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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특혜 의혹이 정치권 공방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사업 참여 민간업체인 한호건설이 해당 구역 내 보유 토지 전량을 처분하기로 했다. 한호건설은 1일 세운4구역 시행사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토지 매입을 공식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며, “정쟁의 한가운데에서 더 이상 거론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한호건설이 SH에 매각을 요청한 토지는 총 3135.8㎡(약 950평)으로, 세운4구역 전체 면적 중 약 10%, 민간 소유 지분 중 약 30%를 차지한다. 회사는 SH가 매수를 거부할 경우 일반 사업자에게 3자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종묘 맞은편에 위치한 세운4구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경관에 영향을 주는 개발이라는 점에서 세계유산영향평가 필요성, 용적률 상향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호건설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연일 지속되자 회사가 사업 철수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호건설 관계자는 “개발이익이 사실상 기대되지 않는 상황에서 토지를 계속 보유하면 불필요한 오해와 논쟁만 키울 뿐”이라며 “한호건설이 종묘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의 소재로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호건설은 역대 서울시 행정 변화, 녹지축 정책 반영, 계획 변경 요구 등으로 20여 년간 사업이 지연되면서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2009년 오세훈 시장 시절 세운상가군 철거 및 8개 구역 통합 개발 계획을 추진했으나, 2011년 박원순 시장이 이를 백지화했다. 이후 경관 보존 논란과 계획 변경 요구가 반복되며 사업은 장기간 표류했고, 지난해 8월이 되어서야 사업시행인가가 나왔다.
한호건설은 “30개월 동안 이어진 계획 변경 과정에서 공사비가 두 배 이상 상승했고, 공공기부율도 2.5배 늘었다”며 “서울시가 수혜를 줬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차라리 다른 지역에 투자했더라면 성공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H 매입 가능성은 불투명… 사업 표류 현실화 우려
문제는 SH가 한호건설 보유 토지 매입에 나설 수 있을지 여부다. SH는 올해 부채가 22조 원, 내년에는 27조 원, 2027년에는 3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부채비율도 2024년 말 기준 195%에서 2027년 267%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재정 부담이 큰 SH가 세운4구역 토지를 대규모로 매입할 수 있을지 불확실해, 매입이 불발될 경우 3자 매각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세운4구역 재개발은 또다시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도쿄 아자부다이힐스, 뉴욕 허드슨야드 등 글로벌 도심 재개발은 민간 주도로 성공한 사례가 대부분인데, 세운4구역은 민간이 이탈하면서 공공 주도 모델로 급선회하고 있다”며 “재개발 사업성이 추가로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종묘 보존과 높이 규제, 용적률 상향 과정에서의 특혜 가능성 등을 두고 여야는 연일 충돌하고 있다. 한호건설의 토지 매각 결정은 이러한 갈등이 민간 사업자에게까지 ‘정치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호건설은 “부당 개발이익 의혹은 사실과 다르며,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는 것이 회사 경영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며 “토지 매각을 계기로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민간 핵심 토지주의 이탈로 세운4구역 개발의 향방은 다시 불투명해졌고, 공공주도 전환 여부와 세계유산 보존 기준 충돌 문제는 서울 도시정책의 핵심 논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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