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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역사 전쟁에 대처할 방법
현재 대한민국에선 자유민주주의·사회주의 등의 사상전뿐 아니라 대한민국에 정통성이
있느냐, 북한에 정통성이 있느냐 하는 역사적 논쟁·가치 논쟁까지 전개되고 있다. 그래서 좌·우를 구분하는 사상 프레임보다 국가정체성을 논하는 대세·반대세의 프레임이 더 유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마르크스·레닌주의 좌익과 주사파 등 북한 체제로의 통일을 지향하는 좌익세력이 존재하는데 그중에서도 주사파 등 종북·친북 좌익세력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상보다는 대한민국을 기준으로 반국가세력을 구분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
좌익·좌경 정당이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단체들 속에도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이들이 스스로 자신에게 “나는 누구인가” “나는 대한민국 세력인가, 반대한민국 세력인가”를 되물어 보게 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진입으로 더 과격해진 민노총
민노총·전교조 등의 강령이나 자료집을 보면 체제 변혁적인 내용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민노총 강령에는 “노동자의 정치 세력화를 지향한다” “분단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실현한다” “권력과 자본의 탄압과 통제를 분쇄한다”는 등의 구호가 포함되어 있다.
민노총은 각종 사회주의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거나 책자를 발간하기도 했다. 2020년 경기동부연합 소속 양경수가 민노총 위원장에 당선된 후 더욱 급진적인 노선으로 더 선회해 주택의 50%를 공유화하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더욱이 박근혜정부 당시만 해도 민노총 회원 수가 60만 명을 넘는 정도였으나 문재인 정권 들어 110만 명으로 급증했다. 순식간에 40∼50만 명이 늘어났는데, 주로 택배노조 등 비정규직 노조의 진입에 따른 것이라 한다. 대기업노조·공기업노조 등이 중심이었던 민노총이 비정규직의 대거 가입으로 구성원 비중이 달라지면서 노선도 더 과격해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민노총 내의 대한민국 세력
2021년 10월엔 GS건설·쌍용건설 노조가 민노총 건설기업 노조를 연이어 탈퇴함으로써 10대 대형건설사 중 3개만 민노총에 남게 되었다. 이들은 탈퇴 이유를 ‘가치 추구의 차이·노선상의 차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민노총은 선을 넘는 단체 행동을 요구한다” “노조 안에 또 다른 상사가 생긴 느낌이랄까, 민노총이 하나의 세력이 되고 힘이 되다 보니 순기능이 저하되고 그들의 지향점이 우선한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었다.
민노총의 구성원들은 모두 민노총 지도부의 방침이 좋아서 따르는 게 아니다. 직장 노조가 민노총 소속이거나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등 현실적 이유 때문인 경우가 많다. 민노총 내부의 실상을 소상히 아는 전문가들이 이를 증언해 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권영목 씨가 쓴 ‘민주노총 충격보고서’(2009)인데, 그는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초대 민노총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이 책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원 대상 의식조사에서 “노조 집행 간부와 대의원들이 입는 빨간 조끼를 없애자는 의견에 74%가 찬성했다”고 한다. 그만큼 빨간 조끼를 입은 전임 민노총 간부들에 대한 반감이 만연해 있다는 뜻일 것이다. 권영목 씨는 이 책에서 민노총 산하 현대차 노조의 사례를 소개했다.
강경파 투쟁의 떡고물에만 관심 있는 노조원
[2006년 “현장조직 이대로는 안 됩니다. 보다 강건하게 혁명적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투쟁할 현장 조직을 새로이 건설해야 합니다…”는 섬뜩한 내용의 홍보물이 현대차 안에서 공개적으로 뿌려졌다.
“어떻게 이런 홍보물을 4만 조합원 앞에 떳떳하게 뿌려댈 수 있지?”
이 질문에 대한 현대차 조합원들의 반응은 참으로 어이가 없는 것이었다.
“혁명적 사회주의 건설이라니, 이런 걸 그대로 나 둬요?”
홍보물을 보여 주면서 질책하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에이, 사회주의가 되나요?” 했다. 선명하게 찍혀 있는 혁명적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문구를 보여 주자 “그거요? 그냥 하는 말이죠”라고 했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지금 세상에 무슨 사회주의…”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현대차 노조원들은 노조 안에 사회주의뿐 아니라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무리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이 천지개벽 되어 혁명이 일어나 성공한다는 건 아무도 믿지 않았다. (…) 그들의 활동이 투쟁을 부르고 투쟁하면 할수록 풍족해지는 떡고물에만 관심이 있었다.]
민노총 조합원들이 겉으로는 강성투쟁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사회주의 노선을 비웃는 일들이 많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조합원의 상당수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강성지도부에 순응하지만, 속으로는 사회주의를 비웃는 반(反)사회주의, 즉 대한민국 세력인 것이다. 그러므로 민노총 회원 전체가 “구제 불능”이라고 보는 것도 잘못이다. 전교조도 마찬가지다.
대세·반대세 프레임의 한계점
대세·반대세의 프레임도 단점과 한계점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대세의 범위, 즉 대한민국세력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다는 점을 짚을 수 있다. 대세에는 우익·우경 세력은 물론 좌경세력도 포함되고 심지어는 좌익의 일부인 사민주의 세력도 포함된다. 그래서 내부 노선투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세력 내 노선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에 대한 비판이 일정한 선을 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세 노선은 대한민국의 정당이나 단체들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공통적 노선이며, 여러 정당·단체가 그 안에서 보수주의·자유주의·사민주의 등 별도의 노선을 갖는 것은 가능하다. 또한 각각의 노선 간에 필요에 따라 건설적인 토론과 비판은 가능하다.
대세 중 체제 수호 의지 강한 그룹의 불만
대세 중에서 체제 수호 의지가 강한 그룹은 “어째서 국가 수호 의식이 별로 없는 사람들까지 우군으로 삼느냐”는 등의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대한민국 세력은 그 스펙트럼이 넓다 보니 개중에는 국가관·안보관·역사관 등이 희미한 개인이나 단체도 있을 수 있다. 또한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도 갈릴 수 있어 단결이 잘 안되고 오합지졸이 되어 버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배척해선 안 된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대한민국 세력의 규모가 클수록 나라가 안정되고, 반대로 반대한민국 세력의 규모가 커지면 나라 또한 불안정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반대한민국 세력에 붙어 있는 우군 세력을 이탈시켜 대한민국 세력으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
대세·반대세 프레임의 가장 중요한 효과는 진보 텐트에 잘못 들어가 있는 대한민국 세력을 이탈시켜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반대한민국 세력을 약화시키고 대한민국 세력을 보강하는 것이다. 설사 노선이 맞지 않더라도 전략 전술상 연합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레닌도 혁명을 위해 자신의 노선과 맞지 않더라도 연합하는 통일전선 전술을 구사한 바 있다. 대한민국 세력도 체제 안정을 위해 얼마든지 큰 틀에서 연합하는 전략 전술을 펴야 할 것이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교수
△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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