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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과 전공의의 복귀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 총장단은 23일 의대생의 유급 복학을 공식화할 예정이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새로운 대정부 요구안을 의결하며 수련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학내 형평성 논란과 괴롭힘 우려, 복귀 조건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20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는 회의를 통해 17일 1학기 수업을 거부해 유급 대상이 된 8000여 명의 의대생에 대해 유급은 유지하되 2학기 복학을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학년 단위로 운영되는 기존 학칙을 학기제 중심으로 변경하고, 예과 1·2학년의 경우 내년 3월 정상 진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본과 1·2학년도 유사하게 조정되며, 실습 일정이 밀린 본과 3·4학년은 국시 추가 시행을 정부에 건의해 구제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의대 측 제안에 ‘적극 검토’ 입장을 밝혔고, 대통령실 역시 “복귀 방안 마련”을 주문한 상태다. 사실상 정부와 대학 간 합의는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조치에 대해 교육계 내부와 국민 여론은 반발 기류가 뚜렷하다. 특히 이미 복귀해 1학기를 수강한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 나아가 학칙을 바꿔 사실상 유급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연세대 의대에서는 보직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했고, 일부 국립대 의대 교수진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의대생·전공의 복귀 특혜 반대” 청원까지 올라왔다. 학생 간 갈등도 심각하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감귤들아 우리가 간다. 돌아가면 강간해버린다”는 발언을 포함했다.
복귀한 학생들에 대한 괴롭힘·협박·신체 위해를 예고하는 글들이 다수 포착됐다. ‘감귤’은 이미 복귀한 학생을 조롱하는 표현으로, 교육부는 이와 관련한 게시글을 수사 의뢰한 상태다. 의총협 양오봉 회장은 “학생 보호가 가장 중요하다. 확정된 건 없으며 다음 주 중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지난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도 복귀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대전협은 19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정부의 의료정책 재검토 협의체 구성 △수련 연속성 보장 △의료사고 법적 책임 완화 논의기구 설치 등 3대 요구안을 의결했다. 사직 전공의 중 약 1000~2000명은 군 입영 대기 중으로, 수련을 재개하더라도 곧바로 입영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병무청은 수련 종료 후 입대 또는 제대 후 원병원 복귀 방안을 검토 중이나, 병역 자원 부족이라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대전협은 ‘특혜’ 비판을 의식해 입영 연기나 수련 기간 단축 등의 요구를 공개적으로 하지 않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전공의 정원 확대 및 수련 기회 공정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논의되고 있다. 실제 복귀는 서서히 진행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 등 ‘빅5’ 병원 전공의 수는 548명으로 작년 말(230명)보다 2.4배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2023년 말 대비 80% 이상 부족한 상태다.
의대생과 전공의의 동시 복귀가 가시화되며, 교육 및 수련 시스템의 충돌, 제도적 정합성 부족, 여론 악화 등 복합적 갈등이 예상된다. 특히 형평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한 채 ‘특례 복귀’가 진행될 경우, 향후 다시금 대규모 파업과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육계 관계자는 “정부가 학칙을 바꿔 사실상 유급을 무력화하고, 형식만 유지하며 복귀를 허용한다면 이는 원칙을 뒤흔드는 결정”이라며, “정치적 수습보다 제도적 설계가 먼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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