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상시국에서도 경제는 제대로 돌아가게 해라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사설&논설

고용 창출 위한 선제적인 정책과 재정투자 필수
양질 일자리 부족… 청년이 노동시장 떠나는 이유
청년 ‘쉬었음’ 인구 급증… 일자리 정책 재검토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12 00:02:01

‘계엄 정국’이라는 비상시국에도 경제는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 그 기본은 고용이다. 고용 창출을 위한 선제적인 정책과 재정투자는 상수(常數)로서 필요하다. 현 시점, 미래의 주역인 청년 일자리 증대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최근 한국의 청년층(25∼34세)에서 취업도 구직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구조적 일자리 미스매치와 경기 악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의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 배경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33만6000명이었던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올해 같은 기간 42만2000명으로 25.4% 증가했다.

이들 대부분이 노동시장에 한 번도 진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쉬는 것이 아니라, 취업 경험 이후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사례라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고학력 청년층은 핵심 연령층(35∼59세)보다 더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지고 있으나, 자신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청년층 고용의 질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층 비중이 32.4%로, 핵심 연령층(20.1%)보다 높았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청년들이 노동시장을 자발적으로 떠나는 주된 이유인 것이다. 청년층 인구가 줄면서 취업자는 줄어드는 반면 택배·배달 등 단순 노무직 종사자는 증가하고 있다.

청년 고용을 위해 효과가 불확실한 이벤트성 사업에 시간과 정력을 쏟기보다 청년들의 만족도가 높은 정책을 선별해 집중 지원·육성하길 바란다. 근본 대책은 경제 활성화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증대에서 찾아야 한다.

고질적인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이중구조 혁파 또한 과제다. 대기업노조, 이른바 귀족 노조의 노멘클라투라(특권적 지위)는 일반 해고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경직된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다. 고용 규제와 강성 노조의 과도한 요구로 대기업 근로자들과 정규직이 높은 임금과 고용 안정을 누리면서 청년층이 노동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특히 청년 대졸자의 취업이 지연되는 이유 중 하나로 전공과 일자리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볍게 볼 수 없다. 우리나라 전공과 직업 간 불일치율은 52%로 취업자의 절반 이상은 전공과 무관한 일자리에 취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정원 규제 완화를 통해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의 적시 공급이 이뤄지는 선순환이 요청되는 대목이다.

미래 유망 먹거리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첨단산업으로의 신속한 사업 전환과 연구개발 지원 등을 통해 청년 대졸자들이 취업하고 싶어 하는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등 당국의 정책 마련이 긴요하다. 신성장 동력은 정보기술(IT)·반도체·디지털 디바이스·지식재산권 등 유연하고 창의적인 기반에서 창출되기에 정부가 이런 분야에 대한 규제완화를 적극 추진해 지속적으로 인력 수요를 확장하는 역할을 하길 당부한다.

누구보다 우리 청년들이 취업난으로 ‘영끌’ ‘빚투’의 투기 세상에서 더 이상 방황하지 않도록 기성세대가 기득권 내려놓기에 앞장서야 할 때다.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강성노조가 주도하는 노동시장 경직성이 기업들의 신규 채용을 위축시키고, 청년들의 취업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잖은가.

아울러 지방 곳곳에 괜찮은 노동시장을 만들고 공공임대 주택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는 등 사회 전반의 변화 추진에도 노력하길 촉구한다. 청년 세대가 빚의 수렁에 빠져 ‘헬조선’이라며 자탄하지 않고 건실하게 일해야만 우리 미래가 있음을 재인식할 때다. 청년 고용률 제고를 위한 정부와 국회의 제도 개선 및 재정 지원, 기업의 협조가 요청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