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 민선 9기 지방자치단체가 임기를 시작한다. 새 구호가 나오고 구정 방향도 다시 정리될 것이다. 어느 구는 복지를 앞세우고, 어느 구는 안전과 개발, 또 어느 구는 교육과 지역경제를 말할 것이다. 새 임기 첫해에 새로운 그림을 제시하는 일은 필요하다. 다만 주민의 생활은 행정이 새로 붙인 이름보다 오래된 불편이 얼마나 줄었는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주민이 지방정부를 만나는 장면은 생각보다 소박하다. 집 앞 보도블록이 꺼져 비가 올 때마다 물이 고이고 가로등이 꺼진 골목을 며칠씩 그냥 지나야 하며 민원을 넣고도 답을 기다리다 다시 전화를 거는 일이 그렇다. 행정은 이런 일을 작은 민원으로 분류하기 쉽지만 주민에게는 하루의 불편이고 때로는 불안이다.
새 임기가 시작되면 행정은 새 사업을 만들고 성과를 보여주려 한다. 그러나 주민 입장에서 보면 사업이 새로 생겼다는 사실보다 내 동네의 불편이 실제로 줄었는지가 먼저다. 무더위쉼터가 몇 곳 늘었다는 설명보다 더위에 취약한 어르신이 그곳을 알고 찾아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고 안전시설을 확충했다는 발표보다 밤길이 어두웠던 골목이 실제로 밝아졌는지가 더 중요하다.
민선 9기 지방정부가 첫해에 해야 할 일은 거창한 약속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반복돼 온 불편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다. 매년 물이 차는 저지대, 아이들 등하굣길에 민원이 이어지는 통학로, 주차 문제로 얼굴을 붉히는 주택가, 혼자 사는 어르신이 고립되기 쉬운 낡은 빌라촌은 새 임기가 시작됐다고 저절로 나아지지 않는다. 이런 문제는 눈에 띄는 성과로 포장하기 어렵지만 주민에게는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일이다.
첫 여름부터 행정의 빈틈도 드러나기 쉽다. 폭염과 집중호우는 해마다 반복되지만 피해는 대체로 비슷한 곳에서 난다. 반지하와 쪽방, 경로당과 공사장, 전통시장과 저지대 주택가처럼 행정의 손길이 조금만 늦어져도 위험이 커지는 곳들이다. 대책을 세웠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위험한 곳이 실제로 줄었는지 도움이 필요한 주민에게 안내가 닿았는지 비가 오기 전과 더위가 닥치기 전에 행정이 먼저 움직였는지가 중요하다.
지방의회도 마찬가지다. 새 지방정부 출범 초기에는 협력이라는 말이 앞서기 쉽지만, 협력이 곧 침묵이어서는 안 된다. 예산이 주민 생활과 가까운 곳에 쓰이는지 행사와 홍보에 비해 정작 현장 예산이 밀리고 있지는 않은지 이름만 그럴듯한 사업이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따지는 역할이 필요하다. 행정이 편해지는 것과 주민이 편해지는 것은 다르다.
4년은 길어 보이지만 지나고 보면 빠르다. 첫해에 방향을 잡지 못하면 둘째 해에는 예산과 절차에 밀리고 셋째 해에는 성과를 정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며 마지막 해에는 다시 다음 일정을 의식하게 된다. 그래서 출발점에서 무엇을 먼저 보느냐가 중요하다. 주민은 새 구호를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대신 비가 와도 덜 불안한 골목, 민원을 넣었을 때 조금 빨라진 답변, 필요할 때 놓치지 않고 닿는 복지를 기억한다. 민선 9기의 성패도 그런 낡고 작은 민원 앞에서 조금씩 드러날지도 모른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