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개원의들이 법적·제도적 기준 없이 임신중절 의약품 처방을 의사의 재량에 맡기는 방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15일 성명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한 임신중절 의약품 ‘미프진’의 의사 재량 처방 방안에 대해 의료현장의 혼란과 여성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의사회는 성분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물이 불법 유통되고 여성이 해외 직접구매를 통해 복용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정부와 문제의식을 같이했다. 약물적 임신중지가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돼서는 안 되며 합리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에도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신중지가 가능한 기간과 처방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사고나 분쟁이 발생할 경우 책임을 판단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처방 주수에 대한 재량권 부여는 국가가 마련해야 할 법적 안전망을 대신해 의료진에게 책임만 떠넘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임신 주수는 약물적 임신중지의 안전성과 성공률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다. 의사회는 국가별로 적응증과 사용 기준, 임신 주수 제한과 표준 진료지침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만 명확한 기준 없이 의사의 판단에 의존할 경우 환자와 의료진 모두 법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약물 복용 전 진단과 사후관리 체계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자궁 내 임신 여부와 임신 주수를 확인하고 자궁외임신을 배제해야 하며 환자의 기저질환과 금기사항도 사전에 평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약물 투여 이후에는 대량 출혈과 감염, 불완전 임신중지 등에 대비한 추적관찰이 필요하며 합병증 발생 시 응급수술 등으로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제도권 도입이 오히려 새로운 안전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 직접구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접근성부터 확대하는 방식에도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오남용 방지대책과 처방·투약 방식, 유통관리 체계 없이 판매만 허용할 경우 해외 불법 유통의 위험을 국내 유통망으로 옮기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사회는 약물적 임신중지를 위한 법적 근거와 제도적 틀을 우선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임신 주수와 적응증, 금기사항, 사전검사, 사후관리 및 응급대응을 포함한 국가 차원의 표준 진료지침 수립을 제안했다.
약물 사용 이후 응급상황에 대비한 의료전달체계와 추적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의료진이 예측하기 어려운 의료분쟁에 노출되지 않도록 법적 보호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윤리적 논의를 거친 국민적 합의도 선행과제로 제시했다.
다만 의사회는 의학적 안전 조건이 충족되면 제도 마련에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함께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30회 국무회의에서 임신중지 의약품이 허가되지 않아 필요한 여성이 해외 직접구매에 의존하는 상황을 정부가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관련 입법이 마무리되기 전이라도 의사가 전문적 판단에 따라 처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취지의 의견도 제시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성평등가족부 등 관계부처가 안건을 마련한 뒤 다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품목허가가 추진되는 제품은 현대약품의 미프지미소정(/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이다.
현대약품은 2021년 영국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국내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품목허가를 추진했다. 2021년 첫 신청 이후 자료 보완 등을 거쳐 2023년 재신청했으며 2024년 12월31일 세 번째 품목허가 신청서를 식약처에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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