 조항 많아
5·18 운동도 헌법과 법률 위에 존재할 순 없어
이동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5-29 06:31:11
▲ 이동호 변호사
필자는 5월1일자 본지 칼럼(‘반체제운동 선양하는 민주유공자법 안 된다’)에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 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운동보상법)과 민주당이 새로 제정하려는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민주유공자예우법)의 문제점을 다룬 바 있다. 
 
민주화운동보상법에서 인정하는 민주화운동 중에는 실제로는 ‘민주 헌정 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이 아니라 오히려 헌정 질서를 전복하려 했던 반체제운동이 상당수 들어 있는데 민주유공자예우법이 제정되면 반체제운동 관련자들마저 예우받게 되어 국가정체성에 모순이 초래되고 헌법이 금지하는 사회적 특권계급이 탄생할 우려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런데 마침 본지가 후원하여 5월18일 개최된 ‘5·18 관련법과 진상 조사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세미나에 ‘5·18 관련법의 위헌성과 적용상의 위법성’ 발표의 토론자로 참석하게 되었다. 전직 검사이자 법학 교수를 역임한 박인환 변호사가 발제를 했는데, 5·18 관련법의 전체 현황을 개괄한 후 개별 법률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5·18 관련법에는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5·18보상법),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5·18민주화운동법), ‘5·18민주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5·18유공자법)과 ‘5·18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5·18진상규명법) 네 개가 있다. 민주화운동의 원조인 4·19 혁명에 개별법이 없는 것과 비교된다. 4·19 혁명 사망자·부상자·공로자는 기존 국가유공자법으로 예우받고 있다. 5·18 유공자도 국가유공자법으로 예우하면 될 것을 별도로 5·18보상법을 제정해 ‘특별’ 취급한 이유가 시간이 흘러 드러난 것 같다.
 
5·18 유공자 심사 기관은 국가보훈부가 아니고 ‘5·18민주화운동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다. 위원장은 광주광역시장이고 전남대 총장·전남도지사·광주지검장·광주 교육감·광주 고용노동청장 등 광주·전남의 기관장들이 당연직 위원이다. 지역에 편중된 인사들이 학연·지연에 얽매여 유공자 인증을 남발했던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기존 유공자의 인보증(‘인우보증’)만으로 유공자가 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5·18보상법이 인정하는 유공자의 범위도 대폭 늘어났다. 본래는 광주 지역 5·18 운동 관련자들이 유공자였다. 그런데 2021년 6월 법이 개정되면서 5·18민주화운동의 정의가 ‘1979년 12월12일과 1980년 5월18일을 전후하여 시민들이 전개한 민주화운동’이라고 하여 광주라는 지역적 제한과 1980년 5월18일이라는 시간적 제한이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실제로는 5·18 운동과 거리가 먼 인사들도 5·18 유공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런 불투명하고 무분별한 유공자 선정을 과연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문제가 유공자 명단 공개 거부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국가보훈처는 유공자 명단과 공적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생활의 비밀이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개인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법원 역시 이 규정을 근거로 이해찬·설훈 의원 등 공인에 국한해서만 공개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유공자로 예우받는 사람의 개인정보를 일반인의 그것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유감이다. 국민 세금으로 예우받는 이상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도 명단이 공개되는 것이 마땅하지 사생활의 비밀을 핑계로 감출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국가유공자라는 것은 당사자나 유가족에게도 자랑스러운 일인데 이를 공개하지 않으니 떳떳지 못한 사정이 있을 것이란 의심을 살 만하다. 게다가 5·18 발생 40년도 더 지나서 유공자가 자꾸 늘어나는 현상을 국민은 그저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지 답답하다.
 
1995년에 제정된 5·18민주화운동법과 가장 최근인 2018년에 제정된 5·18진상규명법의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원래 5·18에 대한 진상규명은 노태우정부 시절 여소야대 국회에서 전개된 ‘5.18광주민주화운동진상조사특별위원회’의 활동으로 진상규명을 종료하기로 여야가 합의했었다. 그래서 김영삼정부 시절 관련 단체들의 고소·고발이 있었지만 전부 불기소 또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었다. 그러다가 ‘역사바로세우기’의 일환이라며 5·18민주화운동법을 제정하면서 공소시효를 연장하여 관련자 처벌이 이뤄졌다. 
 
형벌불소급 원칙은 헌법 사항이므로 이미 완성된 공소시효를 다시 연장하는 입법은 초헌법적인 것이다. 그래서 헌법재판소 다수 의견도 위헌이었지만 위헌 결정 정족수 6인에 딱 한 명이 모자라서 가까스로 위헌을 면했을 따름이다. 그렇다면 5·18민주화운동법에 의한 처벌의 정당성은 사실 상당히 약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문재인정부 시절 5·18진상규명법을 제정했다. 또다시 4년간의 진상규명 활동을 했으나 새로 밝혀 낸 것도 없이 종료됐다. 그야말로 예산 낭비였다.
 
그러자 2021년 5·18민주화운동법에 허위사실유포죄가 신설되었다.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명예훼손의 결과가 없어도 그 자체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인데 위헌 소지가 크다. 토론회·간담회·기자회견 같이 반론이 가능한 공개 장소에서 유포하는 것조차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침해이다.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경우를 처벌했던 전기통신법 조항을 소위 ‘미네르바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했던 것을 깨끗이 잊었는가 보다.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 주장도 있지만 필자는 반대다. 헌법전문은 국가의 지도 이념인데 5·18 정신이 대체 무엇인지 모호하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은 민주화운동만으로 이룩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산업화와 민주화 두 축으로 이룩된 나라인데 민주화만 전문에 수록하면 산업화 과정에 쏟았던 전 국민의 노고는 망각되어 버릴 것이다. 갈수록 수가 늘어나는 5·18 유공자와 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이 마치 특권계급처럼 군림하는 사회가 되지 말란 법이 없지 않겠는가. 5·18 운동이라고 해서 헌법과 법률을 초월할 수는 없음을 분명히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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