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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현대적인 경영을 한국에 도입한 최초의 경영자이자 100년 후 미래를 내다본 선구자였고, 세계시장을 바라본 세계주의자였다. 이병철 회장의 통찰과 이건희 회장의 실천적 비전에 힘입어 삼성은 한국 경제와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이끄는 글로벌 리딩 기업의 위상을 지니게 됐다.
이러한 삼성이 근래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시대의 대표적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SK하이닉스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AI 컴퓨팅의 주도자 엔비디아는 최신 제품에 SK하이닉스의 HBM을 채택했고 삼성전자는 밀려났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HBM 공급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고, 미국 엔비디아 퀄테스트(품질 검증) 통과 및 대량 출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삼성의 다중 위기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에서 비롯된 오너 리스크도 적잖은 원인이 되었다. 검찰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당 합병 및 회계 부정’ 혐의 등의 의혹으로 기소돼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무리하게 대법원 상고를 한 것 자체가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구속 사태와 재판이 이어지는 사법 위기에 발목이 잡혀 총수로서 뚜렷한 경영 구상과 이렇다 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국내 최대이자 글로벌 수위급 기업이 입고 있는 타격의 강도와 규모는 수치로 계산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 회장이 1·2심 공판에 7년여 간 100여 차례 불려 다니고, 임직원 100여 명도 400여 차례나 소환 조사를 받았다.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울 정도였고, 삼성전자의 경쟁력도 크게 약화됐다. 다행히 이번 2심에서의 무죄 판결로 이재용 회장과 삼성의 완전한 사법 리스크 해소에는 일단 숨통이 트였다. 그러나 빠른 시일 내 완전 해소는 아니다.
이런 현실에서 삼성이 글로벌시장에서의 경쟁 심화와 불확실성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전 계열사 임원 대상 ‘특별 세미나’를 갖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삼성이 조직 리더들을 중심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임원들의 정신 재무장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의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2월 말부터 4월까지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 호암관에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주재, 외국인 임원도 모두 세미나에 참석한다.
이번 세미나는 삼성을 둘러싼 불확실한 국제 경제 상황 속 임원의 역할과 각오를 다지며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는 취지로 진행된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전 계열사 임원들이 주 6일 근무에 돌입하는 등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현재 삼성 내부에선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별 글로벌시장 점유율의 경우 TV는 2023년 30.1%에서 2024년 28.3%로, 스마트폰은 19.7%에서 18.6%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D램 시장 점유율도 42.2%에서 41.3%로 위축됐다.
이재용 회장은 ‘미래를 위한 도전’을 위해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 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 이것이 여러분과 저의 하나 된 비전, 미래의 삼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으로 우뚝 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병철·이건희 선대회장의 비전이 미래 세대에게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중차대한 시점의 획기적인 임원 세미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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