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이 후기 임신중지 시술을 받은 여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시술을 집도한 의료진에 대해서는 유죄 판결을 유지했다.
이에대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정부가 방치한 제도 공백의 부담은 여전히 의료진에게 전가했다"며 법적·제도적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23일 후기 임신중지 시술을 받은 혐의로 살인죄로 기소된 20대 여성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시술을 집도한 의사에 대해서는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을, 병원장에게는 징역 4년과 벌금 150만 원, 추징금 900만 원을 선고했다.
지난 2024년 6월, 임신 후기였던 권 모 씨는 임신 34~36주 무렵 인천의 한 산부인과에서 임신중지 시술을 받은 뒤, 그 과정과 심경을 담은 브이로그를 유튜브에 게시했다.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되자 보건복지부는 경찰에 사건 조사를 의뢰하며 '엄정한 수사'를 요청했다. 이후 2026년 1월 검찰은 임신중지를 한 여성과 시술을 집도한 의사, 병원장, 브로커 등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3월 여성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및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 시술을 집도한 의사는 징역 4년, 병원장은 징역 6년과 벌금 150만 원, 추징금 11억5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브로커들에게도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0개월이 선고됐다.
2019년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2020년 말까지 관련 법률을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회가 기한 내 개선입법을 하지 않으면서 낙태죄 조항은 2021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했다. 이후 ‘낙태죄’는 공식 폐지됐지만, 이를 대체할 의료 및 보건 체계에 관한 법적·제도적 기준은 마련되지 않아 7년째 제도적 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후기 임신중지를 한 당사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시술에 관여한 의료진에 대한 유죄 판결을 유지한 데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판결은 안전한 임신중지 의료서비스를 보장할 법적·제도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진에게 형사책임을 물은 것으로, 한국 사회에서 안전한 임신중지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여전히 제도적으로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안전한 임신중지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가로막는 장벽을 제거하고, 임신중지 서비스의 제공과 접근에 관한 명확한 법적·제도적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모자보건법'을 즉시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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