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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8개 정보기관 총괄자인 툴시 개버드 국가정보실장(DNI)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제임스 클래퍼 전 DNI 등 전직 최고위 인사들을 대상으로 “반역적 공모” 의혹을 제기해 주목된다. 개버드 DNI가 18일(현지 시간) 이를 발표한 후 이날부터 이틀간 연방 법무부에 증거와 문건을 제출했다고 보도됐다. 법무부에 제출된 문건엔 오바마 행정부가 미확인의 ‘스틸 문건’ 내용을 근거 삼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정보를 조작했으며, 이를 통해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을 “쿠데타 시도”로 무효화하려 했다는 주장이 포함된다.
일련의 소식과 함께 개버드가 “(오바마 정부 시절) 최고위 공직자들의 반역적 행동을 철저히 수사·기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뉴스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터키 국영 통신 이외엔 미국의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정도에 났을 뿐이다. 나머지 세계적 주류 언론의 침묵이 눈길을 끈다. 미 법무부는 공식 수사 개시나 관련자들 기소 절차 등 후속 조치를 내놓진 않았으나 관련 보도를 부인하진 않고 있다. 시청률 1위의 폭스뉴스가 이 문제를 톱기사로 다룬 가운데 해당 사안을 ‘오바마게이트’로 불러 온 트럼프 진영에선 반응을 자제 중인 모습이다. 민주당 편향의 데일리 비스트 등이 개버드 발표를 “정치적 쇼” “실효성 없는 복수 정치”로 본 시각을 전하기도 했다.
트럼프1기 때의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이란 ‘스틸 문건’에 기반한 것이었다. 2016년 미 대선 당시 전직 영국 정보국(MI6) 요원 크리스토퍼 스틸이 작성했다 해서 일명 스틸문건인 ‘트럼프‑러시아 파일’은 35쪽 분량의 메모 16건으로 구성돼 있다.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 간 은밀한 공조 가능성을 제기한 내용이다. 작성자 자신이 “미확인 원(原)정보”라고 명시했듯 조사를 위해 제작된 비공식·미확인 정보 모음집이었으나 이를 민주당의 오바마정부에서 기정 사실인양 몰아갔다. 트럼프 경선 및 대선 승리가 ‘굴러온 돌의 이변’으로 간주되던 시절이라 주류 공화당 내 동조자도 많았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2016년 11월18일 캐나다 헬리팩스 안보포럼에서 전 주영대사 앤드류 우드로부터 문건 존재를 보고 받자 작성자의 전문성과 도구적 가치를 인정해 문건을 미국의 관련 부서에 전달했다. 연방수사국(FBI)과 의회가 검토한 결과 “검증 안 된 루머·허위” “원정보(raw intelligence)로서 가치 있음”이라는 엇갈린 평가를 냈으나 당시 4대 정보기관 책임자들 즉 클래퍼 DNI, 제임스 코미 FBI국장, 브레넌 CIA국장, 마이클 로저스 국가안보국(NSA) 국장 및 사이버 사령관이 2017년 1월 초 오바마 및 트럼프 당선인 측에 러시아 개입 문건 브리핑을 했다.
클래퍼가 2017년 1월 ‘문서 신뢰성’ 여부에 대한 확정 판단은 없다면서도 일부 내용은 “검증된 바 있다”고 인정했으며, 코미는 이듬해 4월 ABC 인터뷰에서 스틸을 “신뢰할 만한 출처”, 해당 문건을 “분석·검증 대상”으로 표현했다. 로버트 리트 전 DNI 법무팀장의 경우 그해 10월 일부 내용이 미 18개 정보공동체 평가에서 확인된 바 있다고까지 말했다. 첫 임기의 트럼프는 시종일관 스틸문건 내용을 “가짜뉴스” “정치적 마녀사냥”으로 규정했으며 2020년 7월엔 스틸의 미국 송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에선 스틸문건을 “허구” “조작” “가짜”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쓰레기”로 일축했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기자나 CBS뉴스의 척 토드 역시 친트럼프 인사가 아니었음에도 스틸문건의 신뢰성을 전면 부정했다. 외국정보감시법(FISA)에 의거한 FBI의 영장 신청에 결정적이었던 스틸문건의 성격과 한계를 법원에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며 트럼프 진영과 일부 공화당 인사들이 절차적 정당성 위반 내지 사법 기만 혐의를 강하게 문제 삼기도 했다.
한편 개버드의 트럼프2기 행정부 합류는 대단히 놀라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2002년 만 21세 때 최연소 (하와이)주 의원을 거쳐 2012년부터 연방 하원의원을 지내면서 내내 민주당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개버드는 2022년 10월11일 자신의 팟캐스트와 트위터(현 엑스) 등을 통해 “민주당이 이제 전쟁광이자 반(反)신앙적 엘리트주의자들의 정당이며 헌법에 보장된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다”며 탈당 선언을 했다. 작년 트럼프 진영에 들어와 DNI라는 중책에 등용된 개버드의 이번 행보가 향후 어떤 정치적 파장을 부를지 또한 눈여겨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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