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2.1º
미세먼지 좋음
수원 22.1º
미세먼지 보통
춘천 19.7º
미세먼지 좋음
 발 이중섭·박수...'))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뮤지엄(LACMA·라크마) 발 이중섭·박수근 위작 논란이 잠잠해지기도 전 국내에서도 위작 논란이 일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의혹의 대상이 국립현대미술관(국현) 소장품이라는 데 더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국현이 소장한 작품 가운데 임군홍(1912~1979)이 그린 1937년 작 ‘소녀상’이 위작으로 의심된다는 제보가 본지로 접수됐다.
도록 사진과 국현 소장품 완전히 달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카테고리에서 ‘임군홍’을 입력하면 총 6건의 작품이 검색된다. 임군홍은 1931년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서 유화 ‘봄 스케치’로 처음 입선한 후 1936년부터 41년까지 연달아 선전에 입선하며 서양화가로서 입지를 굳힌 인물이다. 그리고 6·25전쟁 중 월북하여 북한 미술가동맹에서 활동하다가 1979년 사망했다.
제보자인 K씨는 근대미술품 수집가로 지난해 7월27일부터 9월26일까지 두 달간 서울 강남구 Y화랑에서 열린 근대화가 임군홍의 작품전에 출품된 ‘소녀상’과 1937년 제16회 선전 입선작 도록(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K씨는 이 작품이 국현에서 대여해 온 소장품인 것을 알고는 국현 홈페이지의 ‘소장품’(미술은행이 아닌) 카테고리에 게시된 ‘소녀상’과 도록의 ‘소녀상’을 대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K씨가 택한 방법은 채색화(국현 소장품)를 흑백으로 변환한 뒤 도록과 비교하는 것이었다. 1930년대에는 도록을 흑백으로 제작했기에 그때로 돌아가 동일한 상황을 만든 뒤 두 작품을 비교하는 방법을 쓴 것이다.
1985년부터 국현 소장
결과는 놀라웠다. 분석 결과 두 그림은 눈매가 완전히 달랐고 얼굴형에도 차이가 있었다. 도록 속 소녀는 광대뼈가 도드라진 것에 비해 국현 것은 광대뼈 없이 매끄러운 얼굴형이었다. 더 분명한 것은 소녀의 왼쪽 눈초리가 도록은 페이스라인에 닿아 있는 반면 국현 소장품은 얼굴 안에 쑥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다.
귀밑머리와 옷깃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으며 벨트 장식에 있어 도록의 것은 직사각형인 것에 반해 국현의 것은 사다리꼴에 가깝다는 것이다. 벨트 장식의 두께가 다른 것은 물론이다. 그밖에 머리핀 장식과 머리카락 끝 부분의 차이도 두드러졌다.
“단순한 위작이 아니라 매우 허술하게 위조된 작품이었다. 숨은그림찾기를 해도 될 정도였다.”
충격을 받은 K씨는 이 일을 세상에 알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미국발 ‘라크마’ 사건이 터진 것이다.
진실을 알릴 적기라고 생각한 그는 이를 보도해 줄 언론사를 물색하다가 스카이데일리가 단독으로 공개한 ‘[5·18 진실 찾기㉟] YS정부 안기부장 충격적 폭로 - 권영해 “5·18 北 개입 안기부서 확인”’ 기사를 읽고 본지에 제보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한다. 스카이데일리의 ‘성역 없는 보도’에 희망을 건 것이다.
그가 가장 개탄해 마지않는 것은 국현이 이 작품을 1985년부터 소장해 오면서 어떻게 도록과 비교 한 번 안 했는가 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국현은 작품을 입수하던 1985년 임군홍 전을 개최했다(임군홍의 첫 전시회는 1984년 윤범모의 기획 아래 서울 롯데미술관에서 한 차례 열린 바 있다). 이는 당시로선 매우 이례적인 일로 꼽히고 있다. 월북 예술가 해금 조치가 이루어진 게 88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7월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 신문은 2023년 9월8일자에서 이렇게 보도하고 있다.
“1983년 9월이었다. 서울 압구정동 Y화랑 전시장에 임 모라고 이름을 밝힌 30대 남자가 불쑥 찾아와 그림 꾸러미를 내밀었다. 화랑주이자 한국화랑협회장이었던 김 모씨는 황당했지만 화가의 내력을 물었다.”
Y화랑 김 대표를 찾아 온 이는 임군홍의 둘째 아들이었다. 그는 월북한 아버지가 남겨 놓은 100점 이상의 유화와 드로잉을 지난해 돌아가신 어머니가 30년 넘게 집안에 고이 보관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김 대표는 임군홍이라는 화백이 본인의 장인인 이 모씨(1915~1969)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임 모씨에게 30대 미술평론가 윤범모를 소개시켜 주었다.
윤범모는 “낯선 이름의 월북작가 작품이 발굴됐다는 말에 반신반의하며” 서울 장위동 임 모씨의 집을 찾아가는데 그곳 다락방에서 돌돌 말린 채 잔뜩 들어찬 그림 더미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부인 홍 모씨는 남편의 월북 뒤 정부의 핍박과 생활고 속에서도 가족도를 비롯해 작가가 남긴 그림들을 다락방 속에 숨겨놓고 지극정성으로 관리했다. 부인은 1982년 세상을 떠날 때 아들(임 모씨)에게 아버지 그림을 꼭 세상에 내보이라고 유언했다. 아들은 그해 Y화랑 김 대표를 만나 도움을 요청했고, 그 인연이 계속 이어져 결국 40여 년 뒤 김 대표의 딸(현재 대표)의 의지로 유족 소장 임군홍 작품 대부분인 130여 점을 전시하게 됐다.”
그런데 이 기사, 2023년 9월 한겨레에 처음 보도된 임군홍 부부 스토리에서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은 우연일까? 곱씹어 보니 같은 월북작가로 화가 김창열의 스승인 이쾌대 화백의 사연과 매우 흡사하다. 다음은 한겨레신문 2019년 10월19일자에 보도된 이쾌대·유갑봉 부부의 사연이다.
“휴전에 따른 포로 교환 때 부인과 가족들을 남겨둔 채 북행길을 선택한다. 북한으로 가서도 그림을 계속한 그는 이별한 지 딱 15년 만에 위장병으로 시골에서 숨졌다. 유갑봉은 남편이 진작 숨진 사실도 모른 채 벽장 속 다락방에 그림들을 돌돌 말아 숨겨놓고 15년을 더 살았다.”
자, 이쾌대·임군홍 두 화가 부부의 사연이 비슷한 것을 우연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임군홍 작품전이 최초로 열린 게 1984년이다. 그런데 그 아내가 작품을 보관하고 공개하기까지의 사연은 2023년 처음 공개되었다. 뒤늦게 공개되기에는 너무나 애틋한 미담 아닌가. 또한 그 미담은 1991년 공개된 이쾌대 부부의 사연과 어찌 그리 판박이란 말인가.
◆ 이 기사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자메일로 다음과 같은 답을 보내왔다.
임군홍의 ‘소녀상’(1937)은 1985년 유족(아드님)이 미술관에 직접 기증한 작품입니다. 당시 ‘소녀상’을 포함해 ‘여인좌상(1936), ’모델‘(1946), ’고궁‘(1940년대 초반), ’북평낭‘(1940년대) 등 5점을 기증해 주셨고 같은 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임군홍 특별전‘(1985년 1~2월)을 개최하여 선보인 바 있습니다. 유족이 보관하고 있던 작품을 직접 기증한 것으로 소장 이력이 명확한 만큼 위작 의혹은 없습니다.
1) 1985년 3월 개최된 기증작품심의위원회(내·외부 전문가 5인)에서 진품임을 확인하였고, 유족이 오랫동안 소장하고 있었던 점, 근대기 새로운 발굴 작가라는 점에서 수증 결정.
2) 2007년 ‘미술관 소장품 기록정비사업’에 따라 유족과 근대미술사학자(이구열 선생님) 진품 재확인.
3) 미술관 소장 임군홍 작품 총 6점 중 5점 1985년 유족 기증, 1점 2004년 미술관 구입.
기사에서 의혹을 제기한 1937년 조선미술전람회 도록의 원본 도판과 소장품의 고화질 사진을 직접 비교해 보면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있더라도 1937년도 흑백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 인쇄 기술의 차이로 인한 오차 범위 내에 있는 것이며 머리 장식 부분에서 보이는 오래된 물감층이 박락된 상태 정도입니다. 또한 작품의 왼쪽 하단에는 영어로 작가의 서명 syulyong(본명: 임수룡)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수증 후 미술관은 △물감의 안정화 △캔버스 틀 뒤틀림 방지 △클리닝 등 철저한 보존관리를 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월북작가 임군홍은 누구인가
‘한국근대회화선집 -북으로 간 화가들’(금성출판사·1990) 등의 자료에 의하면 임군홍은 6·25전쟁 중 월북하여 1953년부터 1961년까지 조선미술가동맹 개성시 지부장을 지냈다. 1962년 이후에는 미술가동맹에서 활동했으며 1970년대에는 ‘동기골 전투’(1973) ‘공장을 지키는 사람들’(1974) 등의 조선화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66
좋아요17
감동이에요0
화나요8
슬퍼요0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